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은 하루에도 여러 개의 택배 물품이 오가는 시기다. 그만큼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가 담긴 택배 운송장 폐기에 소홀하기 쉽다. 여느 아파트 폐기물 수거장만 가봐도 운송장을 떼지 않아 개인정보가 담긴 택배 상자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지적하는 기사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경찰과 택배 업계 등 다수 관계자는 이같은 부주의로 노출된 개인정보가 여러 범행에 악용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보이스피싱이 대표 사례다. 경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한 해 피해액은 2019년 10월 기준 4800억원에 이른다. 2018년 4400억원을 훌쩍 넘긴 액수다. 피해자는 2018년 기준 4만8743명에 이른다.

최근 포항 MBC 소속 홍태균 아나운서가 보이스피싱 피해 사실을 밝혀 주목을 모았다. 홍 아나운서는 2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난해 보이스피싱으로 어머니께서 6000만원을 사기당했다"며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점점 늘어나 안타깝다. 명절에 유독 기승을 부린다"고 적었다.

경찰에 따르면 2019년 11월 50대 한 대기업 임원도 서울지검 검사를 사칭한 사기범에 속아 평생 모든 억대 예금액을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택배 상단에 있는 운송장 모습. 택배 상자를 버릴 때 운송장을 제거하지 않아 개인정보 유출 사례가 잇따른다. / 아이클릭아트 제공
택배 상단에 있는 운송장 모습. 택배 상자를 버릴 때 운송장을 제거하지 않아 개인정보 유출 사례가 잇따른다. / 아이클릭아트 제공
유출된 개인정보는 다른 범행에도 악용된다. 2019년 12월 유명 유튜브 크리에이터 양팡은 택배 운송장으로 노출된 개인정보로 여러 곤욕을 겪었다. 여러 차례 장난 전화를 받았을 뿐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 집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는 등 다수 피해를 보았다.

2018년 10월 한 남성은 택배 운송장에서 얻은 전화번호로 발신자표시 제한 전화를 걸어 70여 명에게 성희롱 발언을 일삼기도 했다. 2016년 부산에서는 택배 운송장 번호를 이용해 택배 기사로 위장한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택배 회사는 이같은 문제를 막고자 운송장에 적힌 개인정보를 암호화하는 대안을 내놨다. 일회용 안심번호를 발급하는 안심번호 서비스도 선보였다. 하지만 택배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소비자와 택배사 모두 선호하지 않는 방식이 됐다.

개인이 운송장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손쉽고 정확한 대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택배 업계는 운송장을 떼어내 여러 번 찢어 조각을 낸 후 버릴 것을 조언한다.

잘 떼어지지 않는다면 물파스나 아세톤으로 개인정보를 문질러 지우면 된다. 운송장 바코드만 있으면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만큼 바코드도 확실하게 제거하는 게 필수다.

개인정보가 유출돼 다양한 피싱 범죄나 금전 피해가 발생했을 시 경찰청(112)에 지급 정지와 피해 신고를 해야 한다. 그밖에 피싱 사이트 신고는 한국인터넷진흥원(118)에, 피해 상담과 환급은 금융감독원(1332)에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