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부 대신 무인 자율주행차가 피자를 집 앞까지 가져다주는 시대가 왔다. 미국 규제당국이 운전자 없는 배달차량의 공도주행을 허용키로 결정했다.

 누로(NURO)가 개발한 무인 자율주행 배달차 R2. / 누로 제공
누로(NURO)가 개발한 무인 자율주행 배달차 R2. / 누로 제공
7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로봇 스타트업 누로가 무인 자율주행차 주행 임시면허를 발급 받았다. 누로는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저속 전기배송 차량을 휴스턴에서 2년 동안 최대 5000대까지 운영할 수 있다. 회사는 앞으로 수 주 안에 배달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실 주행실험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누로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R2는 스티어링휠이나 시트, 사이드미러 등 사람이 차를 제어하는 데 필요한 장비가 일절 장착되지 않는다. 대신 실내 공간은 철저히 배달물품을 싣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차 크기는 일반 중형 세단의 절반 정도지만, 무게 190㎏에 부피 630L 이상의 짐을 실을 수 있다. 여기에 31㎾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 일정 지역에서 배달업무를 수행하기 충분한 주행거리를 확보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음식을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한 온도 조절장치도 장착한다.

무인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도로 위를 달릴 수 있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과 한국 등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엄격한 안전규정을 통과한 자동차에 대해서만 공도주행을 허가한다. 미국의 경우 적어도 75개 이상의 자동차 안전표준이 존재한다.

문제는 해당 규정들이 대부분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경우를 상정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무인 자율주행차는 현행 법률 상 운행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로는 미 정부와 3년 이상 협상 끝에 무인 배달차의 운영을 허가 받았다. 미국 국회의원들은 미래 모빌리티 사회에 대비한 연방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회사측에 보다 엄격한 안전관리와 함께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에 대한 노력 등을 요구했다.

무인 배달차량은 유통업계에서도 관심이 높다. 인건비를 줄이고 사고위험도 낮출 수 있어서다. 누로는 2018년부터 크로거, 월마트, 도미노피자 등 대형 체인들과 시범사업을 전개했다. 이번 정부승인으로 이들은 본격적으로 무인 배달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누로는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개발자 출신들이 2016년 설립한 로봇 스타트업이다. 2019년 소프트뱅크로부터 9억4000만달러(약 1조1100억원)을 투자 받았다. 소프트뱅크는 이 기업의 가치를 27억달러(약 3조2000억원)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