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AI+X ② 5G생태계 ③ CDO(최고디지털전환책임자) ④ 모빌리티 ⑤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⑥ 클라우드+ ⑦ 게임 구독·스트리밍 ⑧ M&A

2019년에는 굵직한 기업인수합병(M&A)이 줄을 이었다. 올해 역시 M&A 빅딜은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연초부터 M&A 시장으로 시장이 들썩이기 때문이다. M&A는 우수 인력과 기술을 끌어안을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며 체질 개선 등 시장 판을 뒤바꿀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된다. 특히 올해에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굵직한 매물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또 해외 자본의 한국 우수 스타트업을 인수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금융권의 핀테크 및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 기업 인수가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우아한형제들이 개발한 서빙로봇 딜리./ 우아한형제들 제공
우아한형제들이 개발한 서빙로봇 딜리./ 우아한형제들 제공
배민 M&A, 해외 자본 러브콜 이끌어 냈다

2019년 말 이뤄진 배민 M&A를 기점으로 올해 해외 자본의 한국 스타트업 인수 러브콜이 늘어날거란 전망이 나온다.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앱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기업 딜리버리히어로에 약 4조7000억원 규모로 매각됐다. 이 같은 소식에 업계는 환영했다. 국내 스타트업이 5조원 이상 가치를 인정받은 사례가 그간 전무했기 때문이다.

특히 배민 M&A 사례를 보면 인수·피인수 기업 모두에게 ‘신의 한수’가 됐다. 김봉진 대표는 딜리버리히어로와 공동으로 설립하는 아시아 사업조직 총괄을 맡아 아시아 시장 진출 꿈을 이뤘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음식배달 시장 노하우를 보유한 김봉진 대표와 우아한형제들 푸드테크 기술을 자산으로 얻었다.

국내 AI 스타트업 수아랩도 유사하다. AI와 머신비전(machine vision), 슈퍼컴퓨팅 기술을 보유한 수아랩은 지난해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코그넥스에 인수됐다. 수아랩은 투자를 기반으로 더 고도화된 AI 개발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코그넥스는 수아랩의 우수 인력과 기술력을 확보했다.

두 대형 M&A 공통점은 한국에 그만큼 우수한 스타트업이 많다는 점을 해외 자본시장에 알린 계기가 됐다. 빅데이터, AI 등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IT업계에 M&A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M&A 전문 싱크탱크인 IMAA(Institute of Mergers, Acquisitions and Alliances)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소프트웨어 분야 M&A 거래 규모는 약 1000억달러(117조1000억원)다. 2018년에는 2980억달러(348조9580억원)로 대폭 늘어났다.

강혜미 법무법인 세움 변호사는 "배민 M&A건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자본시장에서도 큰 이슈가 됐다"며 "국내에 우수한 스타트업도 많이 등장하고 생태계도 성장하면서 올해 업계 M&A는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 게티이미지뱅크
성장 결실 맺은 스타트업이 초기 스타트업 M&A

업계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벤처로 출발한 대기업과 야놀자와 쏘카 등 어느 정도 성장 결실을 맺은 국내 스타트업이 초기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스타트업 생태계 내 M&A 사례도 올해 많아질 거라고 분석한다.

M&A는 기업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경우 지난 5년간 총 50개 회사를 인수했다. 이 기간 동안 네이버는 27건, NHN은 25건의 M&A를 진행했다. 특히 카카오는 지난해에만 15개 회사를 인수했다. 법인택시 업체를 비롯해 영어교육업체 야나두, 공연제작사 쇼노트 등이다. 쏟아부은 투자금만 1200억원이다.

이에 IB업계는 올해 카카오가 공격적인 M&A를 펼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게임, 쇼핑, 웹툰, 페이, 택시, 뱅크 등 거의 매년 신사업을 내놓으면서 연관된 중소형사를 인수해 덩치를 키우는 전략이다.

반면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인 라인을 통해 금융에 집중한다. 또 기술기업에는 D2스타트업팩토리(D2SF)를 활용해 투자하는 전략을 꾀한다. 이미 라인은 야후 재팬 지주사인 Z홀딩사와 지난해 경영통합에 나섰다. 대만에서는 현지 기업 인수와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야놀자는 지난해 10월 동남아 호텔체인 기업 젠룸스(ZEN Rooms)에 추가 투자를 단행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와 동시에 동남아 시장 진출 효과를 거뒀다. 같은 해 9월에는 인도 객실관리(PMS)및 채널관리(CMS) 시스템 기업인 이지 테크노시스를 인수했다. 야놀자는 세계 160개국 1만3000개 이상 고객사를 확보해 세계 2위 CMS 및 PMS 기업으로 올라섰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도 "벤처생태계가 커진만큼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벤처로 출발한 기업이 중심이 돼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금융지주도 올해 화두는 M&A

국내 대기업은 반대로 M&A 인수가 아닌 매물을 내놓는 입장이다. 산업 전반적으로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문을 정리한다. 지난해에는 LG가 수처리사업, 전자결제사업, LG CNS 소수지분 등을 잇달아 매각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롯데와 CJ, 두산 등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비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올해 눈여겨 볼 부분은 금융이다. 올해 5대 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한목소리로 M&A를 외쳤다. 실제 실탄도 차곡차곡 쌓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5대 지주가 M&A에 쓸 수 있는 반영구적 자본을 5조원 가까이 확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 확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우리금융이다. 우리금융은 2조3500억원의 실탄을 마련했다. 신한금융지주는 1조5400억원, KB금융지주 4000억원, 하나금융지주 2700억원, 농협금융지주 2000억원 등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자본 확충에 나서는 것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개선을 통한 재무 건전성 확보 목적을 비롯해 국내외 은행·비은행 M&A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내 금융권은 연초부터 M&A가 예정돼 있다. 오는 20일 푸르덴셜생명 예비입찰에서 KB금융과 우리금융이 맞붙는 걸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상반기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 인수도 완료할 방침이다. 신한금융도 이달 중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인수를 완료할 전망이다. 여기에 KDB생명과 더케이손해보험 등도 올해 새주인을 찾게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리딩뱅킹 경쟁에서 M&A는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며 "은행 성장이 한계에 이른만큼 금융지주들은 비은행 부문과 해외 M&A로 성장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