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P간 '상호정산' 트래픽 비율 1:1.8로 확정
CP의 망이용대가 인하 가능성 ↑
이통3사는 명분, CP는 실리

인터넷 서비스 제공 시 고용량 데이터 제공이 필수인 콘텐츠제공업체(CP)는 망 이용대가로 고민이 크다.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제공업체(ISP)가 값비싼 사용료 지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ISP는 다른 ISP와 연결할 때 발생하는 ‘상호접속료’가 비싸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가 새로 발표한 ‘상호접속제도’ 개정안에 따라 CP의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기존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 간 접속대가 산정 기준인 트래픽 비율 기준을 1:1.8로 바꾸며 ISP간 상호접속에 따른 접속료 발생 가능성을 낮췄다. 이는 트래픽 제약에서 자유로워진 ISP 간 신규 CP 유치 경쟁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는 상호개방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KT에 가입한 고객은 미국 이통사가 유치한 콘텐츠제공업체(CP)의 서비스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끼리 서로 계약을 맺고 각자 영입한 CP의 콘텐츠를 타사 가입자에게도 제공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대신 ISP 간 트래픽 발생 용량에 따른 비용 정산 이유는 있다. 일방적으로 ‘가’ 라는 ISP가 ‘나’ 라는 ISP에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퍼주기만 할 경우 부당한 관계가 형성되므로, ‘가’는 ‘나’에게 별도의 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 이를 가리켜 인터넷상호접속료라고 한다.

인터넷 시장 구조를 안내하는 이미지. / 과기정통부 제공
인터넷 시장 구조를 안내하는 이미지. / 과기정통부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23일 인터넷 시장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업계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만든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다고 22일 밝혔다.

인터넷망 상호접속은 통신사(ISP)가 인터넷 트래픽을 교환하기 위해 인터넷망을 서로 연동하는 것을 말한다. CP가 ISP에 지불하는 망 이용대가와는 달리, ISP끼리 연동 관련 대가를 주고받는다는 개념이다.

ISP는 인터넷망 상호접속에 따른 대가를 상호접속 협정(도매)을 체결해 정산하며, 상호접속 협정의 절차와 정산방식 등은 2005년 정부가 발표한 고시를 통해 정해졌다. 포털이나 OTT 등 CP는 통신사와 망 이용계약(소매)을 체결하며, 망 이용대가 등 계약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통신사와 CP 간 자율적인 협상에 의해 결정한다.

정부는 2016년 데이터 중심의 통신환경 변화를 반영해 트래픽 기반 정산방식을 도입하는 등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 전반을 개편했다. 대형 ISP(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간 접속료 정산방식을 기존 무정산에서 발신 트래픽량에 따라 상호정산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제도 개편 후 통신사 간 정산 접속료가 CP 시장에 영향을 미쳐 인터넷 시장의 경쟁이 위축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기정통부는 인터넷 시장 전반의 경쟁상황을 확인·점검하고,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18년 9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제도개선 연구반을 구성·운영했다. 연구반에는 CP(포털, OTT 등), 통신사(10여개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 협회(KTOA, KCTA, 한국인터넷기업협회, KSF), 연구기관(KISDI, ETRI)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했다. 총 8차례 연구반 회의와 사업자 개별의견 청취 등을 통해 인터넷 생태계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과기정통부는 트래픽 교환 비율이 일정수준 이하일 경우 ISP끼리 접속료를 상호정산하지 않도록 접속료 정산제외 구간(무정산 구간)을 설정했다. 무정산 구간은 과기정통부가 시장경쟁 상황 등을 고려해 하한수준을 결정하며, 현행 대형 통신사 간 트래픽 교환비율의 최대치보다 다소 높은 수준인 1:1.8로 결정한다. 예를 들어 ISP A와 B가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고 가정할 때 양사간 데이터 교환 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가 되면 상호정산을 하지 않는다. A가 B에 1GB의 데이터를 줄 때 B가 A에게 1.5GB의 데이터를 발생시키면 상호정산 대상에서 제외하는 식이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과장은 "최근 1년간 대형 통신사 간 월별 트래픽 교환비율은 모두 1:1.5를 밑돌았다"며 "1:1.8로 상호접속고시를 개정할 경우, ISP간 접속비를 정산하지 않아도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정부의 무정산 구간 설정으로 통신사가 접속비용없이 CP를 유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향후 CP유치전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소 통신사(중계사업자, CATV사 등)의 접속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접속통신요율을 인하하고, 사업자 간 상호합의가 있는 경우 계위 등을 달리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화한다. 정부는 매년 요율 별로 동일한 비율로 접속통신요율을 인하해 왔지만, 요율 간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요율 별로 인하율을 달리 설정하고 연간 최대 30%(중계접속요율)쯤 인하한다. 기존 인하율은 연간 7.3%(2016∼2017년), 13.4%(2018∼2019년)씩이었다.

과기정통부는 또 인터넷 시장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접속통신요율 상한과 대형 통신사 간 트래픽 교환비율을 공개한다. 업계와 협의해 망 이용대가 추이를 수집·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 통신정책관은 "이번 개선안은 통신사 뿐 아니라 인터넷 생태계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 만든 결과물이다"며 "다양한 인터넷 생태계 참여자가 동반성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제도개선 방안이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고시를 개정하는 한편, 관계부처와 함께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등 인터넷 시장의 경쟁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