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 계약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의 법제화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방송과 유통시장의 상생발전을 위해 홈쇼핑 송출수수료 협상을 공정하게 관리·감독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한다. 그동안 홈쇼핑과 유료방송 협상에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굽힌 셈이다.

./ 류은주 기자
./ 류은주 기자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 재허가·재승인 시 홈쇼핑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 2019년 개정한 가이드라인을 개정함에 따라 2020년부터 유료방송사와 홈쇼핑사 재허가·재승인 시 가이드라인 준수를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유료방송사와 홈쇼핑사들이 협상 시 가이드라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강제성을 부여했다.

23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열린 ‘유료방송과 홈쇼핑 상생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도개선 전문가 간담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토론회 패널로 참석해 이같은 의견을 개진했다.

김준동 과기정통부 방송채널사업정책팀장은 "홈쇼핑 송출수수료 문제는 법적 근거 없이 정부의 직접 개입이 바람직 하지 않아 기본적으로 시장자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다만 정부는 가이드라인, 표준 계약서를 2017년 제정해 2018년부터 시행하고 협상과 계약의 과정과 절차가 공정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2020년 가이드라인 준수를 사업자들의 재허가·재승인 조건으로 부과한 것은 일정 부분 구속력을 부과하는 것으로 사실상 제도화 직전 단계까지 온 것이다"고 부연했다.

정부의 개입을 두고 홈쇼핑 업계와 유료방송 플랫폼 업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케이블TV·IPTV업계는 사업자 간 협상이므로 정부 개입을 반대한다. 홈쇼핑 업계는 정부가 나서 과도한 송출수수료 인상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정현 IPTV협회 차장은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증가하는 현상만으로는 시장실패라 판단할 수 없다. 정부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송출수수료 급증은 홈쇼핑 사업자들이 황금채널 확보를 위한 출형 경쟁의 결과로, 유료방송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 남용이라는 주장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황기섭 한국TV홈쇼핑협회 실장은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 개정은 물론 최근 정부가 유료방송 M&A 승인 조건으로 해당 가이드라인 준수를 제시한 것은 고무적이다"라며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심사 때도 같은 조건이 고려되길 바라며, KT 역시 이를 잘 따라 준다면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은 실질적으로 법령에 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고, 분쟁의 소지도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 계약 가이드라인이 실효성을 갖추고, 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준동 팀장은 "현재보다 분쟁이 더 심화하면 법제화를 검토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며 "현시점에서는 개정한 가이드라인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적극 협조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