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콘사이트는 이번 조사를 특허분석 전문 업체인 렉시스넥시스의 자회사 ‘패이턴트사이트’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따라서 조사대상 업체 보유 특허가 이번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잣대였다. 그래서 더 의아하다. 유수의 첨단 기술기업을 모두 제친 1등 업체가, 일반 소비재 생산기업이라는 사실이 말이다. 그렇다면, 존슨앤존슨의 IP포트폴리오는 과연 어떻길래 이 같은 결과가 나온걸까?
윕스의 윈텔립스 분석에 따르면, 존슨앤존슨이 미국 등 전세계 주요국에 출원한 특허는 2019년말 기준, 총 1만1890건에 달한다. 최근 출원추이를 보면, 2014년을 정점으로 다소 소강국면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자주 목격되는 다출원 주의의 용도폐기 현상이 존슨앤존슨에서도 목격된다.
보통, 미국의 첨단 테크기업들은 수만에서 많게는 수십만건의 특허를 갖고 있다. 하지만 존슨앤존슨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작 1만여건의 특허가 전부인 소비재 전문업체다. 그럼에도 이들 사이에서 IP적으로 단연 두각을 보인 이유는 양보다 질, 그중에서도 ‘특허 혁신성’에 있다.
존슨앤존슨은 최근 회사의 역량을 매디컬, 즉 의료기술 쪽으로 선회시켰다. 이 회사 전체특허를 CPC코드상 기술분류별로 잘게 쪼개보면, 역시 A61K와 A61Q 즉, 이 회사가 전통적으로 강한 화장품 관련 특허가 가장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혈관 이식 보철(A61F)이나 전기 치료(A61N), 진단 수술(A61B) 등 매디컬 관련 연구개발에 주력하면서, 이 분야 관련 특허가 급증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관련 특허 하나 거들떠 보자. 존슨앤존슨이 2019년 10월 미 특허청에 정식 등록한 ‘광선요법 플랫폼 모바일 응용기기’라는 특허다. LED 빛에서 방출되는 특정 광스펙트럼이 여드름 치료나 피부노화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착안해 만든 발명품이다.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직후, ‘일루마스크’라는 이름으로 이미 제품화까지 됐다. 존슨앤존슨은 계열 바이오벤처 투자사 JJDC를 통해, 제조사에 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흔히들 "한우물만 파라"고 하다. 전문성을 갖추라는 얘기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기술이 종과 횡으로 연결되는 4차산업시대, 이 격언은 말 그대로 ‘옛말’이 됐다. 시대를 읽고, 트렌드를 파악한 존슨앤존슨은 붕대와 반창고로 사업을 일으켰던 100여년전 우물에서 나와, 지금 혁신이라는 이름의 제2, 제3의 우물을 계속해서 파고 있다. 어느 구멍에서 샘물이 나올지 여부는 파봐야 안다.
유경동 IP컨설턴트
윕스 전문위원과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 편집장, 전자신문 기자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SERICEO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100 △ICT 시사상식 등이 있습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글로벌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의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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