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AI+X ② 5G생태계

2019년이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원년이었다면, 2020년은 5G 산업 생태계 활성화 시작점이다. 산업 생태계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각국의 패권 다툼이 새해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를 했으나 미국과 중국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 더욱이 미국은 세계 최대 콘텐츠와 플랫폼을, 중국은 14억 인구와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있다. 상용화를 넘어 시장과 산업 주도권을 또다시 장악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과 유럽 등 후발 주자들도 5G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치밀한 전략을 들고 나올 태세다. 첫 상용화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한국이 자칫 무대 밖으로 밀려날 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 최초 5G 상용화, 대한민국이 시작합니다' 행사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 최초 5G 상용화, 대한민국이 시작합니다' 행사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새 5G 산업 생태계 열린다

최근 통신장비 기업 에릭슨이 발표한 ‘에릭슨 모빌리티 리포트’ 자료를 보면, 2019년말 기준 글로벌 5G 가입자 수는 1300만명이다. 이중 500만명쯤은 한국 이통사가 모집한 가입자다. 한국이 초기 시장을 주도했다. 새해부터 달라진다.

./ 에릭슨모빌리티보고서 갈무리
./ 에릭슨모빌리티보고서 갈무리
일본·호주·홍콩·인도·캐나다·프랑스·스페인·아랍에미리트 등은 2020년 5G를 상용화한다. 2025년께 5G 예상 가입자 수는 26억명이다. 세계 모바일 가입자의 29%가 5G 사용하는 셈이다.

IHS마킷에 따르면 5G를 본격 상용화하는 2020년부터 2035년까지 세계 규모의 경제효과는 최대 12조3000억달러로 추정되며, 세계 GDP는 3조달러(3472조원원)가 증가한다. 가트너는 2020년 전세계 5G 무선 네트워크 인프라 매출이 2019년 22억달러(2조5000억원)에서 89% 증가한 42억달러(4조8000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5G 세계 경제효과./ 한국무역협회 제공
5G 세계 경제효과./ 한국무역협회 제공
5G는 데이터 생산·유통·활용을 촉진할 핵심 인프라다.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가져온다. 4G(LTE)의 활용 영역이 스마트폰에 국한되었다먼, 5G는 다양한 산업분야(B2B)와 첨단 단말 디바이스에 전면 적용이 가능하다.

정부는 5G 네트워크 장비 및 단말과 첨단 디바이스 보안, 융합서비스 등의 주요 연관산업 분야에서 2026년 기준 1161조원 규모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5G를 기반으로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5G포럼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동구 연세대 교수(전기전자공학부)는 "한국도 자율주행에 쓰일 주파수를 할당하고, 본격적으로 자율주행에 5G가 들어갈 것이다"며 "센서 중심이 아니라 통신중심으로 가는 것이 C-V2X(3GPP에서 제정된 자율주행 차량용 무선 전송 기술 표준) 자율주행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6월쯤 차세대 5G 표준인 릴리즈16가 완성되면, 차량통신이나 스마트공장에 5G 망을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2020년이야말로 5G가 산업을 연결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 본다"며 "또 2019년 발표한 정부의 5G+전략을 이행하기 위한 2020년에 다양한 과제들이 생성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빨라진 미·중·일 5G 행보

일본과 중국, 미국 등은 5G 망 구축에 속도를 낸다. 일본 미쓰비시종합연구소는 일본의 5G 및 광케이블 등 ICT 인프라 정비 및 활용에 따른 경제사회적 효과가 2030년 73조엔(776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 특히 2020년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5G 상용화에 적극 활용한다. 일본 1위 이동통신기업인 NTT 도코모를 비롯해 KDDI, 소프트뱅크, 라쿠텐 모바일 등의 이통사업자들도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총무성을 중심으로 5G 통신 시대에 적합한 제도와 기반을 정비한다. 주파수는 2018년 11월 4G의 2배 이상인 2.2㎓ 폭의 주파수를 할당하는 방안 발표한 후 2019년 4월 이통4사에 주파수 할당을 완료했다.

일본에 설치된 삼성전자 장비./ 닛케이 신문 갈무리
일본에 설치된 삼성전자 장비./ 닛케이 신문 갈무리
일본 총무성은 주파수 할당 조건으로 10㎢ 전국망의 5G 커버율(10Gbps 이상의 고속 회선이 설치된 기지국 비율)을 5년 이내에 50% 이상으로 할 것과 2년 이내에 모든 도도부현 중 적어도 한 도시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것을 이통사에 요구했다. 이통4사는 인프라 시설에 중국 제품 배제했다.

일본은 사물인터넷(IoT)시대에는 각각의 기기마다 통신기기를 설치함에 따라 통신에 사용되는 이동통신 번호 수요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2020년까지 기기 간 통신에 사용되는 이동통신 번호를 100억
개 추가한다.

일본의 4대 이동통신사는 5G 기지국 구축과 장비 도입 등에 5년간 3조엔(31조8000억원) 규모를 투입한다. NTT도코모(1조엔), KDDI(1조엔), 소프트뱅크(5천억엔), 라쿠텐모바일(3000억엔) 등
투자액 3조엔 중 기지국 등 설비에 대한 투자가 1조6000억엔(17조원)을 차지한다.

미국은 2019년 4월 버라이즌이 4개 도시에서 5G 상용화 서비스를 개시했다. 스프린트와 AT&T, T모바일도 연이어 상용화를 시작하고 서비스 지역을 확대 중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18년 9월▲시장 공급 주파수 확대 ▲인프라 정책 개편 ▲규제 개선으로 구분되는 5G 촉진 정책인 ‘5G Fast Plan’을 발표하고, 5G의 빠른 보급을 위해 주파수 대역을 고대역, 중대역, 저대역으로 구분해 주파수를 할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4월 미국의 5G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강조하며,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 경쟁에서 중국에 뒤처졌음을 지적했다.

FCC는 주정부 및 지방정부가 사업자들에게 부과할 수 있는 스몰셀 구축 신청·관리 비용의 상한선을
지정하고, 비용 범위를 명확하게 산정해 규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등 민간부문의 의 5G 투자를 촉진하고, 신속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선다.

또 미국 정부는 236억달러(27조3000억원) 규모의 농촌 디지털화 펀드(Rural Digital Opportunity Fund)를 설립해 농촌 지역 등 최대 400만 가정과 기업에까지 5G를 확대한다.

./ 화웨이 제공
./ 화웨이 제공
중국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인한 통신산업의 위축에 대응하고자 5G 상용화를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 11월에 추진했다. 2019년 10월까지 40개 도시에서 시범적으로 5G 상용화를 실시했다.

중국 3대 이통사인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은 향후 7년 동안 5G망 기반 정비에
1800억달러(208조3000억원)를 투자한다.

중국 정부는 5G를 중장기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상용화 로드맵을 수립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5G 기술개발과 네트워크 구축 분야에 5000억위안(86조원)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5G 시대 킬러 콘텐츠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이 부상함에 따라 중국 정부는 지역 산업 활성화를 위한 5G 기반의 AR·VR 활용 촉진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허베이성, 허난성 등 지방정부는 5G 상용화와 연계를 고려해 AR·VR 정책을 추진한다.

공존공생 5G 생태계 본격 시동

5G 상용화가 본격화함에 따라 정보통신기술(ICT)산업도 재편될 전망이다. 해외에선 장비·솔루션·스타트업 등과 통신업체 간 생태계 구축이 활발하다. 상용화를 먼저 해놓고도 산업 생태계를 만들지 못해 실익을 거두지 못했던 한국 이동통신산업이다. 5G 만큼은 이 전철을 밟지 말자는 목소리가 크다. 생태계 정점에 선 이동통신사업자들도 이를 인식하고 이전과 달리 접근한다.

세계 첫 상용화를 이뤄낸 이통3사를 직접 찾는 글로벌 ICT기업 수장들이 많다. 이통사들은 이를 사업 협력과 기술 수출로 이어가려 한다.

SK텔레콤은 독일, 싱가포르, 일본, 필리핀 등에 5G 상용화 기술을 수출·전수했다. KT는 중국 차이나모바일과 손을 잡고 5G 로밍과 블록체인 정산시스템을 상용화했다. 러시아 1위 이통사 MTS에 기가지니 기술 컨설팅을 제공한다. 5G 상용화 효과로 KT 23개 협력사는 6월~10월까지 열린 아시아와 유럽, 중동의 주요 글로벌 전시회에서 13건의 계약을 체결해 520억원의 해외 매출을 달성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체결식에 참여한 토마스 아키노 나우 코퍼레이션 그룹 회장, 심상수 SK텔레콤 인프라 비즈 본부장, 멜 벨라르데 나우 텔레콤 회장 모습. / SK텔레콤 제공
사진은 왼쪽부터 체결식에 참여한 토마스 아키노 나우 코퍼레이션 그룹 회장, 심상수 SK텔레콤 인프라 비즈 본부장, 멜 벨라르데 나우 텔레콤 회장 모습. / SK텔레콤 제공
LG유플러스는 차이나텔레콤에 5G 솔루션과 콘텐츠 수출에 성공했다. 핀란드 1위 통신사업자인 엘리사의 벨리마티 마틸라 최고경영자(CEO) 등 주요 임원들이 LG유플러스 용산사옥 등을 방문해 5G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밖에도 영국 BT, 일본 소프트뱅크, 남아프리카공화국 레인(Rain) 등 세계 각국의 통신사업자들이 LG유플러스를 방문했다.

이통3사와 글로벌 장비사들도 협력한다. SK텔레콤은 노키아·에릭슨과 5G 기술을 협력 중이며 6G 기술 개발도 협력하기로 했다. KT 역시 노키아·에릭슨의 장비를 사용하며, LG유플러스는 화웨이와 노키아 장비를 5G 구축에 사용했다.

글로벌 IT기업과의 제휴도 활발하다. SK텔레콤은 MS와 손잡고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LG유플러스는 엔비디아와 협업해 2020년 클라우드 게임 시장을 공략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에 이어 2위에 오르는 등 5G 상용화로 기지개를 켠다. 일본 KDDI 5G 장비 공급사 중 한 곳으로 선정되는 등 글로벌 수출 성과가 늘고 있다.

2020년 한국은 그동안 4G를 5G를 혼용하는 호환(NSA)모드에서 5G 단독(SA) 모드로 바꾼다. 28㎓ 기지국도 구축한다. 고주파 대역 장비시장이 새롭게 열리는 셈이다. 5G의 초고속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B2B 서비스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통3사는 스타트업,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통한 새로운 동력확보를 꾀한다. SK텔레콤은 혁신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11곳과 긍정적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임팩트업스'를 출범했다. SK텔레콤은 임팩트 투자자 및 벤처캐피탈(VC) 투자유치 지원, 국내외 PR 지원, SK텔레콤 및 SK관계사와 협업 기회 발굴 등을 통해 성장을 돕는다.

KT는 2019년 하반기 5G 분야 신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AR·VR, 클라우드, IoT 등 응용 서비스 분야 6개 기업을 선발했다. KT가 5월 AI 스피커 기가지니를 통해 음성으로 각종 부동산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집비서’ 서비스도 ‘비즈 콜라보레이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개발됐다.

LG유플러스는 스타트업이 5G 서비스와 기술 아이디어를 상용화할 수 있도록 마곡 사이언스파크에 ‘5G 이노베이션 랩’을 운영 중이다. 5G 네트워크와 기지국 장비, 디바이스를 갖췄다. 4월 개관한 이후 수백개가 넘는 기업이 이용했다.

글로벌장비업체들과 국내 중소중견 솔루션업체간의 협력도 올해 활발해질 전망이다. 해외 시장 개척에 글로벌 장비업체와의 협력은 더할 나위없이 좋은 지원이다.

노키아는 무선주파수(RF) 전문기업인 케이엠더블유(KMW)와 손잡고 5G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이러한 성공사례를 올해에도 새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화웨이는 한국에 둔 5G 오픈 랩을 중소기업과의 협력 거점으로 새해 본격 활용한다. 화웨이가 한국에서 조달하는 부품 구매액은 미국보다 많은 세계 1위다.

이처럼 국내에도 다양한 5G 산업 생태계 구축 움직임이 있지만 한계도 있다. 아직 산발적이다. 장비부품이든 콘텐츠든 스타 중소기업 등장도 없다. 생태계 조성 움직임이 한번 반짝했다가도 시간이 지나 시들어질 가능성이 너무 높다. 오랜 학습 효과다.

정부 정책과의 연결 고리도 느슨하다. 정부의 국제 ICT 협력 정책이 부족한 데다, 있다 해도 국내 장비나 부품 기업의 해외 진출 전략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지 않는다.

한 통신부품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일본의 소재 한국수출 금지와 같은 충격적인 일이 통신업계에도 한번 일어났으면 할 정도"라면서 "고작 ‘빛좋은 개살구’를 만들려고 지난해 무리를 하면서까지 5G를 상용화한 건 아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