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동의없는 ‘망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실효성 논란속 제정

류은주 기자
입력 2019.12.26 17:16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제정한 ‘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업계의 반응이 냉담하다.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물론 인터넷제공사업자(ISP)도 만족하지 못한 최종안이 확정됐다. ISP 사업자들이 요구하던 망 이용대가와 관련된 규정은 담기지 않았다.

방통위는 26일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2020년 1월 27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 류은주 기자
방통위는 2018년 11월부터 공동으로 연구반을 구성해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했다. 여러 차례의 업계 인터뷰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제2기 인터넷 상생발전협의회에서 논의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최종안을 만들었다.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계약 당사자 간 신의성실의 원칙 준수와 유사한 내용의 계약과 비교해 차별적인 조건을 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망 이용계약의 원칙과 절차 ▲상대방에게 특정 계약 내용을 강요, 제3자와의 계약 체결 또는 거부를 강요와 제3자와 담합 등을 규정하는 불공정행위 유형 ▲ISP와 CP의 이용자 보호 의무 등이 담겨 있다.

방통위는 5일 국회에서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이해 관계자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방통위는 실효성 논란에도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사업자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향후 가이드라인을 보완해 집행력을 높여나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허욱 상임위원은 "국내 CP들의 반발이 있지만, 시장의 현실을 보면 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며 "국가가 투자했던 인터넷 전용회선을 민간 ISP사업자들이 투자하는 등 사적 투자재원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CP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강제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동안 협의 과정에서 해외 CP가 자신들만의 기준을 내세우며 협상을 질질 끌거나 무시했다"며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주요 내용./ 방통위 제공
김석진 부위원장도 "가이드라인의 목적은 망 이용계약 과정서 불공정행위를 막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라며 "결과적으로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지만 미흡하게나마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CP 역차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방통위도 고민해야 하며, 해외 CP가 동참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달라"고 주문했다. 한상혁 위원장도 "기본적인 효력을 가질 방안을 고민해달라"고 요청했다.

최성호 이용자정책국장은 "향후 가이드라인에서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상황에 따라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방통위의 가이드라인 제정 강행에 국내 CP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시민단체 오픈넷은 9일 ’망이용계약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이는 마지막 회의에 불참하는 등 최근까지도 가이드라인 철회를 촉구했다.

방통위는 앞서 사업자들의 동의 없는 가이드라인은 의미가 없으므로 기한을 두지 않고 지속적인 합의를 이끌어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사업자들이 동의하지 않는데도 당초 계획에 따라 연내 가이드라인 제정을 강행한 셈이다.

사업자의 동의 없이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이유를 묻자 방통위 관계자는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으며, CP 측의 의견도 가이드라인에 많이 반영했다"며 "CP들이 가이드라인 조항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가이드라인 제정 자체를 반대했기 때문에 더 합의를 기다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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