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5월,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코드에 도입하는 것을 최종 의결했다. 한국은 WHO 가입 국가로서 이 결정을 국가적 차원에서 수용할지 여부를 2022년까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수용하면 2025년부터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인식되고, 의학적인 개입이 가능해진다.

이형민 성신여대 교수 겸 한국엔터테인먼트학회 총무이사는 게임 질병코드가 도입 이후 어떤 영향이 있을지 ‘편견, 사회적 낙인’ 등 부작용을 중심으로 연구했다. 그는 16일 ‘2019 게임문화 융합연구 심포지엄’에서 연구 결과의 일부를 소개했다.

이형민 성신여대 교수 겸 한국엔터테인먼트학회 총무이사. / 오시영 기자
이형민 성신여대 교수 겸 한국엔터테인먼트학회 총무이사. / 오시영 기자
연구팀은 해당 연구를 위해 전문 조사기관에 의뢰해, 한국, 미국, 일본에서 전국 규모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한국 505명, 미국 577명, 일본 507명 표본을 성별, 연령별 층화비례할당표집방법을 활용해 모았다.

조사 결과, 만약 한국이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를 등재하기로 결정하면 ‘사회적 낙인 현상’ 등 부작용이 미국, 일본 등 다른 국가에 비해 더 많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를 사회적 합의로 결정해야 한다는 인식도 한국에서 가장 높았다.

만약, 게임 이용장애로 인한 치료를 받게 된다면 치료 기록을 공개할 의도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서는 한국 이용자가 가장 낮은 공개 의사를 밝혔다.

이형민 교수는 "이는 만약 도입되더라도 사회적 낙인이 두려운 나머지 질병 치료를 기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이 탓에 음성적 치료, 비급여 진료 같은 비정상적인 의료 수요가 늘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종합하면 미국 일본에 비해서 사회적 부작용이 더 크게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구성한 두 가지 예측 모형, 대부분 예측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오시영 기자
연구팀이 구성한 두 가지 예측 모형, 대부분 예측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오시영 기자
구조 방정식을 세우고, 해당 모형을 검증하는 연구도 있었다. 해당 연구를 위해 한국 국민 505명을 대상으로 웹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연구 결과 한국의 경우 높은 수준의 낙인인식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통계적 결론을 도출했다.

그가 제시한 ‘예측모형1’에 따르면 게임 이용자에 대한 편견이 게임 이용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이끈다. 이런 편견과 낙인이 게임 이용자·광고·산업을 바라보는 태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편견과 사회적 낙인이 높은 차원에서 발현해 게임관련 대상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예측모형도 마찬가지로 게임이용자에 대한 편견이 낙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용자에 대한 낙인이 게임 광고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은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편견은 게임 광고에 대한 안좋은 인식을 심어주게 되고, 이후 게임 구매·추천 의도에 대해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형민 교수는 한국의 문화·사회적 차이를 고려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오시영 기자
이형민 교수는 한국의 문화·사회적 차이를 고려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오시영 기자
이형민 교수는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이슈가 사회 갈등적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며 "직관적으로도 알 수 있듯 여성일수록, 나이 든 세대일수록, 기혼자일수록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한국에서는 특히 사회, 문화적 차이를 고려한 정책적 판단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한국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이 많으므로 이는 그저 전문가 사이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민주적이고 신중한 절차와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형민 교수는 "다만 오늘은 시간 관계상 연구 내용의 극히 일부만을 전해드렸다"며 "향후 발간하는 보고서를 꼭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