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AI+X ② 5G생태계 ③ CDO(최고디지털전환책임자) ④ 모빌리티 ⑤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⑥ 클라우드+ ⑦ 게임 구독·스트리밍 ⑧ M&A ⑨ ‘X테크'

법률, 부동산, 식품, 스포츠, 군사 등은 언뜻 서로 무관한 산업 분야로 보인다. 공통점이 있다. 그간 기술과 그다지 관련성이 없었던 분야들이다. 최근 확 달라졌다. 기술을,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그 전에 없던 새 영역을 개척한다. 각 산업 분야에 ‘OO테크(X테크)' 라는 말이 새로 생길 정도다. 기술은 기존 산업 생태계 혁신을 자극하는 촉매가 되고 있다. 올해 이런 X테크 물결이 전 산업에서 일고 널리 퍼져나갈 전망이다.

./ IT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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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변호사 대체할까…리걸테크 급부상

지난해 8월 한국에서는 알파로 경진대회(Alpha Law competition)가 열렸다. 이 대회는 인공지능(AI)과 변호사가 결합한 혼합팀, 변호사만으로 구성된 변호사팀이 제한시간 내에 근로계약서 내 문제를 찾는 대결이었다. 결과는 혼합팀 완승이었다. AI는 법률전문가도 몰랐던 사례를 내놔 눈길을 모았다.

리걸테크는 법률(Legal)과 기술(Tech)를 합친 단어다. 법률 분야는 여전히 변호사 등 사람 전문가를 거쳐야만 가능한 업무가 많고 정보 비대칭도 심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리걸테크가 등장했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법률서비스를 지향하는 스타트업과 산업을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 비즈니스다.

리걸테크는 꾸준히 시장이 증가할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이 시장은 2015년 약 38억2800만달러(약 4조6050억원)에서 2019년 57억6300만달러(약 6조9328억원) 규모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관련 스타트업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리걸테크 스타트업 투자액은 2011년 9140만달러에서 2015년 2억9200만달러로 4년간 3배가 늘었다. 지속적인 성장세가 기대되는 이유다. 또 전자청구, 법률사무관리 등 법률서비스 소프트웨어(SW) 시장도 2015년 기준 38억2800만달러에서 2019년 57억63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도 이 시장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리걸테크는 영미권과 독일 등 선진국에서 크게 성장한다. 법률 선진국들이다.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다만 한국에서도 최근 화난사람들과 로톡 등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늘고 있는 만큼 성장은 분명해 보인다.

에일리언로봇의 카페맨이 격불하고 있는 모습./ 에일리언로봇 제공
에일리언로봇의 카페맨이 격불하고 있는 모습./ 에일리언로봇 제공
기술로 맛을 혁신한 푸드테크

푸드테크는 음식 생산과 유통을 포함해 식품업계에 도입된 기술 전반을 아우른다. 프랑스 푸드테크 전문 조사기관 디지털푸드랩(Digital Food Lab)는 푸드테크를 ▲농업과 기술을 결합한 어그테크(Agtech) ▲식품공학(푸드 사이언스) ▲식당 예약과 주문 등 요식업을 이르는 푸드서비스 테크 ▲음식 배달 서비스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업계는 세계 푸드테크 시장규모를 약 200조원 규모로 본다. 한국푸드테크협회는 지난해 기준 국내 1000여개 푸드테크 기업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대표 푸드테크 스타트업은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이다. 배달의민족은 음식배달 서비스를 넘어 음식을 배달하는 자율주행 로봇과 테이블에서 QR코드로 음식을 주문하는 스마트오더 등을 개발했다. 해외에서는 식품공학 기술을 기반으로 대체육을 만드는 스타트업인 임파서블 푸드가 주목받는다. 이외에도 여러 사업자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주방공간을 임대하는 공유주방이나, 피자 등 음식을 만드는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등장한다.

푸드테크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대안으로도 꼽힌다. 지구 온난화로 이상 기후 현상이 잦아지면서다. 소를 사육하는데 드는 비용은 다른 동물에 비해 공간은 28배, 물은 11배 필요하다. 식품업계에 기술을 도입하면 서비스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식재료 낭비와 인건비 등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스포츠와 기술이 만나니 즐거움이 배로

스포츠테크는 사물인터넷(IoT)와 드론, AI 등을 스포츠에 접목한 새로운 분야다. 선수 훈련과 육성에 기술을 접목한 사례가 늘고 있다. 스포츠 관전을 재밌게 하거나 스포츠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일본 정부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남녀노소가 부담없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대안으로 스포츠테크를 꼽는다.

일본 소프트웨어 회사인 아크로디아와 스포츠용품 전통 제조기업 SSK가 개발한 사물인터넷(IoT) 야구공은 던지는 순간 구질 정보를 분석한다. 투수가 던진 공이 향하는 방향과 속도 등을 수치화해 훈련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 한국 스타트업 비프로일레븐은 축구선수 움직임을 포착해 데이터로 변환하는 AI를 개발했다. 점유율과 공격 전개방향 등 팀 기록을 포함해 선수 개인의 슈팅 수, 정확도 등을 기록한다. 지난해 기준 유럽 메이저리그 팀 15여곳을 포함해 세계 213개 축구팀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웨어러블 기기나 운동 데이터 관리 앱도 스포츠테크에 포함된다. 엠투미라는 VR운동기구 업체가 만든 IoT 센서를 기존 실내 운동기구에 붙이면 이용자 운동 기록이 데이터로 저장된다. 이용자 신체 상태에 맞는 운동을 추천해주거나 운동효과 등을 분석한다. 이외에도 스포츠테크 업체 중에는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자동으로 편집해주거나 원하는 장면을 다시 돌려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유명 스포츠 브랜드들이 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웰빙 열풍이 더해져 개개인의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스포츠테크는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을 보일 전망이다.

 천마(단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 모습. / 한화시스템 제공
천마(단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 모습. / 한화시스템 제공
기술로 겨루는 방위산업 밀리테크 4.0 시대

4차 산업혁명은 무기와 전쟁 양상도 바꿔놓는다. 미래 전쟁에는 사람 대신 드론과 AI, 로봇이 투입될 전망이다. 지상에서 총과 칼, 방패로 싸웠던 전쟁공간은 이제 사이버 공간과 우주로 확대된다. AI로 적진 예상침투 경로를 계산하고 무인기로 정확하게 타격을 가해야 한다. 각국 군사 당국은 적군보다 더 효율적으로 군사 무기를 혁신하고 국가 안보를 지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우리나라도 무인·로봇을 군사에 접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이다. 육군은 군사용 드론을 연구한다. 드론은 정찰과 타격, 수송 등을 넘어 상대 드론을 탐지하는 기능을 모두 갖고 있다. 군사작전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웨어러블 로봇도 개발된다. LIG넥스원이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인 렉소는 간편하게 외투처럼 입을 수 있는 로봇이다. 렉소를 입으면 최대 50㎏까지 들어올릴 수 있다.

국내 밀리테크는 아직 갈길이 멀다. 국방기술품질원이 공개한 국방과학기술 수준 조사서에 따르면 한국 밀리테크 수준은 세계 9위다. 1위는 미국이다. 프랑스, 러시아, 독일, 영국, 중국, 일본, 이스라엘 등이 뒤 따른다. 특히 중국은 최신 잠수함과 6세대 전투기 개발, 대함탄도미사일 등 첨단 기술 기반 군사무기를 빠르게 개발하고 있다. 한국은 국방 시뮬레이션과 소프트웨어, 무인체계 등에서는 미국의 76% 수준으로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2019년 기준 한국 프롭테크 생태계 맵./ 한국프롭테크포럼 제공
2019년 기준 한국 프롭테크 생태계 맵./ 한국프롭테크포럼 제공
부동산과 기술의 만남, 프롭테크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 합성어다. 부동산 중개나 임대뿐 아니라 부동산 가치 평가와 투자 자문, 개발 등에 빅데이터와 AI 등 첨단 IT 기술이 접목되며 생긴 말이다. 최근에는 부동산 외에 인테리어, 공유오피스 등 공간 전반을 혁신하는 사업 분야가 모두 포함됐다.

VR과 3D 모델링 등은 프롭테크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기술로 꼽힌다. VR로 이용자가 부동산 매물을 가상 현실로 확인하거나 3D모델링으로 가구배치나 인테리어를 가상으로 해볼 수도 있다. AI도 부동산 혁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다방은 지난해 AI 기반 안심 부동산매물을 분석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국 프롭테크시장은 다른 ‘X테크'에 비해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한다. 한국프롭테크포럼에는 지난해 12월 기준 137개사가 가입했다. 분야도 ▲부동산 마케팅 플랫폼(23개사) ▲부동산 관리 솔루션(4개사) ▲데코·인테리어(7개사) ▲공유서비스(23개사) ▲데이터·밸류에이션(11개사) ▲콘테크·AR·VR(5개사) ▲IoT·스마트홈(7개사) ▲블록체인(2개사) ▲P2P·펀딩 플랫폼(4개사) 등 총 9개 카테고리에 이른다.

한국프롭테크포럼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산업이 전환되는 현상이 부동산 시장에도 나타난다"며 "밀레니얼 세대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부동산 서비스를 모바일로 해결하고 싶어하는 수요가 늘고 있어 프롭테크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각종 X테크가 등장한다. 교육 영역에 기술을 접목한 에듀테크(EdTech), 반려동물 훈련로봇이나 건강관리 앱 등을 만드는 펫테크(PetTech) 등도 눈길을 끈다.

테크 스타트업 전문 엑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는 "오프라인 속 문제를 풀기 위해 실제 공간과 정보를 연결하는 로보틱스, 증강현실, 센서네트워크 등 기술이 AI와 함께 2020년 주요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