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AI+X ② 5G생태계 ③ CDO(최고디지털전환책임자) ④ 모빌리티 ⑤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2020년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 화두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다.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중앙은행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를 말한다. 법정통화와 1:1 교환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내재가치를 규정하기 어려운 민간 암호화폐와 구분된다.

블록체인·암호화폐(가상화폐) 산업은 대중 관심에서부터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암호화폐 투자가 성행했고 2018년에는 정부 무관심 속에서도 암호화폐공개(ICO)를 진행한 스타트업이 수두룩하게 생겨났다. 2019년에는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이 산업에 들어오면서 이제는 각국 정부와 기관 등이 본격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2019년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의 70%가 CBDC 연구를 진행 중이다. 초기에는 화폐 가치가 불안정한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CBDC에 관심을 보였다.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를 선보이면서 선진국이 대거 뛰어들었다. 올 한해 각 국가 중앙은행은 CBDC 연구에서 더 나아가 발행 검토, 시범 운영 등을 통해 산업 생태계 주도권을 잡기 위한 패권 다툼에 나설 전망이다.

./구글 이미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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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낳은 글로벌 화폐 전쟁…중국이 선점하나

디지털 화폐 패권 경쟁에 불을 지핀 것은 페이스북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6월 리브라 백서를 공개했다. 리브라 가치는 금융자산, 실물자산 등과 연동된다. 실질 거래를 성사시키기 때문에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통화가 될 수 있다. 리브라는 국가 간 경계가 없다.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각국 중앙은행 통화 통제력은 약해진다.

리브라가 쏘아올린 공에 세계는 요동쳤다. 아구스틴 카스튼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예상보다 빨리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SK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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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스웨덴과 캐나다 등 몇몇 국가 중앙은행은 CBDC 발행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개발에 착수했다. 특히 중국은 하루 빨리 디지털 화폐를 내놓고 위안화의 국제화를 이루자는 분위기다.

SK증권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위안화가 IMF 특별인출권(SDR) 내 차지하는 비중은 10.92%에 불과하다. 미국 달러화(41.73%)와 유로화(30.93%) 대비 한참 낮다.

무장춘 인민은행 지불결제사 부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한 포럼에 나와 "디지털 위안화는 당장이라도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중국이 디지털 화폐 전쟁의 포문을 열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인민은행은 암호화폐가 아닌 위안화의 디지털 버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투기적 특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 인민은행은 설계와 표준 제정, 기능 개발, 통합 테스트 등 관련 작업을 마쳤다. 조만간 시범 지역을 정해 화폐를 공급할 계획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 등은 CBDC 발행이 시기상조라고 본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미국은 5년 내 CBDC 발행을 하지 않는다"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마찬가지 의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결제보다 현금 유통량이 많기 때문에 디지털 화폐 발행이 시급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글로벌 결제시장서 뒤처진 유럽에서도 CBDC 열풍

유럽연합(EU)은 디지털 화폐가 자금세탁 등에 활용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소견을 내비쳤다가 최근 태도를 바꿨다. 글로벌 결제 시장서 유럽이 크게 뒤처졌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CBDC라도 먼저 발행해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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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앙은행은 최근 유로존 국가로는 처음으로 CBDC 개발을 공식화했다. 리브라 등 민간 디지털 화폐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프랑수아 빌레로이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2020년 1분기 말까지 CBDC 시범 운영을 개시할 계획"이라며 "은행 간 거래에 먼저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리브라를 ‘최우선 규제 대상’이라고 밝힌 영국 영란은행 역시 최근 CBDC 발행을 연구 과제로 선정했다. 앞서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리브라와 같은 새로운 핀테크 기술에 개방적인 접근 자세를 가지되, 개인정보보호와 자금세탁방지, 금융시스템 안정성 유지 등 다양한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디지털 화폐가 장기적으로 미국 달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따라서 CBDC모델을 참고해 각국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글로벌 디지털 화폐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화폐를 통해 미국 달러 영향력과 신흥 시장의 통화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2~3년 내 CBDC를 발행할 계획이다. 독일도 내각과 중앙은행이 CBDC 관련 긴밀한 협의에 나섰다. 세계 현황과 절차, 영향 등과 관련해 심층분석에 나섰다.

세계 움직임에 부리나케 연구 강화하는 한국

금융 인프라를 잘 구축해 CBDC가 필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한국도 세계 동향을 주시하며 연구 강화에 나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일 신년사에서 글로벌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 경제상황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혁신성장동력을 확충하는 등 CBDC 관련 연구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전문인력을 보강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번 디지털 화폐 관련 연구는 금융 시스템 안정 유지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한국은행은 차세대 한은금융망 구축 사업을 통해 지급결제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 개선할 계획이다. 2020년 하반기 완료를 목표로 구축 사업을 진행한다.

한국은행은 지급결제 혁신 촉진과 감시체계 강화를 위해 분산원장 기술과 암호자산, CBDC에 대한 연구를 더욱 강화하고 감시자 역할을 적극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CBDC 연구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전문인력을 보강하는 한편 주요국 CBDC 발행 추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이다. BIS 등 국제기구 관련 논의에도 적극 참여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뒤처졌다는 평가를 내린다. 영국과 네덜란드, 스웨덴 등 유럽 국가는 이미 2015년부터 CBDC 발행을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인민은행에서 CBDC를 연구하는 인력은 한국의 몇 배에 달한다"며 "한국이 주도권 경쟁에서 탈락하지 않으려면 연구 역량 강화 뿐만 아니라 시범 운영 등에도 하루 빨리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