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8월 이후 침체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몇몇 중국 배터리 업체의 파산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배터리 보조금 축소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는 해외 진출로 방향을 틀어 활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 수석연구원 / 김동진 기자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 수석연구원 / 김동진 기자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이 16일 주최한 ‘배터리 4대 핵심소재 혁신 콘퍼런스’ 강연자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의 말이다. 그는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며 만들어질 배터리 수요와 중국 시장 전망을 전했다.

박 연구원은 "글로벌 환경 이슈와 전동화 추세, 중국 시장의 강력한 견인으로 정책·수요·공급 삼박자가 맞춰졌다. 자연스레 전기차 중심으로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이 형성된다"라며 "이런 추세는 2018년 판매량에 나타났다. 지난해 수소차 판매는 7000대에 그쳤지만, 전기차 판매량은 200만대 수준이다"고 전했다.

박 연구원은 "2025년 이후 1세대 전기차 폐차시기가 도래한다"며 "전기차 1대에 탑재되는 배터리 용량도 20KWh에서 60KWh수준으로 3배 가까이 커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시장 확대와 함께 생길 배터리 수요를 잡기 위해 경쟁국인 중국 배터리 시장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배터리 보조금 축소로 중국 전기차 판매는 급감했고,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의 경영난이 이어진다"며 "수요를 뒷받침해야 하는 자국 시장의 침체로 CATL은 유럽과 북미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SVOLT도 유럽 내 배터리 생산설비와 R&D 센터 건립 등에 조 단위 투자를 계획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을 꾀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도 전했다.

그는 "중국의 전기차 판매 비율을 보면 상용차 70%, 승용차 30%다. 버스 배터리에 탑재되는 용량이 크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라며 "버스는 운행 루틴(Routine) 덕분에 충전소 부족이나 주행거리 제약으로부터 벗어난다. 중국 내에서 버스 비율이 월등히 높은 이유다"고 전했다. 고에너지밀도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이 부족한 중국 배터리 기업이 보조금 축소 후 파산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어서 그는 "중국 정부는 방침을 바꿨다. 보조금 폐지 전, 300㎞ 이상 주행 가능한 고에너지밀도 배터리 기술확보를 위해 삼원계(NCM) 배터리 비중을 급격하게 높인다. 해외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위한 변화로 보인다. 배터리 시장을 개방할 가능성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고 말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30%의 비율을 차지한 중국 승용차에 탑재된 배터리 70%는 삼원계 배터리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향후 승용차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 삼원계 배터리가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원은 ▲내연기관차 대신 만들어질 시장 ▲환경 오염 ▲원유 의존도라는 3가지 키워드로 중국 정부가 전기차 시장에 주력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이미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제조업체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기술력에서도 차이가 있다"며 "반면 전기차는 새로 형성되는 시장, 즉 출발점이 같다는 점에서 중국이 매력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중국은 내연기관 자동차가 뿜어내는 오염물질 때문에 환경 문제를 겪고 있다. 휘발유 약 85%와 디젤 약 50%를 자동차에 사용하는 중국이다"며 "전기차로 전환하면 중국 환경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 중국의 60%에 가까운 석유 해외 의존도 전기차로 전환하면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맞아 앞으로도 기술력과 주요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지속해서 진출을 시도할 것으로 본다"며 "보조금 축소로 이어진 중국 배터리 기업의 파산으로 2020년 해외 진출을 계획한 중국 주요 배터리 기업의 진출 시기가 조금 빨라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