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환자와 의사에게 희소식이 나왔다. 한번에 모낭 10개를 연달아 심을 수 있는 모발 이식기(식모기·植毛機)가 개발됐다. 모낭 삽입을 위한 식모기 교체 횟수를 10분의 1로 줄일 수 있어 2~3시간 걸리는 수술시간이 1시간 반쯤으로 감소한다. 장시간 수술로 인한 환자의 신체적 부담과 의사의 피로도를 최소화 한 기술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경북대학교 모발이식센터, 오대금속과 공동연구로 수술시간을 30~50% 단축시킬 수 있는 연발형 식모기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의료진(경북대 김문규 교수) 실제 이식 수술에 활용을 하고 있는 모습. / ETRI 제공
ETRI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의료진(경북대 김문규 교수) 실제 이식 수술에 활용을 하고 있는 모습. / ETRI 제공
모발이식은 식모기를 이용해 뒷머리에서 채취한 모낭을 탈모 부위에 삽입하는 수술법이다. 이 수술법은 이식 속도가 빠르고 모낭 손상이 적으면서도 모발 생착율이 높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이 활용된다.

기존에 쓰는 단발형 식모기는 모낭을 식모기에 장착 후 두피에 삽입한 뒤 다시 식모기에 모낭을 장착하는 과정을 되풀이해야 했다. 남성형 탈모 환자 수술 1회당 2000~3000개의 모낭 삽입이 이뤄지다보니 수천 회의 식모기 교체 동작이 필요하다. 환자가 견뎌야 할 수술시간도 길어지고 시술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초래하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연발형 모발이식기에는 바늘 10개가 장착돼 있다. 한 모낭을 이식할 때마다 리볼버 권총처럼 카트리지가 자동 회전해 바로 다음 이식이 가능하다.

경북대학교병원 모발이식센터는 8차에 걸친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차 임상에서는 최은창 ETRI 책임연구원이 직접 임상 대상으로 나서 모발이식 수술 집도 전문의 김문규 경북대학교 교수의 시술을 받았다. 사용상 결함이나 안전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기존의 수동식모기를 활용하면서도 모터 등 별도 전기장치 없이도 바늘을 공급하게 만들어 의사들이 새로운 기기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단발형 식모기와 개발한 연발형 식모기의 차이를 비교하는 그래픽. / ETRI 제공
단발형 식모기와 개발한 연발형 식모기의 차이를 비교하는 그래픽. / ETRI 제공
바늘 개수를 더 늘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연구진은 시술 과정에서 회복 시간을 고려해 식모기를 최적 시점에 교체할 수 있도록 바늘 개수를 10개로 정했다.

ETRI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장비를 개발한 오대금속은 GMP 및 의료기기 제조인증(KFDA)과 미국 FDA 등록을 마쳤다.

김문규 경북대학교 교수는 "ETRI 기술을 활용해 2~3시간 이상 걸리던 수술을 1시간반 수준으로 줄였고, 모낭이 체외에서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 생착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형 ETRI 의료IT융합연구실장은 "탈모 환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하면서 기술 보급 및 시장 확대를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식모기 장비 비용을 낮추고 식모 과정을 전 자동화를 이룰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하는 연구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