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차세대 게임기 ‘엑스박스 시리즈X(Xbox Series X)’의 베일을 벗겼다. MS에 따르면 CPU성능은 현존 최고성능 게임기인 엑스박스원X 대비 4배, 그래픽 처리 성능은 2배다. 4K UHD해상도에서 초당 60프레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차세대 TV해상도 규격인 8K를 지원한다. 가장 빠른 SSD 규격 NVMe를 채용해 게임 데이터를 읽어들이는 속도도 빨라졌다.

MS 차세대 게임기 ‘엑스박스 시리즈X’. / 유튜브 갈무리
MS 차세대 게임기 ‘엑스박스 시리즈X’. / 유튜브 갈무리
2020년 연말 개막될 차세대 게임기 전쟁은 기기의 ‘성능'이 아닌 ‘콘텐츠'와 ‘서비스'에 의해 승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사전 정보에 따르면 MS 엑스박스 시리즈X와 소니(SIE) 차세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5(PS5)’의 성능은 동급이다.

게임업계는 이번 차세대 게임기 전쟁에서는 MS가 매출 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시각이다. ‘게임패스' 등 콘텐츠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는 동시에 현재 주목받고 있는 클라우드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에서도 경쟁사 보다 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MS는 국내 이동통신사 SK텔레콤과 손잡고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엑스클라우드'를 국내 선보였다.

MS는 게임패스 등 게임 구독 서비스로 전체 게임 매출을 이끌고 있다. 회사는 2018년 4분기 게임 부문 매출로 42억3200만달러(4조7262억원)를 달성했다. 이는 2017년 4분기대비 8% 증가한 것이다. 회사는 게임기와 PC를 통합한 게임패스 얼티밋을 선보이는 등 구독 서비스 매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숨기지 못할 정보는 사전에 공개한다

MS는 13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게임어워드를 통해 차세대 게임기의 이름과 모양, 성능을 공개했다. 이는 과거 별도의 행사를 열고 광고를 통해 한 번에 대대적으로 알리던 기존 마케팅 방법과 다른 모습이다.

MS는 6월 열린 E3 게임쇼를 통해 차세대 게임기가 어떤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성능인지를 공개했다.

소니도 와이어드 독점 기사 이후, 5월 일본에서 열린 경영방침설명회를 통해 차세대 게임기 PS5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대략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가지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밝힌 바 있다. 10월에는 PS5를 2020년 연말 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MS도 소니(SIE)도 인터넷을 통해 조금씩 차세대 게임기 정보를 공개하면서 소비층인 게이머들의 관심을 점점 높여가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 사업에서 기기 정보가 사전에 누출되는 것은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보안이 강한 애플도 아이폰 사전 정보 노출을 막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차세대 게임기에 대해 남겨진 정보는 ‘어떤 매력적인 게임 콘텐츠를 언제 어떻게 출시할 것인가’와 ‘게임기 가격' 그리고 ‘라이벌 기종과의 차별화를 위한 서비스'다.

◇ 차세대 게임기 핵심 성능 ‘로딩시간 단축',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PS4와 엑스박스원 등 현세대 게임기의 문제점은 게임 데이터를 읽어들이는데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는 게임 데이터를 저장하고 읽어들이는 장치가 하드디스크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PS5와 엑스박스 시리즈X 등 차세대 게임기는 현재 PC에서 사용되는 가장 빠른 데이터 전송 규격인 ‘NVMe(Non-Volatile Memory Express)’를 사용한다. 현재 하드디스크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규격인 SATA3는 초당 6Gbps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하지만 NVMe 규격의 SSD는 24Gbps(초당 3GB)를 훌쩍 넘어 초당 5GB에 육박하는 것도 등장했다.

엑스박스 시리즈X는 빠른 데이터 입출력 기능을 바탕으로 여러 개의 게임을 완전 중단없이 번갈아 가며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차세대 게임기는 보다 사실적인 광원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픽 솔루션 업계에서는 이를 ‘실시간 레이트레이싱(RTC)’라고 부른다. 현재 지포스2080 등 최신 PC용 그래픽카드에서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빛 반사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레이트레이싱’ 기술은 단순히 빛과 그림자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광원과 주변 매질에 따라 달라지는 반사광까지 하나하나 고려해 더욱 사실적인 광원 효과를 구현하는 것이 목적인 기술이다.

레이트레이싱 기술을 실시간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과거 수천만원대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이 필요했지만, 그래픽프로세서 발달로 현재 고성능 그래픽카드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레이트레이싱 기술은 차세대 게임기의 핵심 그래픽 기술이기도 하다. 언리얼과 유니티 등 게임 엔진 개발사는 앞다퉈 자사 게임 개발 도구에 레이트레이싱 기술을 접목했다.

엑스박스 시리즈X로 실시간 랜더링한 헬블레이드2 영상 일부. / 유튜브 갈무리
엑스박스 시리즈X로 실시간 랜더링한 헬블레이드2 영상 일부. / 유튜브 갈무리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효과는 MS가 공개한 ‘헬블레이드2’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MS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엑스박스 시리즈X에서 실시간으로 렌더링한 것이다.

헬블레이드2 영상. / 유튜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