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 IP컨설턴트
유경동 IP컨설턴트
작년말 스위스 컨설팅업체 이콘사이트는 전세계 1000여개 기업이 보유중인 특허정보를 분석 및 평가해 ‘가장 혁신적인 기업 순위’를 발표했다. 여기서, 구글의 알파벳을 비롯해, 애플, 아마존, 인텔, 퀄컴 등 기라성 같은 US 테크 컴퍼니를 모두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기업이 있다. 바로, 존슨앤존슨이다.


./자료: 이콘사이트
./자료: 이콘사이트
소비재기업의 반란

이콘사이트는 이번 조사를 특허분석 전문 업체인 렉시스넥시스의 자회사 ‘패이턴트사이트’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따라서 조사대상 업체 보유 특허가 이번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잣대였다. 그래서 더 의아하다. 유수의 첨단 기술기업을 모두 제친 1등 업체가, 일반 소비재 생산기업이라는 사실이 말이다. 그렇다면, 존슨앤존슨의 IP포트폴리오는 과연 어떻길래 이 같은 결과가 나온걸까?

윕스의 윈텔립스 분석에 따르면, 존슨앤존슨이 미국 등 전세계 주요국에 출원한 특허는 2019년말 기준, 총 1만1890건에 달한다. 최근 출원추이를 보면, 2014년을 정점으로 다소 소강국면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자주 목격되는 다출원 주의의 용도폐기 현상이 존슨앤존슨에서도 목격된다.

존슨앤존슨 출원 추이./ 윈텔립스
존슨앤존슨 출원 추이./ 윈텔립스
국가별로는 역시 미국에서 출원한 특허가 2796건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유럽, 일본, 인도, 한국, 중국 등의 순이다.

존슨앤존슨 국가별 출원비중./윈텔립스
존슨앤존슨 국가별 출원비중./윈텔립스
패밀리특허의 출원국가수를 보면, 글로벌 컴퍼니답게 확고한 해외진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무려 13개국에 출원된 특허가 1400건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 14개국, 12개국 등이다. 절대 출원건수를 줄이는 대신, 같은 특허를 전세계 여러 국가에 동시다발적으로 출원, 해외 마케팅 전선을 다지는 다국적기업들의 전형적인 글로벌 전략이다.

존슨앤존슨 패밀리특허 현황./ 윈텔립스
존슨앤존슨 패밀리특허 현황./ 윈텔립스
존슨앤존슨이 보유한 특허의 질을 평가해봤다. 최고등급인 트리플A를 받은 특허가 183건에 달하는 등 대다수 특허가 B등급 이상의 양질의 등급을 받았다. 1건을 출원하더라도 양질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존슨앤존슨만의 IP경영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평가등급별 보유특허 건수./ 윈텔립스
평가등급별 보유특허 건수./ 윈텔립스
이번엔 존슨앤존슨 보유 특허를 기술별로 나눠서 봤다. 역시 생필품, 즉 로션 등 화장품이나 각종 의약품 관련 특허가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 물리학, 즉 광학제품 또는 광학용 매디컬기기 관련 특허가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계열사별 특허출원 건수만 봐도 알 수 있다. ‘아큐브’로 잘 알려진 일회용 소프트렌즈 등 광학용품을 주로 생산/판매하는 존슨앤존슨비전케어와 로션 등 생필품 전문 업체인 존슨앤존슨컨슈머가 전체 출원건수를 양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존슨앤존슨 보유특허의 기술별/계열사별 구성./윈텔립스
존슨앤존슨 보유특허의 기술별/계열사별 구성./윈텔립스
양보다 질, 질보다 혁신

보통, 미국의 첨단 테크기업들은 수만에서 많게는 수십만건의 특허를 갖고 있다. 하지만 존슨앤존슨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작 1만여건의 특허가 전부인 소비재 전문업체다. 그럼에도 이들 사이에서 IP적으로 단연 두각을 보인 이유는 양보다 질, 그중에서도 ‘특허 혁신성’에 있다.

존슨앤존슨은 최근 회사의 역량을 매디컬, 즉 의료기술 쪽으로 선회시켰다. 이 회사 전체특허를 CPC코드상 기술분류별로 잘게 쪼개보면, 역시 A61K와 A61Q 즉, 이 회사가 전통적으로 강한 화장품 관련 특허가 가장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혈관 이식 보철(A61F)이나 전기 치료(A61N), 진단 수술(A61B) 등 매디컬 관련 연구개발에 주력하면서, 이 분야 관련 특허가 급증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자료: 테크DNA(비즈IP)
./자료: 테크DNA(비즈IP)
존슨앤존슨이 주력 연구개발 분야를 바이오 센서나 외과용 로봇공학 쪽으로 과감하게 이동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사업 안정보다는 미래 혁신에 방점을 둔 거다. 존슨앤존슨은 최근 구글의 합작투자사 오리스 헬스(Auris Health)와 버브 서지컬(Verb Surgical)을 전격 인수했다. 패이턴트인사이트에 따르면, 매디컬테크 분야에서만 존슨앤존슨은 300개 이상의 회사를 대량 매집했다.
관련 특허 하나 거들떠 보자. 존슨앤존슨이 2019년 10월 미 특허청에 정식 등록한 ‘광선요법 플랫폼 모바일 응용기기’라는 특허다. LED 빛에서 방출되는 특정 광스펙트럼이 여드름 치료나 피부노화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착안해 만든 발명품이다.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직후, ‘일루마스크’라는 이름으로 이미 제품화까지 됐다. 존슨앤존슨은 계열 바이오벤처 투자사 JJDC를 통해, 제조사에 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관련 특허도면 및 제품(일루마스크)./존슨앤존슨
관련 특허도면 및 제품(일루마스크)./존슨앤존슨
한우물의 저주

흔히들 "한우물만 파라"고 하다. 전문성을 갖추라는 얘기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기술이 종과 횡으로 연결되는 4차산업시대, 이 격언은 말 그대로 ‘옛말’이 됐다. 시대를 읽고, 트렌드를 파악한 존슨앤존슨은 붕대와 반창고로 사업을 일으켰던 100여년전 우물에서 나와, 지금 혁신이라는 이름의 제2, 제3의 우물을 계속해서 파고 있다. 어느 구멍에서 샘물이 나올지 여부는 파봐야 안다.


유경동 IP컨설턴트
윕스 전문위원과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 편집장, 전자신문 기자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SERICEO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100 △ICT 시사상식 등이 있습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글로벌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의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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