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회장 레이스가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전직 KT(OB) 출신 간 2파전 구도로 흐른다.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사장),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 등 현직 3인방이 의외로 힘을 받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KT 이사회는 비공개를 요청한 1인을 제외한 8명의 후보자 명단을 발표했다. 구현모 사장, 이동면 사장, 박윤영 부사장 등 현직 인사, 임헌문 전 매스총괄 사장, 김태호 전 혁신기획실장(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표현명 전 텔레콤&컨버전스 부문 사장, 최두환 전 종합기술원장(포스코 ICT 이사) 등이 전직 인사다. 노준형 전 장관,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은 관료 출신이다. 윤 전 차관은 KT 성장사업부문장(부사장) 출신이라 범 KT 인사로 본다.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왼쪽)과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 / KT 제공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왼쪽)과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 / KT 제공
KT 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전원(8명)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심사위원회는 이번 주 중 차기회장 후보 9명을 대상으로 자격심사와 심층 면접을 진행한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최종후보를 2~3인으로 압축하고, 이르면 다음주 내 이사회에서 최종후보 1인을 낙점한다.

KT 안팎에는 노 전 장관과 임 전 사장의 2파전 양상을 예상했다. 노 전 장관은 미래 융합 비전 전략에, 임 전 사장은 통신업 전문성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기획원으로 공직을 시작한 노 전 정통부 장관은 정보통신산업 정책 실무부터 두루 경험한 정책 기획통이다. 미래 비전과 전략 수립에 강하다. 또 사실상 유일한 관료 출신 후보다. 합산규제, 케이뱅크 대주주 자격 요건 완화 등 규제 산업인 통신 분야 당면 이슈를 해결할 적임자다.

참여정부 때 장관을 했지만 이른바 ‘낙하산 논란’으로부터도 자유로운 것도 이채롭다. 정권이나 정치권 유력 인사와의 교류설은 노 전 장관보다 오히려 일부 전현직 KT 출신 경쟁 후보에게서 나올 정도다. 다만, 기업 경영 경험이 전무한 것은 늘 그의 약점으로 작용한다.

임 전 사장은 KT에서 줄곧 영업과 마케팅을 해왔다. 실전 경험이 풍부한 야전형 장수다. KT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임 전 사장은 2018년 초 회사를 떠났지만 내외부적으로 따르는 직원이 많으며, 황창규 회장과 다소 거리가 있는 인물로 분류되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임 전 사장은 미래 사업이나 고객 비즈니스 관련 업무를 경험한 적이 없다. 아무래도 미래 비전과 융합 사업 전략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 현직 중 차기회장 적임자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은 점차 낮아지는 분위기다. 셋 모두 황 회장 측근이라는 꼬리표를 좀처럼 떼지 못한다.

후보 개별로도 약점이 있다. 구 사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참고인 조사를 받는 상황이라 미래 불확실성이 있다. 이 사장과 박 부사장은 R&D 분야 쪽으로 경력이 쏠려 있어 KT를 이끌 리더십을 더 검증받아야 한다. 다만 박 부사장은 KT 사내에서 폭넓은 신망을 얻고 있다. "차차기 회장이라면 ‘따논 당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회장후보심사위원회 한 관계자는 "후보자 중 수사를 받는 사안이 있는데, 팩트를 따져본 후 평가에 반영할 것"이라며 "전문성, 비전, 미래인재 육성 의지 등 전반적 기준뿐 아니라 개인 흠결이나 평판까지 고려해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회장후보심사위원회의 후보 압축 및 이사회의 최종 후보 선정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다. 확연한 우위를 점한 후보가 없어 사외이사끼리 의견을 나눌 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황창규 회장은 이사회 만장일치로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차기회장 선임과 관련해 사외이사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종 2인을 두고 추후 무기명 투표까지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KT 이사회는 KT 회장후보심사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검토해 최종 회장후보자 1인을 확정한다. 최종 회장후보자 1인은 2020년 3월 열릴 예정인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으로 선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