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와 디램(DRAM)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가격이 바닥을 치면서 PC용 DRAM 모듈 및 SSD 제품들의 가격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가격비교사이트 및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의 여파를 받아 글로벌 주요 유통 채널에서 판매 중인 컴퓨터용 DRAM 모듈 및 SSD 제품들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블랙프라이데이를 비롯한 연말 할인 마케팅의 여파가 소매 시장의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있었지만, 1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한 달 사이에 유통 가격이 30%가량 오른 삼성전자 DDR4 8GB 메모리 모듈 가격비교 자료. / 다나와 갈무리
한 달 사이에 유통 가격이 30%가량 오른 삼성전자 DDR4 8GB 메모리 모듈 가격비교 자료. / 다나와 갈무리
1월 말 기준 주요 인기 DRAM 모듈 및 SSD 제품들의 가격은 브랜드 및 제품 용량에 따라 약 10% 선에서 최대 20% 선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커세어(Corsair)의 고성능 메모리 브랜드 벤전스(Vengeance) 제품군의 미국 아마존 판매 가격은 16GB 용량 기준으로 한 달 사이에 평균 11%에서 17%까지 상승했다.

킹스톤(Kingston)사의 A400 SATA SSD 240GB 제품의 경우 평균 약 18% 올랐다. 같은 회사의 A2000 NVMe SSD의 평균 가격은 29%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능·고용량 SSD 제품들도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 QLC 낸드 플래시를 사용한 인텔의 660P 2TB 모델은 약 17%, 커세어의 게이밍 NVMe SSD MP600 모델은 약 9% 올랐다.

국내 역시 메모리 반도체 기반 제품들의 가격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말 최저가 기준으로 2만 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던 삼성 DDR4 8GB 메모리 모듈의 가격은 1월 말 기준으로 약 30% 오른 3만 원대 후반대의 가격을 형성 중이다. 주요 인기 SSD 제품들도 용량에 따라 평균 1만 원~2만 원대의 가격 상승 폭을 보인다.

메모리 제품들의 가격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메모리 시장 전문 조사기관 트랜드포스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들의 가격이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마이크론, 도시바 등 글로벌 주요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이 공급량을 즉각적으로 늘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전히 남은 메모리 재고가 적지 않은 데다, 지난해 메모리 가격 최저점을 경험한 주요 제조사들이 신규 투자 및 물량 증산에 보수적인 태도라는 분석이다.

그에 반해 신규 데이터센터와 서버 시장에서의 메모리 저장장치 수요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에는 애플을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차세대 제품의 발표 및 양산에 들어가면서 모바일용 저전력 DRAM 및 낸드 플래시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 준비 중인 차세대 게임 콘솔도 변수다. 차세대 플레이스테이션 및 엑스박스 제품은 향상된 사양으로 기본 메모리의 용량이 더욱 늘어난다. 저장장치 역시 기존 HDD 대신 낸드 기반 SSD를 적극적으로 탑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메모리 저장장치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