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은 4년마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플래그십 DSLR 카메라 ‘EOS 1D 시리즈’를 출시한다. 2016년작 캐논 EOS 1D X 마크II에 이어 2020년 2월 EOS 1D X 마크III가 등장했다. 35㎜ 이미지 센서와 강력한 자동 초점, 연속촬영에 5.5K 동영상 촬영까지 현존 최고 수준의 기계 성능을 가진 DSLR 카메라다.

캐논 EOS 1D X 마크III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1D X 마크III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1D X 마크III의 자동 초점과 연속촬영 기능 위주로 이틀간 사용했다. 시장을 이끄는 기함 모델다운 위력, 디지털 카메라의 진화 현황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부피와 무게가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만족했지만, 그럼에도 ‘작고 경쾌한 미러리스 카메라라면 더 편했을텐데’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전문가 위한 정밀 조작계, 높은 신뢰성과 차세대 CFexpress 슬롯 두드러져


캐논 EOS 1D X 마크III.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1D X 마크III.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1D X 마크III를 포함한 EOS 1D 시리즈는 세로 그립 일체형으로 설계된다. 가로는 물론 세로로 촬영할 때에도 커맨드 다이얼과 단축 버튼 등 정밀한 조작계를 사용할 수 있다.

본체 크기 158 x 167.6 x 82.6㎜, 무게 1250g(배터리, 메모리 카드 포함 1440g)으로 육중하다. 손에 쥐면 바로 느낄 수 있는 편리한 조작계, 신뢰감 덕분에 장시간 사용 시 피로는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다. 본체는 방진·방적 설계돼 눈이나 비가 오는 날에도 사용할 수 있다.

캐논 EOS 1D X 마크III.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1D X 마크III. / 차주경 기자
뒷면 광학 뷰 파인더는 0.76배율, 시야율 약 100%다. 눈에 보이는 거의 그대로 사진에 찍힌다. 휠 다이얼, 서브 모니터 등 조작계는 기존 EOS 1D 시리즈와 거의 같다. 모니터는 정전식 터치, 3.2인치 크기에 210만화소다. 화면을 누른 곳으로 빠르게 초점을 이동하는 듀얼픽셀 CMOS 자동 초점 기능도 갖췄다. AF-On 버튼에는 스마트 콘트롤러가 추가된다. 마우스처럼 손가락으로 터치 후 움직여 자동 초점 포인트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캐논 EOS 1D X 마크III.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1D X 마크III.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1D X 마크III는 차세대 메모리 CFExpress 듀얼 슬롯을 가졌다. 고속·대용량 메모리 덕분에 비압축 RAW와 압축 JPEG 동시 저장으로 메모리 용량만큼, 1000장 이상(325GB 메모리 사용 시) 연속촬영할 수 있다. 5.5K 비압축 RAW 동영상 촬영에도 대응한다.

전원은 LP-E19다. 충전 후 뷰 파인더 촬영 시 2850장, 라이브 뷰 촬영 시 610장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동영상도 4시간쯤 촬영할 수 있는데, 모두 특정 조건 하에서 배터리 성능을 측정한 CIPA 기준이라 실제로는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캐논 EOS 1D X 마크III와 EF 70~200㎜ F4L IS USM.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1D X 마크III와 EF 70~200㎜ F4L IS USM. / 차주경 기자
이틀간 사용할 렌즈는 캐논 고급 L 시리즈 망원 줌 렌즈 EF 70~200㎜ F4L IS USM이다. 광학 흔들림 보정 기능과 초음파 자동 초점 모터를 탑재해 빠르고 정확하게 초점을 잡는다.

35㎜ 2010만화소 이미지 센서 + 191점 AF + 20연사 + ISO 204800 = ‘환상적’


캐논 EOS 1D X 마크III 예제 사진(위)과 일부를 잘라낸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1D X 마크III 예제 사진(위)과 일부를 잘라낸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1D X 마크III는 35㎜ 2010만화소 이미지 센서를 가졌다. 디직X 이미지 처리 엔진과 함께 고해상도·고화질 사진을 만든다. 로우패스필터(색 왜곡과 격자무늬 모아레 현상을 줄이는 부품)도 개량, 해상력을 한층 높였다.

캐논 EOS 1D X 마크III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1D X 마크III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1D X 마크III의 뷰파인더 자동 초점 포인트 개수는 191개로 이전(61개)보다 늘었다. 검출 능력이 우수한 크로스 센서 개수도 41개에서 155개로 늘었다. 자주 쓰는 한가운데 포인트는 -4~21EV 광량 하에서도 동작한다. 야간 조류 혹은 실내 스포츠 촬영 시에도 민첩하게 초점을 포착한다.

캐논 EOS 1D X 마크III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1D X 마크III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1D X 마크III는 피사체의 움직임, 거리 등에 맞춰 자동 초점 설정을 정밀하게 조절 가능하다. 일단 반셔터 조작으로 피사체를 포착하면 이동 방향과 거리, 장애물 유무에 관계 없이 초점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이동·포착한다. 하늘을 날아가는 새도 손쉽게 초당 16장~20장 속도로 연속 촬영 가능하다.

캐논 EOS 1D X 마크III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1D X 마크III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1D X 마크III는 뷰 파인더 촬영 시 초당 16장, 라이브 뷰에서는 초당 20매 속도 연속 촬영할 수 있다. 피사체에 맞춰 초점과 밝기를 실시간 조절한 상태에서다. 블랙아웃(미러가 여닫힐 때 뷰 파인더가 순간 가려지는 현상)이 매우 짧아 연속촬영 시 피사체를 확인하기 쉽다.

캐논 EOS 1D X 마크III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1D X 마크III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전자식 셔터와 라이브 뷰를 사용하면 연속촬영 속도는 초당 20장으로 더욱 빨라진다. 이 경우 역시 초점과 밝기를 실시간 조절한다. 셔터 및 미러 동작음이 없으므로 새가 먹이를 먹는 순간, 댄스 공연 현장 등 조용하게 연속촬영해야 할 때 유용하다.

ISO 25600/51200/102400/204800 사진 예제. / 차주경 기자
ISO 25600/51200/102400/204800 사진 예제. / 차주경 기자
셔터 속도를 확보해 연속촬영에 힘을 실어주는 고감도 성능도 한 단계 개선됐다. 범위 자체가 ISO 50~819200(확장 시)으로 넓고, 화질도 전 모델보다 1단계쯤 개선됐다.

ISO 100~12800의 화질 차이는 미미하다. ISO 25600, ISO 51200 이상의 화질도 인상적이다. 어두운 밤에 ISO 102400 이상 고감도로 촬영해도 피사체의 윤곽을 양호하게 묘사한다. 울긋불긋한 노이즈도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미러리스 기능 품고 DSLR 이어 디카 시장 제패 노릴 카메라


캐논 EOS 1D X 마크III와 EF 70~200㎜ F4L IS USM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1D X 마크III와 EF 70~200㎜ F4L IS USM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1D 시리즈, 니콘 D1 시리즈는 디지털 카메라 기술뿐 아니라 시장 자체를 이끌었다. 최신작 캐논 EOS 1D X 마크III는 자동 초점, 연속촬영 등 DSLR 카메라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동영상 전문가 수요까지 겨냥했다. 듀얼 픽셀 CMOS 자동 초점과 라이브 뷰, 무음 촬영 등 미러리스 카메라의 장점까지 품었다.

캐논 EOS 1D X 마크III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1D X 마크III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성능을 고려하면, 큰 부피와 비싼 가격은 캐논 EOS 1D X 마크III의 단점이 아니다. 광학식 뷰 파인더와 위상차 자동 초점 시스템의 한계(자동 초점 영역이 화면의 일부로 제한되는 점)가 있으나, 피사체 특성별로 최적화할 수 있는 자동초점 세부 설정을 사용하면 만회할 수 있다.

캐논 EOS 1D X 마크III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1D X 마크III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1D X 마크III는 DSLR 카메라 성능의 극한에 다다른 제품이다. 한편으로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제품이기도 하다. 문득, 캐논 EOS 1D X 마크III의 후속 모델은 SLR 카메라가 아닌 미러리스 카메라로 출시될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DSLR 카메라 시대는 저물어간다. 그럼에도 캐논 EOS 1D X 마크III처럼 완성도 높은 제품이 있다면, 사용자들은 오랫동안 DSLR 카메라 시대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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