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태스크포스(TF)가 차고 넘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글로벌 ICT 분야의 주도권 확보와 미래 먹거리 창출을 하려면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하지만, 임시 조직인 TF 기반으로 운영하는 것은 정책 추진력과 연속성을 고려할 때 비효율적이다. 사안을 총괄하거나 전담할 컨트론타워 없이 지금처럼 여러 TF를 중구난방식으로 운영하다가는 제대로 된 실행은커녕 혼란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됐다.

청와대 전경./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청와대 전경./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정부는 16일 디지털 혁신 3대 전략 분야 범정부 TF를 새로 구성·운영한다고 밝혔다. ▲데이터 3법 개정 효과를 극대화하고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경제 활성화 TF’ ▲데이터 기반 정부서비스 혁신을 위한 ‘디지털 정부혁신 범정부 TF’ ▲미디어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디지털 미디어 산업 TF’ 등이다. 기재부, 행안부, 국조실 등 주관 부처의 차관이 각 TF의 단장을 맡는다.

정부가 ICT 분야 TF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기정통부 출범 이후 TF는 ▲2019년 5G장비·부품 수요연계 협력 TF, 소원성취(SW 연구개발 혁신) TF, 부산 스마트시티 정보보호 민관합동 TF,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 발전방향 연구를 위한 연구반(TF), 5G 서비스 점검 민관합동 TF
▲2018년 통신재난 관리체계 개선 TF, 연구사업관리전문가(PM) 역할 개선 TF, 민관 사물인터넷 활성화 TF, 스마트원전 TF ▲2017년 바이오 규제 선진화 TF, 소프트웨어 아직도왜 TF, 알프스(알앤디프로세스혁신) TF, 주니어보드(조직문화혁신) TF, 어떡할래(중이온가속기문제) TF, 뭘키울까 TF 등이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매년 4~5개 이상 꾸준히 만들었다.

그런데 TF는 어디까지나 임시조직이다. 정책의 추진력과 연속성을 가져가는 역할과 거리가 있다. 전염병이나 재해 등 일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동하지만, 장기적 철학을 갖고 추진하는 ‘디지털 혁신' 정책 등과 성격이 맞지 않다. 무게중심을 잡을 컨트롤타워 없이 TF만 운영해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7년 만든 TF 10개 중 8개의 운영을 중단했다.

범정부 차원의 원만한 협의를 이끌어 내려면 이를 조정할 키맨이 필요하다. 청와대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과학기술보좌관 산하에 디지털혁신비서관을 두는 등 변화를 꾀한다. 하지만 대통령 직속인 4차산업혁명위원회 조차 이해 관계자 간 이견을 조정하는 데 한계를 보였던 만큼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상당하다. 공무원 직급으로는 1급인 비서관 1명이 10개가 넘는 부처의 ICT 과제를 중간에서 조율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김상조 정책실장의 지휘를 받는 디지털혁신비서관은 청와대의 ICT 분야 콘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디지털 혁신은 중장기적인 과제이지만, 정책의 속도를 내기 위해 TF를 만든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간 위원 중심의 4차위에 일부 부처만 참여했지만, 이번 TF는 범 정부적으로 많은 부처가 참여해 성격이 조금 다르다"며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3대 디지털 혁신 전략을 선제적으로 치고 달리겠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간 청와대가 직접 챙기지 않는 정부 부처간 협의체는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기 마련이다. 더욱이 국무총리나 장관급도 아닌 차관급이 이끌어가는 TF들이어서 추진력 자체를 얻기 힘들 것이라는 게 관가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