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가는 2019년 온라인 유통가에 밀려 부진의 늪에 빠졌다. 효율성 위주로 매장과 브랜드를 개편해 실적 반전을 노렸는데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그 주인공이다. 증권가에서는 오프라인 유통가의 타격이 과거 메르스 전파 당시보다 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는 감염을 피하기 위해 인파가 많은 백화점·마트 방문을 꺼리고, 이는 매출 하락으로 이어진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이마트 마포공덕점 등 일부 점포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며 긴급 휴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백화점 주요 3사 본점. / 백화점 제공
백화점 주요 3사 본점. / 백화점 제공
백화점·마트는 주말을 포함한 휴점 기간 수백억원대 매출 손실을 안을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나아가 휴업 점포 및 휴점일 수가 늘어날 경우 오프라인 유통가의 상반기 실적 자체를 크게 끌어내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아울렛에 이어 롯데백화점, 이마트까지…휴점으로 수십~수백억원 손해 예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촉발한 오프라인 유통가 연속 휴점 사태, 시작은 현대아울렛 송도점이다. 19번 확진자가 방문한 사실이 확인된 6일, 현대아울렛 송도점은 긴급 휴점을 결정했다. 이 점포는 2016년 개점 당시 한달만에 450억원 매출을 올리는 등, 매일 1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23번째 확진자 방문이 확인, 휴점한 롯데백화점 본점은 한국 매출 1위 롯데백화점이다. 주중에만 하루 1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다시 문을 열 예정이지만, 7일~9일 주말 매출 피해는 수백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함께 휴점한 롯데면세점 명동점도 수백억원대 매출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이마트 마포공덕점의 휴점 피해도 크다. 이 곳 역시 23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다. 이마트는 앞서 같은 이유로 전북 군산점(8번째 확진자), 인천 부천점(12번, 14번째 확진자) 휴점도 결정한 바 있다. 7일부터 9일까지 휴점한 이마트 마포공덕점의 일 매출은 5억원쯤으로 예상된다. 15억원 이상 매출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백화점, 마트 휴업은 그 자체로 매출에 악영향을 미친다. 여파도 크다. 영업을 재개한 후에도 소비자는 감염을 우려해 방문을 꺼릴 수밖에 없다. 휴점한 매장뿐 아니라 다른 매장의 방문자도 함께 줄어든다. 유통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후 모든 매장의 방문자가 1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가 "방문객 안전이 최우선…방역·예방에 힘쓴다"에 증권가 "실적 악영향 미칠 것"

백화점, 마트의 고민은 갈 수록 깊어진다. 오프라인 유통가는 2019년 신선식품을 비롯한 주력 상품, 배송 및 앱 체제를 정비했다.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젊은 임원을 발탁하고 조직 개편에 힘을 기울였다. 모두 2020년 도약을 노린 수다. 하지만, 연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벌어져 한치 앞 시장 상황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백화점, 마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과 전염 예방법을 담은 내부 방송과 광고물을 적극 활용한다. 내부 집기와 임직원 위생 점검을 더욱 철저히 실시하고,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비치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 방문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방역 및 예방 조치에 힘쓰겠다는 것이 유통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언제든 잠재 확진자가 방문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완전한 예방책은 아니다. 언제든 확진자 방문 확인 후 긴급 휴점이라는 악순환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증권가의 전망도 부정적이다. 백화점, 마트뿐 아니라 면세점 업황까지 부진에 빠지리란 분석 하에서다.

KB증권은 9일 현대백화점 2020년 예상 실적을 하향 조정했다. 하나금융투자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통가에 미칠 여파가 과거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클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횡행하면 백화점과 면세점을 찾는 외국인이 급감, 관광 수입이 크게 줄 것으로 내다봤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1분기뿐 아니라 상반기 전체 실적 자체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역을 철저히 해 소비자에게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고, 온라인 및 앱 배송을 강화하는 등 대비하겠지만,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