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상용화에 수 년…현재로선 항균제가 해답

김연지 기자
입력 2020.02.04 06:00
‘우한 폐렴’으로 알려진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재 중국과 홍콩, 이탈리아 등은 백신 개발을 위해 바이러스를 종균에서 분리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치료를 위한 백신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수 년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신종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쉽게 일으키는 리보핵산(RNA)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기전에 맞는 치료제 개발이 단 기간 내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는 당장 항균제와 항바이러스제만이 해답이라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 바이러스 모습./UC 샌프란시스코 홈페이지 갈무리
너도나도 백신 개발

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전염 속도가 더 빠르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무증상 또는 자각증상이 없는 경증 상태 감염자 감염력이 같은 계열인 사스,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강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일반적으로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는 증상이 강하게 발현될 때 전염성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증상을 보이지 않는 감염자와 접촉해 전파된 경우가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이 백신 개발에 매달리는 이유다.

현재 성과가 두드러진 곳은 진원지인 중국이다. 중국 CDC는 최근 우한에서 확보한 4개 병원체를 활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분리하고 이를 정상인의 다른 세포에 접종하는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을 확인하고 활용해 백신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인플루엔자 백신을 살짝 변형한 형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도 수 년 내 나올 전망이다. 위안궈융 홍콩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종균 분리추출에 성공했다. 이 연구팀은 앞서 개발한 인플루엔자 백신을 바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임상까지 마무리하려면 적어도 1년은 필요하다는 게 연구진 입장이다.

이탈리아는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이탈리아 국립전염병연구소 연구진은 바이러스 감염자로부터 순수 바이러스 샘플을 얻었다. 바이러스가 확보되면 진단 기법과 백신 개발, 바이러스 독성 규명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가 가장 눈 여겨 보는 곳은 미국이다. 앞으로 3개월 안으로 백신을 개발해내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보건복지부(NIH)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는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개발중이다.

앤서니 파우시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은 "앞으로 3개월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항할 백신을 만들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수 개월 내 상용화는 말도 안돼"

업계는 유전자 서열을 활용해 단 기간 내 백신을 만들겠다는 일부 연구진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85% 이상 유사한 사스만해도 미국 과학자들이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을 활용해 인간에 접종할 백신을 개발하는 데 20개월이 걸렸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신종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RNA는 체내 침투 뒤 바이러스를 늘리기 위해 유전정보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잘 일어난다.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변이가 심해 효력이 오래 가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일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수용체가 다르다"며 "변이에 따른 세포 반응 구조도 같지 않기 때문에 바이러스 확산 기간 내 백신이 개발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자체를 논의하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임종윤 한국바이오협회 이사장은 지난주 개최된 2020 바이오산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이 때문에 백신이 기전 상 맞다고 볼 수 없다"며 "아예 바이러스를 뿌리 채 뽑는 치료제를 개발해야 하는만큼, 바이러스 자체를 우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억제물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가 효능을 보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같은 행사에 참석한 김윤원 이뮨메드 대표는 "바이러스억제물(VSF)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는 세포 자연치유능력을 이용해 만든 항바이러스 치료제로 정상 세포가 아닌 바이러스 감염 세포만 타깃으로 한다"며 "아직 임상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지만, 정상적으로 허가를 받는다면 우한 폐렴에 적용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는 항균제와 항바이러스제가 해답

전문가들은 백신 상용화까지 수 년이 걸린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항균제와 항바이러스제만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국내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딱 맞는 치료제는 없다"며 "당장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항균제와 항바이러스제 투여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자 증상에 따라 스테로이드제와 항바이러스제를 함께 쓸 수도 있다"며 "환자가 보이는 반응에 집중하고 그에 따른 처방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받은 국내 2번 확진자는 증상이 완쾌돼 퇴원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항바이러스제 투여로 폐렴 증상 등이 호전됐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태국에서도 독감과 에이즈(HIV)를 치료하는데 사용되는 항바이러스제 혼합물로 치료를 받은 뒤 극적으로 증상이 호전된 사례가 나왔다. 태국 보건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한 명은 병원 입원 후 10일간 반복적으로 신종 코로나 양성 반응을 보였다가 항바이러스제 혼합물을 투여한 지 48시간만에 음성 반응을 보였다. 의료진은 독감 치료에 쓰이는 오셀타미비어에 HIV 치료에 사용되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제인 리토나비르와 로피나비르를 혼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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