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키티'로 유명한 일본 캐릭터 전문 기업 산리오의 실적이 곤두박질 중이다. 2019년 매출·영업이익이 최근 5년 중 최악이다. 영업이익은 5년전과 비교해 5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디즈니의 마블 슈퍼히어로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먹힐만한 ‘블록버스터 전략'이 없고, 키티 관련 로열티 사업과 해외사업 축소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헬로키티 매장. / 재팬쇼핑 갈무리
헬로키티 매장. / 재팬쇼핑 갈무리
산리오는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2019년 4월~12월 매출액 421억엔(4562억원), 영업이익 24억엔(26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4%, 영업익은 36.1% 감소했다.

2019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의 산리오 연간 예상 매출액은 전년 대비 2.4% 줄어든 577억엔(6252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4% 감소한 40억엔(433억원)이다.

산리오 실적은 2016년 3월부터 예상치를 포함한 2020년 3월까지 매출영업이익 모두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5년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20.4%, 영업익은 68.5% 추락했다.

산리오는 2019년 실적 악화에 대해 태풍과 코로나19 등 사회적 불안요소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캐릭터 업계는 산리오의 실적 악화는 본업인 캐릭터 로열티 비즈니스와 해외사업 축소에 있다고 지적한다.

산리오에 따르면 캐릭터 로열티 매출 비율은 2016년 3월기 40.8%에서 2020년 3월기 33.8%로 꾸준한 감소세를 보였다. 해외 사업 역시 2020년 3월 실적 예상치를 기준으로 전년 대비 매출 13.4%, 영업익 24.9% 하락했다.

실적 하락세 속에 실적 상승을 보인 사업은 ‘테마파크'와 ‘일본 국내 캐릭터 상품' 사업이다. 테마파크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80억엔(866억원), 영업익은 48.5% 상승한 5억엔(54억원)이다. 일본 국내 캐릭터 상품의 경우 전년 대비 매출은 3.9%, 영업익은 70% 상승했다.

하토야마 레히토 前산리오 상무는 과거 일본 매체 다이아몬드 비즈니스를 통해 헬로키티는 ‘블록버스터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블록버스터 전략은 강력한 2%의 콘텐츠가 98%의 수익을 안겨준다는 내용이다. 이는 현재 영화 마블 어벤져스 등 핵심 콘텐츠로 막대한 수익을 끌어모으고 있는 월트디즈니컴퍼니를 보면 이해가 빠르다. 그는 산리오가 캐릭터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과정을 최적화하는데 중점투자해야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캐릭터 업계는 산리오의 실적 추락이 디즈니 등 강력한 경쟁사의 등장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산리오 홈그라운드인 일본에서도 마블 슈퍼히어로와 디즈니 캐릭터를 소재로 한 캐릭터 상품이 급격하게 늘었다. 일본산 캐릭터만 가득하던 피규어 상품도 최근 디즈니·마블·스타워즈 캐릭터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야노경제연구소는 캐릭터 비즈니스연감 자료를 통해 캐릭터 시장 자체는 10년간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만 봐도 라인프렌즈와 카카오프렌즈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라인프렌즈는 2018년도 매출액 1973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독립법인 이후 성장율은 무려 525%에 달한다. 라인프렌즈 관계자에 따르면 2019년도 매출액은 2000억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매출카카오프렌즈도 2018년 1051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라인프렌즈와 카카오프렌즈 두 회사는 글로벌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미 중국 등 큰 시장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넷플릭스 등 글로벌 미디어 기업과 손잡고 전 세계에 밀레니얼·Z세대에게 자사 캐릭터를 알리기 위해 혈안이다. 국내 캐릭터 업계 관계자들은 머지않아 라인·카카오프렌즈 두 회사가 산리오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