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8일 페이스북은 ‘세계에서 통용할 수 있는 간편한 형태 화폐를 발행하겠다’며 리브라(디지털 화폐) 프로젝트 백서(white paper)를 공개했다. 2020년 상반기 출시가 목표다. 페이스북 발표 직후 세계 금융기관과 정부는 엇갈린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7월 16~17일 미국 상·하원은 관련 청문회를 연달아 진행했다. 우리나라 금융위원회도 이례적으로 분석보고서를 냈다.

이미 지난 몇 년간 리플, 테더, JPM 등 상당수 디지털화폐가 등장했다. 하지만 이토록 격렬한 반응은 없었다. 과연 리브라가 가져올 변화가 무엇이기에 세계가 이토록 뜨겁게 반응할까. 리브라 주요 특징과 향후 전망을 4회에 걸쳐 알아보고자 한다.

[최화인의 디지털경제] ① 페이스북 리브라가 가져올 변화
[최화인의 디지털경제] ②페이스북 리브라가 가져올 변화

페이스북 리브라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작동하면 우리는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글로벌 금융혁명’ 시대에 들어가게 된다. 그렇지만 페이스북이 직면한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4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내년 상반기 출시 목표인 리브라 프로젝트 성패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 각국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반발과 대응

국경 간 제약 없는 금융 서비스망을 구축하겠다는 페이스북 리브라 프로젝트는 사실상 ‘글로벌 은행업’ 진출을 선언한 셈이다. 당연히 세계 중앙은행과 금융권 반발이 거세다.

특히 유럽 주요 국가는 연일 리브라에 즉각적이고도 날선 비판을 가한다. 이는 화폐 영향력 때문이다. 화폐 영향력은 그 돈이 유통되는 화폐공간 크기에서 나온다. 달러가 힘을 갖는 이유는 세계 어디서든 통용되기 때문이다. 만약 25억명의 이용자를 갖고 있는 페이스북 플랫폼을 기반으로, 리브라가 세계 어디서든 통용된다면 사람들은 각국 화폐를 환전하는 대신 리브라를 쓸 것이다.

예를 들어 유럽을 방문한 관광객이 현지 숙박과 시설이용, 상품구매에 리브라 결제가 가능하다면 번거롭게 유로화를 환전할 필요가 없다. 이는 화폐도 상품이기 때문이다. 환전은 화폐를 구매하는 방식의 하나다. 리브라 이용으로 유로화 환전이 줄어들면 유로화 수요가 줄어든다. 유로화 발행으로 얻어지는 수익도 당연히 감소한다.

유럽현지에서 돈을 써도 결제수단을 리브라로 삼을 경우 화폐사용으로 발생하는 수익은 유럽이 아닌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본사가 있는) 미국 몫이다. 금융결제에 따른 매출은 유럽에서 발생하지만 매출에 따른 수익은 페이스북(과 미국)이 갖는다.

미국 IT기업이 유럽에서 연간 50억유로(약 6조6000억원)의 디지털 콘텐츠 판매로 매출을 올리면서도 법인이 유럽 밖(미국과 아일랜드)에 있기 때문에 매출에 상응하는 세금을 유럽에 내지 않는 것과 동일한 상황이 ‘금융결제’영역에서도 발생하는 셈이다.

당장은 유럽 각국이 리브라 결제를 허용하지 않거나, 일명 ‘구글세’로 불리는 ‘디지털세’를 리브라에도 부과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국을 필두로 리브라 결제를 이용하기 시작한다면 유럽도 대세를 막을 여력은 없다.

중국은 리브라 발표 직후 디지털 위안화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현금 없는 사회’에 진입한 중국은 대부분의 금융 결제를 위쳇페이와 알리페이라는 자체 결제시스템을 사용한다. 때문에 리브라 파급력은 유럽보다는 덜할 전망이다.

그러나 리브라가 파고들 경우 중앙정부가 추적할 수 없는 금융영역(지하금융)이 생길 우려가 있다.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만들기 위한 중국의 대외적 노력에도 제동이 걸린다. 6년차에 접어든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건설’은 달러 통화패권에 대항해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통용되는 ‘차이나머니 경제권 건설’을 위해 추진된 프로젝트다. 중앙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일대일로 벨트에서 리브라가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면 위안화의 국제화는 힘을 받기 어렵다.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발행, 즉 디지털 통화 공격은 디지털 통화로 방어하는 전략을 택한 이유다. 글로벌 플랫폼과 결제 편의성을 무기로 한 리브라 공격을 자체 디지털 금융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권역 내 리브라 진입을 사전 차단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프랑스와 독일이 중국에 이어 디지털 통화 발행계획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흐름이라면 리브라 프로젝트에 대항하기 위해 유럽 중앙은행이 연합해 새로운 글로벌 통화를 발행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은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기관들이 리브라를 반대하고 있지만 어차피 금융권 구조조정이 예정된 운명이라면 리브라와 협조하면서 새로운 생존방식을 찾고자 하는 은행도 나타날 것이다.

◇ 정부의 화폐 주조권 침해

리브라는 법정통화와 연동되는 방식이 아니다. 리저브라는 예치자산 가치와 연동되는 자체 환율을 갖는다. 사실상 독립 국가에서 디지털 법정화폐를 발행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를 이유로 리브라는 오직 주권을 가진 중앙정부만 갖는 화폐 주조권을 침해한 ‘통화의 사유화’라는 비판을 초기부터 받았다.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이를 정치적 이슈로 삼으면 미국기업인 페이스북은 리브라 프로젝트를 지속 추진하기 어렵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6월 미국 통화정책과 국가안보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리브라 개발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10월 23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주관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미국 당국 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 페이스북은 리브라 프로젝트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며 페이스북이 절대 미국의 이해관계에 반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코자 했다.

그러나 6월과 10월 진행된 의회 청문회에서 명확해진 건 페이스북 리브라보다 통화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결구도다.

주커버그와 리브라 프로젝트 총괄 데이비드 마커스는 향후 디지털화폐 기반 결제시장을 중국에 뺏기지 않기 위해 리브라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중국에서 ‘미국에 금융패권을 뺏기지 않아야 한다’며 주장하는 것과 동일한 양상으로 데칼코마니같다.

눈 여겨 볼 것은 리저브의 외환바스켓 구성이다. 미 달러 50%, EU 유로화 18%, 일본 엔화 14%, 영국 파운드화 11%, 싱가포르 달러 7%로 알려졌다. 여기에 중국 위안화를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은 리브라가 디지털 금융 시대에도 중국을 견제하며 미국 금융패권을 지키는 수호자가 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보여진다.

리브라 등장은 금융 패러다임 전환과 맞물려 세계 통화패권을 둘러싼 미·중·유럽 3대 세력 간 전투를 가시화하는 계기가 됐다. 달러를 대신해 리브라가 나서도 된다는 판단이 선다면 미국도 더 이상 리브라에 제동을 걸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12월 5일 의회 청문회에서 은행 보안규정과 자금세탁방지 규정만 준수한다면 "리브라 발행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리브라 출시를 앞두고 각 국 반대와 우려 속에서 페이스북은 예정된 수순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리브라가 내건 ‘금융민주주의’보다는 ‘금융국가주의’에 가까운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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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연세대에서 학사와 문학 석사를,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블록체인협회에서 블록체인캠퍼스 학장·자율규제위원회 규제위원·자문위원 등을 맡아 거래소 자격심사,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에 관한 정책대응과 교육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캠코CS 비상임감사와 금융감독원 블록체인 발전포럼 자문위원,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운영위원을 맡아, 블록체인 분야의 정보교류와 컨설팅을 담당하는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