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AI+X ② 5G생태계 ③ CDO(최고디지털전환책임자) ④ 모빌리티 ⑤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⑥ 클라우드+ ⑦ 게임 구독·스트리밍 ⑧ M&A ⑨ X테크 ⑩ 뉴 디바이스 ⑪ 셰어링(Sharing) ⑫ 공간(Space) ⑬ 버추얼(Virtual) ⑭ 리질리언스(Resilience) ⑮ 딥페이크(Deepfake) ⑯ 퀀텀
⑰리스킬(Reskill) ⑱인문학 ⑲ 뉴 시니어(New Senior) ⑳ 착한 기술(Good Tech)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을 마주하는 세상이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차세대 기술이 연일 일상을 파고든다. 세상에 빠르게 변하는 만큼 기업도 고민이 커졌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으로 생존 전략을 짠다.

기술기업과 사회와의 접점도 덩달아 늘어난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새롭게 달라질 전망이다. 일시적이거나 금전적 도움에 그쳤던 과거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제 기술기업이 가장 잘 아는 바로 그 ‘기술'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기술기업판 사회공헌 2.0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시각 장애인용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 ‘보는(Seeing) AI’. 카메라로 제품을 비추면 앱이 자동으로 제품이 어떤 것인지 알려준다. / MS 홈페이지 갈무리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시각 장애인용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 ‘보는(Seeing) AI’. 카메라로 제품을 비추면 앱이 자동으로 제품이 어떤 것인지 알려준다. / MS 홈페이지 갈무리
클라우드, AI, 오픈소스까지 "기술 공헌에 한계가 사라졌다"

해외 기술 기업들이 사회공헌 새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기술 개발의 지향점을 성찰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6년 10월 클라우드 개발・도입의 옳은 방향성을 고민하며 ‘클라우드 포 글로벌 굿(A Cloud for Global Good)’ 도서를 선보였다. 2018년 1월에는 개정판도 내놨다. 클라우드와 AI, 머신러닝, 혼합현실(MR) 등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는 기술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살폈다.

MS는 사회 약자를 돕는 다수 기술도 선보였다. 클라우드와 AI 기술을 결합한 시각 장애인용 앱 ‘보는(Seeing) AI’가 대표 사례다. 이 앱은 실시간 주변 상황을 음성으로 알려준다. 마주한 사람을 카메라로 비추면 앱이 상대의 얼굴 생김새와 나이, 감정 등을 알려준다.

MS는 그밖에 ▲HIV 백신 디자인(머신러닝으로 에이즈 백신 제조) ▲99닷츠(인도・미얀마 결핵 환자의 약 복용 도움) ▲어반 에어(빅데이터로 도시 공기 질 실시간 측정・예측) 등의 서비스도 내놓았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상 애플리케이션(앱)의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고자 노력한다. 앱 개발자가 앱 접근성을 높이도록 컨설팅을 제공하는 식이다. 2019년 5월 대표이사, 임원 등이 참석한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장애인 접근성 논의만 다룬 것이 구글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청각 장애인을 돕고자 머신러닝 음성 텍스트 변환 앱인 ‘라이브 트랜스크라이브(Live Transcribe)’를 내놓기도 했다. 대화를 실시간 자막으로 변환해 일상생활의 소통을 돕는 것이 특징이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비영리단체도 돕는다. 구글 사회공헌 조직인 ‘구글닷오아르지(google.org)'를 운영하며 ▲EJI(빅데이터로 미 인종 차별 개선) ▲프레이섬북스(오픈소스로 인도 문맹률 개선) ▲넥스리프 애널리틱스(IoT 이용해 구호 기관 약품 유통 개선) 등 다수 단체의 활동을 도왔다.

구글닷오아르지가 인도의 문맹률을 낮추려고 만든 ‘프레이섬 북스(Pratham Books)’ 프로젝트.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 등 전문가가 오픈소스를 활용, 무료 라이선스로 도서를 온라인 콘텐츠로 만들어 제공했다. / 구글닷오아르지 홈페이지 갈무리
구글닷오아르지가 인도의 문맹률을 낮추려고 만든 ‘프레이섬 북스(Pratham Books)’ 프로젝트.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 등 전문가가 오픈소스를 활용, 무료 라이선스로 도서를 온라인 콘텐츠로 만들어 제공했다. / 구글닷오아르지 홈페이지 갈무리
IBM은 2016년부터 ‘사이언스 포 소셜 굿(Science for Social Good)'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인류가 직면한 사회 문제에 기술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둔다. IBM 연구원뿐 아니라 ▲과학자 ▲엔지니어 ▲정부기관 ▲비영리단체(NGO) 등 다수 조직의 전문가가 참여해 매해 해법을 모색한다.

2019년에는 ▲IBM 왓슨으로 오피오이드(약물) 남용 막는 처방 지침 마련 ▲데이터 모델링으로 빈곤 개선 방안 모색 ▲AI 기반 피부암 진단 등 다수 성과를 보였다.

화웨이는 지난해 ‘모두를 위한 기술(TECH4ALL)’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향후 5년간 5억명의 사람에게 기술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스페인 의료 연구소와 영유아용 안과 의료 기기 개발 ▲화웨이 중고폰을 열대 우림 감시용 태양열 발전 기기로 재활용 ▲선적 컨테이너를 디지털 교실로 개조해 아프리카 교육 개선 등의 사업이 있다.

이통사, 게임사, 제조사까지 앞다퉈 기술 공헌 실현

최근 한국도 이같은 사회공헌 트렌드 변화에 맞춰 다양한 시도를 더한다. 기술 기업뿐 아니라 이동통신사와 게임사, 제조사 등 다양한 주체가 기술로 사회에 양분을 주고자 노력한다.

SK 계열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적 가치 실현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최태원 회장은 2019년 12월 한 행사에서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사회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SK텔레콤은 2019년 5월 서울과 경기, 대전 등 8개 지자체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2100명에게 자사의 음성인식 AI 스피커 ‘누구'를 보급했다. 독거노인의 외로움을 줄이면서 홈 IoT 기기와 연동해 손쉬운 정보 습득을 돕기 위해서다. 위급 상황에 대비하는 효과도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네이버와 손잡고 지체 장애인 300명에 네이버 AI 플랫폼 클로바가 탑재된 ‘우리집AI’ 스피커 300대를 제공했다. 이밖에 ▲소리세상(도서 콘텐츠 음성 제공) ▲설리번+(스마트폰 카메라로 시각 정보를 음성 제공) 등의 다수 서비스도 선보였다.

SK텔레콤이 독거노인을 지원하고자 마련한 ICT 돌봄 서비스. 회사는 이 서비스가 단순한 사회공헌으로 끝나기보다는 노인 복지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이 독거노인을 지원하고자 마련한 ICT 돌봄 서비스. 회사는 이 서비스가 단순한 사회공헌으로 끝나기보다는 노인 복지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SK텔레콤 제공
한국IBM은 블록체인으로 교육 분야에서 청사진을 그렸다. 개발자와 비 개발자, 사회적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는 장을 제공해 블록체인 기술을 실제 교육 현장에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신지현 한국IBM 사회공헌 담당 부장은 2019년 11월 한 행사에서 "블록체인이 기술로만 머무르기보다는 사회에 잘 접목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우리는 교육 분야에서 더 나은 환경과 시스템을 구현하고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배경을 짚었다.

게임사도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탠다. 일례로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ACC(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언어 표현과 이해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에게 의사소통 기회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다.

한전산업개발은 시각 장애인과 고령자 등 스마트폰 활용을 어려워하는 사회 약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자 ‘스마트 음성 알리미' 기술을 제공했다. 다양한 공익 정보를 음성으로 알려주는 스마트폰 보이스 앱 솔루션이다. 고령층 인구가 많은 전라남도가 처음 사업을 선보였다.

한국IBM ‘더 나은 교육을 위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10개 팀. / 한국IBM 제공
한국IBM ‘더 나은 교육을 위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10개 팀. / 한국IBM 제공
"기업의 사회공헌은 사회와 호흡하는 일이다"

올해는 기업의 이같은 사회공헌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기업이 사회와 호흡하면서 요구에 응하고자 사회공헌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평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다수 기업이 기술로 사회공헌 패러다임을 바꾸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시대가 변하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달라졌기 때문이다"며 "사회 소외 계층이 금전만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기업이 기술로 도움을 주면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빌게이츠는 아프리카에 정보기술을 제공하는 것보다 말라리아 백신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며 기술 중심의 자선 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재클린 퓰러 구글닷오알지 대표는 "과거 빌게이츠재단에 말라리아 백신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술적 접근도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말라리아 백신을 새롭게 개발하기 위해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기술로만 해결할 순 없지만 ‘기술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을 대신한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