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새해 벽두부터 미국 라스베가스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바로 전미가전쇼, 즉 CES가 1월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열렸기 때문이다. 이번 CES 2020에는 161개 국가에서 총 4500여 업체가 참가했다. 관람객만 모두 18만명이 다녀갔다. 혹, 그 18만중 한 명이 아녔어도 상관없다. 이번 CES는 물론, 내년 행사에 소개될 법한 첨단 제품의 컨셉과 상세 기술까지 모두 담긴 보따리를, 지금부터 열어보겠다. 그건 바로 ‘특허’다.
가전에서 자동차로
CES, 즉 컨슈머 일렉트로닉스 쇼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1960~70년대 뉴욕서 열리던 CES 개최 초기만해도, 대부분의 전시품은 TV나 오디오, 냉장고 등 말 그대로 ‘가전’ 일색였다. 이후 2000년대 들어 CES는 IT 즉, 첨단 정보통신 위주의 전시회로 진화하더니, 최근에는 자동차가 CES의 핵심 테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래서 CES는 더이상 가전쇼가 아닌, ‘모터쇼’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번 CES에서도 그 같은 변화의 물결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그 최전선에 일본 소니가 있다.
소니는 이번 행사에서 ‘비젼S’라는 프로토타입 전기차를 한 대 공개했다. 소니는 그간 여러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카메라 관련 전장 부품을 납품해왔다. 이번처럼 완성차를 직접 제작∙공개한 건 처음이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사장은 CES 현장에서 자사 비젼S를 가리켜, 소니 기술력의 ‘결정체’(crystallization)라고 표현했다. 소니가 전세계 시장의 절반을 점하고 있는 이미지센싱 테크놀러지를 비롯해 라이다, 대시보드 디스플레이, 카오디오 등의 기술이 차 한대에 오롯이 담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니가 완성형 전기차를 떡하니 내놓자, 현장 반응 역시 크게 놀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소니의 특허를 추적∙관찰하고 있었다면 ‘소니카’,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을 거다. 2020년 1월말 현재, 소니는 자동차 관련 특허만 US특허 기준 총 650건을 보유중이다. 지난 2010년부터는 매년 70여건의 자동차 특허를 꾸준히 출원하고 있다.
보쉬의 숨은 특허를 보면, 그렇게 뜬금없어 보이진 않다. 보쉬가 10여년전 독일에 설립한 산하 의료연구재단, RBMF 명의로 출원된 ‘모니터링 치료를 위한 진단법’이라는 특허가 있다. 자가면역 또는 염증성 질환 개체에 대한 치료 효능을 예측한 거다. 개체 샘플에서 특정 항체 수준을 측정해 임상적 반응을 최적화한다는 이 특허의 실시예는, 이번 CES 출품작 바비스코프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지난 CES 2019에서는 접히는 스마트폰이 첫 공개되면서, 행사 기간 내내 행사장 곳곳이 흡사 폴더블폰 각축장였다. 그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이번에는 노트북으로 옮겨 갔다. 이번 전시회에서 레노버는 LG디스플레이에서 공급 받은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장착, 접히는 노트북 ‘씽크패드 X1 폴드’를 공개했다. 대당 판매가 2499달러다. 2020년 6월경 출시 예정이다. 이 제품 역시 레노버의 여러 특허 속에선 이미 수년전부터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특히 레노버는 양 측면은 한번 씩 번갈아 접는 방식의 신개념 폴더블 노트북 출시도 염두해 두고 있다는 걸, 특허는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언론은 삼성, LG, MS 등 글로벌 대기업 협찬을 받아 CES취재단을 꾸민다. 그 결과, CES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이들 대기업에만 집중된다. 하지만, CES 참가업체 절대 다수는 전세계에서 몰려든 스타트업 등 중소기업이다. 이들에게 CES는 참신한 데뷔 무대인 셈이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 와중에, 브레인코라는 스타트업은 이번 전시회에 머리 속 뇌파의 움직임을 읽어내는 ‘AI 의수’를 공개했다. 어렵게 근육을 움직이지 않아도, 생각만으로도 이를 인식한 의수가 그대로 작동한다는 건데요. 2019년 타임지 선정 100대 발명에도 선정된 이 기술은 브레인코가 지난 2017년 USPTO에 출원한 ‘IoT 뉴로 피드백 트레이닝을 위한 시스템과 방법’이란 특허에 잘 설명돼 있다. 머리에 쓰는 헤어밴드에 탑재된 센서가 측정한 뇌파 신호를 IoT 등 통신 디바이스를 통해 어떻게 전송하고 작동시키느냐가 이 기술의 관건인 셈이다.
이번 CES 2020에 한국은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294개사가 참가했다. 69개사에 불과했던 일본보다 4배가 넘는다. 한국인만 9000명 내외가 참관했다는 게 주최 측 집계다. 미국, 중국 다음 규모다. 최첨단 기술의 향연을 직접 눈으로 보고, 라스베가스 밤문화를 즐길 수 있으니 직관만큼 좋은 건 없다. 하지만, 늘 그렇듯 시간과 비용이 문제다. 그렇다면 컴퓨터 앞에 앉아 무료로 공개돼 있는 관심 기업과 제품의 특허를 뜯어보는 것도 대안이다. 웬만한 현장 스케치나 출품작 분석은 넘칠만큼 쏟아지는 게 요즘 CES다. 필자 역시 여러번 직관해봤지만, 정신없는 현장보다 랜선 참관이 어느면에선 낫다 싶다.
유경동 IP컨설턴트
윕스 전문위원과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 편집장, 전자신문 기자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SERICEO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100 △ICT 시사상식 등이 있습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글로벌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의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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