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신뢰도 하락 때문에”…코넥스 기업 코스닥 출사표 잇따라 철회

김연지 기자
입력 2020.02.12 06:00
코스닥 시장 진출을 목표로 출사표를 던졌던 코넥스 바이오 기업들이 이전상장 신청을 잇따라 철회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바이오 업종 신뢰도 하락을 이유로 꼽는다. 코스닥으로 이전상장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는 푸념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체외진단기기 전문기업 티씨엠생명과학은 최근 공시에서 코스닥 이전상장 결정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업체는 철회 배경을 밝히지 않은 채 "대표주관사와 향후 긴밀히 협조해 상장 신청을 재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코넥스에 상장했다가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을 희망했던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잇따라 계획을 철회하고 있다. 체외진단 개발사 젠큐릭스와 유전자 교정 서비스사 툴젠, 대사질환 신약 개발사 노브메타파마, 방사성의약품 전문기업 듀켐바이오 등이 대표적이다.

./셔터스톡 갈무리
2013년 7월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 정책의 일환으로 코스닥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장할 수 있도록 코넥스를 신설했다.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이다.

코넥스는 새내기 업체에 코스닥 이전상장을 위해 체력을 기를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코스닥 대비 자본금 등 경제적인 부분에 준비가 덜 되어있더라도 상장이 가능하다. 특히 성장성 또는 기술력이 있다고 평가되면 특례 제도로 코스닥 이전 상장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코넥스 시장 평가는 좋지 않다. 일평균 거래대금을 따져볼 때 중소기업 자본 조달 창구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코넥스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24억원이다. 웬만한 코스닥 기업 한 곳의 하루 거래대금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다. 이에 코넥스 바이오 기업은 거래가 활발한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상장을 노린다.

올해만 코넥스 바이오 2곳 상장 심사 요청 철회

최근 상장 심사 요청을 철회한 티씨엠생명과학은 세계 최초로 패드형 자궁경부암 HPV(인간유두종바이러스) 진단키트 ‘가인패드’를 개발한 회사다. 앞서 기술성평가기관으로부터 A등급을 받으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티씨엠생명과학은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9년 8월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업체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받고 같은해 12월 심사를 연장했다. 하지만 올해 2월 심사 신청을 철회했다.

일각에서는 티씨엠생명과학 재무구조에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티씨엠생명과학은 2018년 매출 36억원과 영업손실 41억원, 순손실 167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부터 영업손실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다.

앞서 1월에는 방사성의약품 전문기업 듀켐바이오가 코스닥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코스닥 이전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약 7개월만이다. 업계는 듀켐바이오가 기술성평가기관 두 곳에서 A등급을 받고, 중국 제약사와 파킨슨병 진단 방사성의약품 ‘FP-CIT’ 개발계약 소식을 전한만큼 이전 상장은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듀켐바이오는 거래소가 요청한 서류 보완을 이유로 상장 요청을 철회했다. 듀켐바이오 관계자는 "상장 재추진 일정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전상장 쉽지 않은 이유…바이오 업종 특성 반영된 결과

2018년 금융위원회는 이전상장 요건을 개선했다. 이로 인해 코스닥 이전상장은 과거보다 수월해졌다. 다만 제약·바이오 업계에는 다른 이야기다. 지난해 발생한 여러 바이오 관련 악재 때문이다. 코오롱티슈진 인보사, 신라젠 사태 등 잇따라 발생했던 악재는 한국거래소의 심사 평가 기준을 더욱 보수적이게 만들었다.

2019년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한 업체는 3곳이다. 이 중 바이오기업은 없다. 심사를 요청한 젠큐릭스와 툴젠, 노브메타파마는 지난해 심사 요청을 철회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 연구위원은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하는 요건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완화된만큼, 이전상장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일어나는 현상은 바이오 업종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발생했던 바이오 업종 사건사고는 시장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한국거래소는 더 엄격하고 보수적으로 바이오 기업을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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