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AI+X ② 5G생태계 ③ 최고디지털전환책임자(CDO) ④ 모빌리티

‘모빌리티(Mobility:이동성)’는 올 한해 우리 삶에 더욱 깊숙이 파고들 용어다.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자동차와 서비스가 늘어난다. 하늘을 나는 플라잉카 등 새 모빌리티 서비스도 등장한다.

자동차 제조와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그리고 스타트업까지 모빌리티 신기술을 쏟아낸다. 5G, 인공지능(AI), 소재 등의 성능 향상이 결합하면서 가속도를 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기술과 네트워크의 발달로 상상 속 미래가 현실이 됐다"며 "자동차 산업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더욱 가속화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모빌리티 혁신을 자동차 제조업과 ICT업체가 함께 개척했다. 두 분야 모두 미래 먹거리로 모빌리티를 지목했다. 서로 신경전이 펼치기도 했다. 올 한해 생존을 위한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새해 2일 신년회에서 로봇, UAM, 스마트 시티 등을 통한 토탈 모빌리티 솔루션 분야의 선두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 현대자동차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새해 2일 신년회에서 로봇, UAM, 스마트 시티 등을 통한 토탈 모빌리티 솔루션 분야의 선두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 현대자동차 제공
모빌리티 혁신은 크게 두 가지로 진행한다. 하나는 효율적이고 안전한 여정을 만드는 것이다. 교통사고를 줄여주는 자율주행 기술, 내 차가 없어도 목적지까지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촘촘한 지능형 교통체계 등이 대표적이다.

다른 하나는 이동하는 동안 이용자에게 더 많은 효익을 주기 위한 시도다. 사람이 운전할 필요가 없는 자율주행차에서 탑승객에게 제공할 콘텐츠나 차 내 실내 구성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수요응답형 교통 체계와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의 핵심은 결국 목적지까지 빠르고 편리하며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2020년 모빌리티 발전 방향은 ‘수요응답형 서비스' 쪽으로 초점이 모아진다. 현대차가 이달까지 서울 영종도에서 시범운영하는 수용응답형 버스가 대표적인 모델이다. 정해진 시간과 노선을 따라 움직이는 기존 대중교통의 한계를 벗어나 실시간으로 이동수요에 대응하는 신개념 이동 서비스다.

 현대차가 인천 영종국제도시에서 시범 운영 중인 수요응답형 버스 I-MOD. /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가 인천 영종국제도시에서 시범 운영 중인 수요응답형 버스 I-MOD. /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는 2019년 12월부터 2개월간 인천광역시 등과 공동으로 영종국제도시에 수요응답형 버스 ‘I-MOD(Incheon-Mobility On Demand)’를 시범 운영한다. I-MOD는 승객이 호출하면 실시간으로 가장 빠른 경로를 생성, 배차를 하는 수요응답형 버스다. 노선 체계를 갖추기 시작하는 도시개발 중간단계에서 주민의 교통 이용 편의를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퍼스트 마일’과 ‘라스트 마일’의 대두도 주목해야 한다. 출발부터 도착까지 여정 전반을 고민하고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누군가 서울 여의도 자택에서 부산 해운대까지 KTX를 타고 이동하기로 결정했다면, 자택에서 KTX 서울역(혹은 버스 정류장), 부산역에서 해운대 목적지까지 각각 추가로 이동할 수단을 골라야한다. 주요 이동수단 사이의 빈 틈을 채워주는 개념이 바로 퍼스트·라스트 마일의 개념이다.

 공유서비스에 투입되는 전동스쿠터. / 빔모빌리티코리아 제공
공유서비스에 투입되는 전동스쿠터. / 빔모빌리티코리아 제공
전동 스쿠터가 대표적인 라스트마일 이동수단이다. 이미 라임, 빔 모빌리티 등 글로벌 상위 브랜드들이 2019년 한국진출 소식을 알렸다. 매스아시아, 일레클 등 토종 기업들도 활발히 활동한다.

라스트마일 개념은 완성차 제조사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그룹들이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면서 라스트 마일의 중요성도 커졌다.

눈 앞으로 다가오는 자율주행 시대, 그리고 UAM

정부는 지난해 10월 ‘2030 미래차 산업 전략'을 발표했다.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핵심기술인 자율주행차 역시 포함했다. 정부는 2027년 우리나라 도로에서 완전 자율주행차가 달릴 수 있도록 제도적·기술적 인프라를 구축한다.

 자율주행 시연 이미지. / 폭스바겐 제공
자율주행 시연 이미지. / 폭스바겐 제공
올해부터 인프라 구축이 속도를 낸다. 차와 주변 환경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협력 지능형 교통체계(C-ITS)를 전국에 설치한다. 서울과 제주에서 시범운영한 뒤 2024년 전국 주요 구간에 적용될 예정이다. 2024년에는 자율주행차의 길잡이가 될 정밀지도에 국도 및 전국 주요도로의 정보가 모두 담길 전망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율주행차 양산화에 발맞춰 올해 새로운 고민에 빠진다. 운전에서 해방된 사람들이 차 안에서 어떻게 유의미한 시간을 보낼 것인지가 관심사다. 집에서 하는 ‘홈 트레이닝'을 차 안에서 어떤 식으로 구현할지 연구하는 회사도 있다.

영상 콘텐츠 플랫폼 넷플릭스는 미래 자율주행차가 움직이는 영화관이 될 것으로 본다. 기술업계는 무인자동차 기술을 활용, 재택근무 중 회의가 필요할 경우 각자의 집을 순회하며 직원들을 집결시키는 ‘무인 셔틀 오피스’ 개념도 논의한다.

 BMW i3 어반 스위트. / BMW 제공
BMW i3 어반 스위트. / BMW 제공
거주공간으로서 자율주행차에 대한 고민은 BMW가 CES 2020에 출품을 알린 i3 어반 스위트에서 잘 살펴볼 수 있다. BMW i3 어반 스위트는 BMW가 시판 중인 소형 배터리 전기차 i3를 기반으로 차 내부를 편안한 호텔 스위트룸과 같은 구조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탑승객은 차 안에서 완벽한 휴식을 하거나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으며, 편안하게 업무에 집중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휴식용 발판이 장착된 크고 안락한 카시트, 천장에서 내려오는 스크린, 그리고 개인용 사운드 존(Sound Zone)을 갖췄다.

 현대차가 CES 2020에서 발표할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 개념도. /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가 CES 2020에서 발표할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 개념도. / 현대자동차 제공
‘편리한 이동'에 대한 소구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까지 현실로 불러왔다. 드론과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한 ‘플라잉카' 역시 양산화를 목표로 한창 연구가 진행 중이다. 현대차가 미래 먹거리로 사활을 건 분야가 개인용 비행체(PAV)를 기반으로 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사업이다. 막히는 도로에서 벗어나 하늘길을 이용한 모빌리티 혁신이다. 교통의 요지가 도로가 아닌 하늘길을 이어주는 허브(Hub)로 이동할 수도 있다. 플라잉카 시장을 선점한 기업은 새로운 유통망까지 장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