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용실마다 가격도 서비스도 제각각, 기술이 오프라인 미용실 혁신"

차현아 기자
입력 2019.12.21 06:00 수정 2019.12.23 20:10
누구나 미용실 방문 전 한 번씩 주저한다. 10만원 넘게 지불했는데 정작 결과엔 100% 만족하기 쉽지 않은 경험 때문이다. 분명 머리를 이렇게 다듬어 달라고 했는데 정작 거울 속 머리 모양은 딴판이다. 머리가 마음에 들어 같은 미용실을 다시 방문해도 같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심지어 같은 헤어 디자이너가 머리를 만져도 결과가 제각각이다. 한번이라도 미용실을 방문해봤다면 누구나 경험해봤을 불편함이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 로봇이라는 단어가 세상을 뒤집어놓을마냥 떠들썩하게 흘러나온다. 정작 일상 생활에서는 여전히 불편한 것들이 적지 않다. 기술은 여전히 온라인 세상 안의 일이다.

송기현 퓨처살롱 대표와 최혜원 퓨처살롱 디렉터는 1년 전 창업을 고민하며 오프라인 세상의 불편함을 기술로 개선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았다. 그러다 미용이 눈에 띄었다.

퓨처살롱은 ‘쉐어스팟'이라는 공유 미용실을 만든 스타트업이다. 공유 오피스처럼, 공간 이용료만 지급하면 미용실 공간과 기자재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창업 부담을 줄여준다. IT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겸 컴퍼니빌더인 퓨처플레이가 만들었다. 지금은 퓨처플레이 자회사로, 별도 법인으로 운영 중이다.

IT조선은 지난 17일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창업지원센터 마루180에서 송 대표와 최 디렉터를 만났다.

(왼쪽부터) 송기현 퓨처살롱 대표, 최혜원 디렉터./ 퓨처플레이 제공
미용 업계는 고객 뿐 아니라 헤어 디자이너 입장에서도 개선돼야 할 지점이 많다. 미용실 수는 2017년 기준 전국에 11만5000개다. 편의점(4만개)이나 카페(7만개)에 비해 매우 많은 편이다. 매일 한 번 꼴로 고객이 많이 방문하는 편의점이나 카페와 달리 한 달에 한 번 방문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미용실이 1년 내 망할 가능성도 10%나 된다. 3년이 지나면 절반 가량(59.7%)만 살아남는다.

경쟁도 치열하지만 살아남는다 해도 만족할만한 매출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매출 대비 실수익은 약 30% 정도다. 헤어 샵 만드는 초기 비용은 최소 3000만원, 최대 1억5000만원에 달한다. 인건비 부담때문에 헤어 디자이너가 미용 이외에 운영 잡무를 모두 맡는다. 전체 미용실 중 80%가 헤어 디자이너 혼자 운영하는 이유다. 그러다보니 고객 서비스에 집중하기 힘들어지고, 고객이 찾지 않아 매출이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쉐어스팟은 미용실 공간과 시설을 공유하는 공간이다보니 기존 창업 비용보다 절반 정도 저렴하다. 다만 쉐어스팟을 단순히 공유 미용실로만 보긴 힘들다. 쉐어스팟의 핵심은 고객 관리 솔루션이다. 여기에는 고객 데이터를 정량화해 관리하는 시스템이 포함돼있다.

그동안 고객들은 헤어 디자이너가 자신의 머리에 어떤 약품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알 수 없었다. 모발 상태도 정확히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원하는 스타일을 말로만 설명하다보니 헤어 디자이너도 고객이 요구하는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힘들었다. 최 디렉터는 "흔히 ‘머리를 다듬어달라'고 말하는데 다듬는다는 기준은 모든 사람이 다 다르더라"라며 "그동안 고객과 헤어 디자이너가 정확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쉐어스팟 솔루션에는 고객이 받은 시술관련 정보가 모두 기록된다. 언제 방문해서 어떤 시술을 받았는지, 어떤 약품을 얼마나 많이, 오래 발랐는지의 정보도 남긴다. 고객 모발과 두피 상태와 함께 시술 직후 모발 색과 컬 크기 정보까지 모두 포함된다.

이 데이터는 고객이 저번 시술 때와 정확히 같은 헤어스타일을 원할 때 유용하다. 시술과정의 모든 것이 정량 데이터로 기록됐기 때문에 가능하다. 심지어 다른 헤어 디자이너에게 시술을 받아도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1호점에 적용될 쉐어스팟 고객 관리 솔루션./퓨처플레이 제공
쉐어스팟은 향후 고객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시술과정을 자동 제안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현재 받고 있는 시술의 5분 후 결과와 10분 후 결과를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준다. 이를 보고 고객은 원하는 시점에 시술 중단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런 시스템은 헤어 디자이너에게도 유용하다. 고객이 어떤 결과를 원하는지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당장 AI와 머신러닝이 쉐어스팟 솔루션에 도입되는 것은 아니다. 송 대표는 "AI와 딥러닝 등을 적용할 개발 인력을 이미 확보해둬서 개발에는 문제가 없다"라면서도 "시술을 정량화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목표일 뿐 AI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적용할 기술이 얼마나 최첨단 기술인지보다 얼마나 오프라인 공간을 편리하게 혁신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쉐어스팟의 고객 데이터 관리 솔루션은 대단한 기술 없이도 누구나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며 "현재 기술발전 수준으로 보면 이미 가능한 서비스여야 하는데 정작 현장엔 없어 모두가 불편함을 느껴왔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쉐어스팟을 오히려 기존 미용업계에서 반기는 이유기도 하다. 최 디렉터는 "많은 헤어 디자이너들이 자신만의 샵을 창업하고 싶어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서 주저한다"며 "내 가게를 저렴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다들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쉐어스팟은 2020년 1월 서울 강남지역에서 1호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1호점 운영 성과를 기반으로 지점 수를 계속 넓혀나갈 계획이다.

송 대표는 "지금은 시술 결과에 불만을 갖는 고객이 전체 15%나 된다"며 "고객과 헤어 디자이너 사이 소통을 돕는 인프라가 되는게 쉐어스팟의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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