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시장의 확장은 펜으로 그린 그림을 바로 디지털화하는 펜 태블릿 시장의 급성장을 이끌었다. 최근 화면과 펜을 분리한 기존 펜 태블릿 대신, 화면 위에 직접 펜을 올려 그림을 그리는 ‘펜 디스플레이’ 제품이 뜬다. 대표적으로 이 분야 전문 기업인 와콤(Wacom)의 신티크(Cintiq) 시리즈가 있다.

초창기 펜 태블릿이 나왔을 때처럼 시중에서 판매되는 모니터 일체형 펜 디스플레이 제품은 주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나왔다. 가격도 다소 비싼 편이어서 취미로 드로잉을 즐기는 일반인이나 웹툰 작가, 크리에이터 입문자들이 쓰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편이었다.

와콤의 새로운 펜 디스플레이 제품인 ‘와콤 원’. / 최용석 기자
와콤의 새로운 펜 디스플레이 제품인 ‘와콤 원’. / 최용석 기자
와콤은 ‘와콤 원(Wacom One)’을 출시하며 펜 디스플레이 시장의 확대에 나섰다. ‘화면에 직접 그린다’라는 최대 장점은 그대로 살리면서 가격 부담을 줄였다. 전문가가 아닌 초보 작가나 크리에이터, 학생 및 일반인들이 좀 더 접근하기 쉬운 가격을 책정했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와콤 원은 최대한 심플하고 단순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모토로 삼았다. 사용자 지정이 가능한 익스프레스 키를 비롯해 각종 부가 기능이 잔뜩 들어 있는 전문가용 제품군과 달리, 오직 ‘화면에 직접 그린다’라는 기능에 집중했다. 13.3인치(33.8㎝)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내장한 본체에는 전원 버튼 외에 어떠한 다른 버튼도 없다.

전원 외에 추가적인 버튼이 전혀 없는 단순한 외형을 채택했다. / 최용석 기자
전원 외에 추가적인 버튼이 전혀 없는 단순한 외형을 채택했다. / 최용석 기자
외관이나 기능은 단순하지만 기본 사양은 전문가용 라인업이 부럽지 않다. 풀HD 해상도(1920x1080)의 13.3인치 디스플레이는 NTSC 72%의 색 재현률을 지원, 일반적인 드로잉 작업에 충분한 해상도와 컬러를 지원한다. 표면에 적용된 코팅은 주변 광원의 반사를 최소화하고, 펜 작업 시 최대한 종이 같은 질감을 제공한다.

와콤 원 전용 무전원 펜은 4096단계의 필압 레벨을 감지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와콤 원 전용 무전원 펜은 4096단계의 필압 레벨을 감지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와콤 원 전용 펜은 와콤 특유의 무전원 방식으로 작동한다. 별도의 배터리가 필요 없어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필기 압력 레벨은 고급형 모델의 절반인 최대 4096단계에 불과하지만, 이정도만 해도 꽤나 정교한 드로잉 작업이 가능하다. 세밀한 압력변화에도 선의 굵기와 진함의 변화가 그대로 반영된다. 펜 촉 교체, 최대 60도 기울기 입력 등 필수적인 기능도 지원한다. 본체 측면에는 펜 홀더도 달려 펜을 보관하거나 함께 들고 이동하기 편하다.

내장 스탠드를 세워 작업하기 편한 각도로 사용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내장 스탠드를 세워 작업하기 편한 각도로 사용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전체적인 크기는 15인치급 노트북의 면적과 비슷한 세로 225㎜, 가로 357㎜, 두께 14.6㎜이고 무게도 1㎏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적당한 가방이나 파우치만 있으면 노트북과 함께 충분히 휴대할 수 있다. 화면 영역 크기는 A4 용지 한장과 비슷한 크기다.

본체에는 실제 작업 시 더욱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접이식 스탠드를 내장했다. 스탠드를 세웠을 때의 화면 각도는 약 19도로, 그냥 바닥에 놓고 쓸 때보다 편하고 정확한 작업이 가능하다.

스탠드 다리 안쪽에 내장된 예비 펜 팁과 팁 교체 도구. / 최용석 기자
스탠드 다리 안쪽에 내장된 예비 펜 팁과 팁 교체 도구. / 최용석 기자
스탠드 다리 끝은 고무 재질로 마감해 세워도 쉽게 미끄러지지 않아 안정적인 드로잉 작업을 할 수 있다. 후면 기준으로 왼쪽 스탠드 밑에는 마모된 펜 팁(촉)을 교체하기 위한 예비 팁의 수납부와 팁 교체용 도구가 내장되어 있다.

PC와의 연결은 USB와 HDMI 단자가 통합된 전용 케이블을 사용한다. 와콤 원 본체의 연결 단자는 흔히 볼 수 있는 타입-C 포트지만, 일반적인 타입-C USB 케이블과는 호환되지 않는다. 전용 케이블을 사용해야만 전원공급과 영상표시, 태블릿 기능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와콤 측의 설명이다.

타입-C는 케이블 하나로 영상과 전원, 데이터 입출력이 모두 가능한 규격이다. 그런 만큼 하나의 케이블로 간소화할 수 있었을 텐데, 복잡한 구조의 전용 케이블만 써야 하는 것은 조금 아쉽다.

단순한 구조의 본체와 달리 전원과 USB, 영상출력 등이 통합된 전용 케이블은 구성이 다소 복잡하다. / 최용석 기자
단순한 구조의 본체와 달리 전원과 USB, 영상출력 등이 통합된 전용 케이블은 구성이 다소 복잡하다. / 최용석 기자
와콤 원을 처음 연결하면 PC에서 인식하고 화면도 표시되지만, 본격적인 펜 디스플레이로 사용하려면 홈페이지에서 전용 드라이버를 받아 설치해야 한다. 전용 드라이버를 설치하면 정상적으로 펜 태블릿으로서 작동하며, 화면 밝기나 색온도 등의 고급 설정도 가능해진다.

윈도에서 제공하는 ‘윈도 잉크(Windows Ink)’ 지원 앱을 비롯해 펜 입력에 대응하는 모든 앱에서 바로 펜을 이용한 드로잉과 편집 작업이 가능하다. 물론 화면과 손이 따로 분리된 일반 펜 태블릿과 달리, 손의 움직임과 화면이 정확하게 1:1로 매칭되기 때문에 직관적이고 정교한 드로잉 작업이 가능하다.

드라이버를 설치하면 ‘윈도 잉크’ 기반 각종 펜 지원 앱과 편집 툴에서 펜을 이용한 드로잉과 편집 등의 펜 태블릿 작업이 가능하다. / 최용석 기자
드라이버를 설치하면 ‘윈도 잉크’ 기반 각종 펜 지원 앱과 편집 툴에서 펜을 이용한 드로잉과 편집 등의 펜 태블릿 작업이 가능하다. / 최용석 기자
와콤 원 구매 시 바로 디지털 드로잉 작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번들 앱도 제공한다. 제품을 정식 등록하면 와콤의 기본적인 드로잉 도구 ‘뱀부 페이퍼’를 비롯해 드로잉 툴인 ‘클립스튜디오 페인트 프로’(최대 6개월), 동영상 편집 툴 ‘어도비 프리미어 러시’(2개월)의 무료 이용권을 제공한다.

와콤 원은 상위 제품군인 신티크 프로 시리즈처럼 손가락을 이용한 터치 조작은 지원하지 않는다. 오직 펜을 이용한 포인팅과 필기, 드로잉만 지원한다. 다만 각종 단축키를 지정해 작업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리모컨 형태의 ‘익스프레스 키 리모컨’은 별도 구매 옵션으로 지원한다.

와콤 기본 펜 외에 정식 인증을 받은 호환 펜도 사용할 수 있다. 일반 연필 모양의 ‘스테들러 노리스 디지털’ 펜을 이용한 필기 입력 모습. / 최용석 기자
와콤 기본 펜 외에 정식 인증을 받은 호환 펜도 사용할 수 있다. 일반 연필 모양의 ‘스테들러 노리스 디지털’ 펜을 이용한 필기 입력 모습. / 최용석 기자
펜은 기본 펜 외에도 와콤의 정식 인증을 받은 다양한 브랜드의 호환 디지털 펜을 사용할 수 있다. 연필과 동일한 디자인과 사용감을 제시하는 독일 스테들러의 ‘노리스 디지털’ 펜, 독일 필기구 브랜드 라미(LAMY)의 만년필 모양 ‘사파리 S’펜 등이 와콤 원에서 쓸 수 있는 대표적인 호환 펜이다. 와콤과 협력하기도 했던 삼성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S펜'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가장 매력적인 장점은 ‘가격’이다. 공식 온라인몰 기준으로 43만5000원(공식 온라인몰 기준)으로 고급형 모델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와콤 원은 펜 디스플레이 제품에 관심이 있지만, 비싼 가격이 부담스러웠던 일반 사용자나 펜 디스플레이 입문자 등에게 적합한 제품이다. / 최용석 기자
와콤 원은 펜 디스플레이 제품에 관심이 있지만, 비싼 가격이 부담스러웠던 일반 사용자나 펜 디스플레이 입문자 등에게 적합한 제품이다. / 최용석 기자
와콤 펜 태블릿 특유의 검증된 성능, 풍부한 사용 경험, 높은 애플리케이션 호환성과 안정성, 폭넓은 관련 생태계, 사용자 편의성 등도 장점이다. 일반적인 드로잉작업과 사진·영상 제작과 편집 뿐 아니라 디지털 필기, 원격 미팅 및 화상 회의시 포인팅 디바이스, PDF 문서 첨언 작업 등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