배달 앱 요기요 운영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한국 배달 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87%를 인수한다. 서비스는 합병하지 않는다. 독립 경영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DH는 이번 인수로 국내 최대 배달 앱 서비스 제공사가 된다. 우아한형제들은 독일 상장 회사가 된다. 이번 빅딜이 우아한형제들의 해외 사업을 본격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또 양 측의 국내 시장에서 배달시장 내 독과점 논란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우아한형제들은 딜리버리히어로와 글로벌 진출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강조했다. 양사가 50대 50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조인트벤처인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조인트벤처 회장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맡아 아시아 11개국 시장 운영을 주도한다. 아시아 시장 진출 시엔 배민 이름을 내건다.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 아시아 사업 전반을 이끈다는 내용을 전면에 내걸었다. 그러면서 인수합병된다는 내용은 뒤에 언급했다.
독일 회사에 팔린 배민 "인터넷 서비스는 국경 없다"
이는 업계에서 국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기업에 매각됐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우아한형제들 측이 사전에 의식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이미 대만과 라오스,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싱가포르, 태국 등 배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까지 품에 안으면서 해외 기업이 국내는 물론 아시아 배달 앱 시장을 삼키는 모양새가 됐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13일 사내 구성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창업자로서 회사를 직접 상장하지 못했고, 독일에 상장하는 회사가 됐다는 점에 아쉬움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다만 "인터넷 서비스는 국경이 없어진만큼 한국에서만 잘해도 생존하기는 어려운 시대가 됐다는 점은 이미 여러 선배 기업을 통해 확인했다"며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하고 구성원에게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한 기회들이 이런 아쉬움을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회사를 지킬 강한 리더십과 경영권 확보를 위해 다양한 고민을 했다"며 "주식 상장과 신규 투자유치, 글로벌 기업과 연합 등을 고민하다 이번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우아한형제들 회사 이름과 각 서비스명, 비전, 사내 정책 등은 모두 그대로 유지된다고도 강조했다.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서 국내 배달앱 시장은 사실상 딜리버리히어로가 장악하게 됐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배달의민족은 배달 앱 시장에서 점유율 55.7%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서비스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요기요는 33.5%로 2위 , 배달통은 10.8%로 3위다.
3개 서비스가 7조원에 달하는 온라인 음식 주문 시장을 나눠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모두 딜리버리히어로 판이 된 셈이다. 독과점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미 일각에서는 쿠폰 등 각종 혜택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우아한형제들은 오히려 독과점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선을 긋는다. 요기요와 서비스가 합쳐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또 그 근거로 조인트벤처에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 아시아 지사는 모두 포함된 반면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 대표는 "요기요도 나름 훌륭한 경쟁자다"라며 "각자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현재처럼 경쟁하며 별도로 운영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로 고객을 뺏기 위한 경쟁은 자제하고 고객들과 사장님, 라이더 등 이해관계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각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측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제대로 된 해외 진출 기틀 마련
이번 빅딜 배경으로 우아한형제들은 국내외 가열된 배달시장을 꼽는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그간 요기요와 배민끼리 경쟁했지만 쿠팡, 카카오, 네이버, 이마트 등 다양한 업체들이 시장에 들어오며 배달 서비스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며 "이들 경쟁사에 비해 우리는 자본도 턱없이 부족해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빅딜로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릴 기반을 마련했다. 충분한 자금도 확보했다. 앞서 우아한형제들은 해외진출을 꾸준히 추진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2014년에는 일본에 진출했다가 실패라는 쓴 맛을 봤다. 또 올해 초에는 베트남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선두권 업체인 베트남MM을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는 우아한형제들의 배트남 안착을 우려했다. 시장을 선점한 로컬 기업과의 경쟁과 글로벌 기업의 공격적 마케팅, 첫 해외 진출 실패에 따른 부담감 등이 이유였다. 하지만 DH 인수로 인해 배민이 이번에는 제대로 승부를 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이번 합병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야 최종 승인된다. 요기요와 배달의민족 모두를 포함한 딜리버리히어로가 시장을 독점하는지 판단 여부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시장 독과점 논란은 오해다"라며 "요기요와 배민은 독립적으로 운영하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