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모두 어려움을 겪은 한해였습니다. 수출은 급감했고 경쟁국 중국의 추격은 매서웠습니다. 5세대 이동통신(5G) 정착으로 인한 반도체 수요 증가와 OLED 확대 적용 등 호재도 있지만, 해법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기술 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 / 김동진 기자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이하 반디기술학회) 회장의 말이다. 그는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이기도 하다. 20일 한양대학교 연구실에서 IT조선 기자를 만난 박 회장은 2019년 반도체·디스플레이 주요 이슈와 2020년 전망을 전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 / 김동진 기자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이하 반디기술학회) 회장의 말이다. 그는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이기도 하다. 20일 한양대학교 연구실에서 IT조선 기자를 만난 박 회장은 2019년 반도체·디스플레이 주요 이슈와 2020년 전망을 전했다.
박재근 회장이 든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경기 하락 ▲스마트폰 시장 정체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5G 개통 ▲중국의 추격 등이다.

그는 "2018년 최대 호황을 누렸던 반도체 산업은 2019년 급격히 하락했다"며 "미중 무역분쟁과 스마트폰 시장 포화, 일본 수출규제 등 악재가 겹쳤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했고, 연쇄적으로 수요가 줄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도 침체했다"고 말했다.

일본이 지난 7월부로 단행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도 주요 이슈다.

박재근 회장은 "큰 우려와 달리 한국 기업의 피해는 없었다고 본다"며 "오히려 한국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현주소를 알 수 있었던 경험이다. 높은 수준의 소부장 기술은 이미 미국과 일본 기업이 대부분 확보했다. 한국 기업의 현실을 냉철히 판단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진단했다.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시작한 5G도 새로운 반도체 수요를 창출할 기술이다. 박재근 회장은 "5G가 안정화되면 수많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요를 창출할 것이다. 5G 탑재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라며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장도 반도체 수요로 이어진다. 2020년은 새로운 반도체 시장이 열리는 원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맹추격도 한국 기업에 큰 영향을 줬다.

박재근 회장은 "중국은 2019년 반도체 장비 투자 금액 세계 1위 국가다. 2위는 대만, 3위가 한국이다"며 "중국 칭화유니 그룹 산하 낸드 제조사 YMTC는 2030년까지 70조원을 투자한다. 한국 업계가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2025년 반도체 시장 주도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R&D)에 나섰다. 양적, 질적 모두 제조 강대국이 되겠다는 이른바 ‘중국제조 2025’를 국가 차원의 추진 전략으로 삼고 반도체 투자를 본격화했다.

박재근 회장은 "반도체는 디스플레이와 달리 기술 난이도가 높고 제조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 단시간에 따라잡기는 어렵지만, 중국 추격은 이미 시작됐다"며 "긴장을 늦추지 말고 기술 격차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저가 LCD 공세로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은 어려움을 겪었다. LG디스플레이가 구조조정을 단행, LCD 부서와 인사를 OLED로 전환한 것이 예시다.

박재근 회장은 "중국은 2017년부터 LCD 총생산량에서 한국을 추월했다"며 "OLED 추격도 시작됐다. 소형 OLED를 중심으로 중국이 본격 투자에 나섰다. BOE뿐만 아니라 비전 옥스 등 중국 기업은 OLED에 대대적으로 투자한다. 특히 BOE는 애플로부터 스마트폰용 플렉시블 OLED 공급사 지위를 최근 따냈다. 반도체에 이어 OLED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 주요 디스플레이 기업 OLED 현황 /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제공
한국과 중국 주요 디스플레이 기업 OLED 현황 /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제공
박재근 회장은 "BOE와 비전옥스가 2021년까지 월 20만장 OLED 생산 케파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때가 되면 품질은 몰라도 소형 OLED 생산량은 삼성과 LG디스플레이를 능가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2019년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차세대 OLED 기술에 투자하는 시기였다고 정리했다.

하지만, 박재근 회장은 2020년 반도체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2021년 또는 2022년이 되면 2018년과 같은 반도체 호황기가 찾아올 것이라 본다. 그 배경은 5G 서비스 본격화로 촉발되는 국가별 데이터센터 업그레이드 수요,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확장하는 OTT 사업 등이다"고 전했다.

인포테인먼트와 첨단 주행보조시스템(ADAS)에 탑재되는 차량용 반도체, 멀티 카메라 수요로 확대되는 이미지 센서 시장 등도 긍정적인 요소라고 전했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반도체 가격과 수요 회복, 재고수준 정상화에 힘입어 2020년 2분기를 기점으로 반도체 수출이 개선되리라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재개로 인한 D램 재고 정상화 가능성 ▲5G가 이끄는 모바일 수요 ▲인텔과 AMD의 치열한 경쟁이 촉발하는 PC 수요 ▲삼성과 SK하이닉스의 대대적인 시스템반도체 투자를 수출 개선의 배경으로 언급했다.

박재근 회장은 LCD 가격하락이 주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5인치 이상 OLED 해상도는 600~800ppi 수준인데 2000ppi 이상 해상도를 지닌 OLED 상용화에 집중해야 한다.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 기술 개발에 몰두해야 한다"고 전했다. 더는 투자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경쟁국을 물리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재근 회장은 "대형 OLED는 LG디스플레이가 10.5세대 OLED 공장 가동을 준비, 시장 확장에 나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퀀텀닷) 디스플레이 생산 공정과 연구개발에 총 13조원을 투자했다"며 "양사가 경쟁하며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긍정적인 모습이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한다"며 "2020년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OLED 시장 확대 덕분에 2019년 1095억달러(130조7200억원)보다 5.1% 성장한 1151억달러(137조400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늘어나는 OLED 시장 수요를 잡기 위해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투자 경쟁에 여념이 없다.

박재근 회장은 반디기술학회의 2020년 중점 활동도 전했다. 그는 17일 11대 반디기술학회장으로 선출, 10대 학회장에 이어 연임했다.

그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소부장 업체 소속 회원들과 관련 대학·출연연 연구원으로 구성된 학회는 기업체 소속 회원이 구성원 절반 가까이 된다는 특징이 있다"며 "2020년 반디기술학회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부장 산업이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되는 데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배정된 정부 예산이 꼭 필요한 소부장 기업에 갈 수 있도록 선정 작업도 진행 중이다"며 "국민 세금이 제대로 집행되도록 학회는 역할을 다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