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가 우리 기업 생산 중단으로 이어지자, 부품 조달 ‘다국화’와 ‘국내 리턴(생산)’ 필요성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예상치 못한 재해뿐만 아니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심화로 특정지역 조달 쏠림이 기업 경영에 중대한 리스크가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아직도 기업들은 사태 파장을 가늠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예상치 못했던 사안인데다가 해법 역시 중국 자체적인 해결에 기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4일 중국에서의 부품 조달 어려움으로 생산 중단을 결정한 현대차 관계자는‘"코로나바이러스 이슈가 빨리 정리되지 않으면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며 생산 컨트롤이 안되는 상황임을 시인했다.

자료./IT조선
자료./IT조선
이는 조달에 있어 특정국 쏠림현상의 결과다. 우리나라의 중국 의존도는 꾸준히 올랐다. 2002년만 해도 수입 비중은 11.4%에 불과했으나 2010년 16.8%, 지난해 21.3%까지 상승했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완제품을 위한 중간재 수입 비중이 상당하다.

이같은 쏠림현상 해결책은 다국화와 국내 생산(리턴) 추진이 거론된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은 낮은 인건비와 폭넓은 시장을 이유로 ‘차이나 러시’로 불리는 중국 생산 이전에 힘써왔다.

현대차도 문제가 된 ‘와이어링 하네스’ 부품제조사 3곳이 중국서 운영하는 생산시설에서 조달했다. 국내를 포함 다른 지역에서 조달이 가능했다면 생산 중단은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 인건비 상승으로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은 베트남, 인도 등으로 자연스럽게 거점 다각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현대차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국화는 인건비 이슈를 떠나서라도 기업들이 경영 위험요소를 줄이는 측면에서 검토해야 한다. 최근 보호무역주의 심화는 특정국가 조달 쏠림 현상에 상당한 리스크 요인이 된다.

문병기 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 시장이 저렴한 인건비와 폭넓은 시장이라는 메리트가 있지만 이제 기업이 고려해야 할 요소는 보호무역, 불매운동, 환경규제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질병 리스크 등 다양하다"며 "이런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생산시설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여전히 큰 소비시장을 갖고 있어 중국내 생산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소식지. 국내 생산 중단 소식을 알리는 내용이 담겨있다. / 현대차 노조 홈페이지 발췌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소식지. 국내 생산 중단 소식을 알리는 내용이 담겨있다. / 현대차 노조 홈페이지 발췌
연장선상에서 한국 생산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생산 원가는 높아지겠지만 최근에는 자동화 및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인건비 비중이 낮아져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올 수 있는 요인이 된다는 의견이다. 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이 언급된다.

조경협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업이 해외에서 생산하는 것은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분합화가 더욱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의 리턴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등 투자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해 "사태가 장기화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다방면으로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변화와 혁신의 지속’을 언급하며 "규제혁신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