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게임은 기자의 닉네임 하이쌤(highssam@chosunbiz.com)과 게임 세상을 합친 말로 화제가 되는, 주목할만한 게임에 대해 분석하고 소개하거나 게임·게임 업계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흔히 블록체인이라고 하면 ‘비트코인’을 떠올리거나, 아직 실생활에 적용하기 어려운 신기술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쓰임새가 다양하다. 위·변조나 해킹에 강하고, 무형 재산을 자산화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게임과 잘 어울린다.

게임·블록체인 업계에서는 블록체인이 게임 시장을 더 확장시킬 차세대 플랫폼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어떻게 게임과 블록체인이 결합할까.

. / 픽사베이 갈무리, 편집=오시영 기자
. / 픽사베이 갈무리, 편집=오시영 기자
플레이댑 "블록체인은 게이머에 게임 아이템 소유권 100% 쥐여주는 기술"

블록체인 기술을 게임에 적용해서 얻는 가장 대표적 장점은 서로 다른 게임의 재화를 연동해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플레이댑’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플레이댑은 NHN, 넷마블, 엔씨소프트, 아이템베이 출신 게임·IT업계 베테랑이 뭉쳐 2018년 12월 31일 세운 회사다.

플레이댑은 수퍼트리에서 개발한 댑게임(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크립토도저’와 ‘도저버드’를 글로벌 시장에 서비스한다. 두 게임은 2019년 삼성 블록체인 월렛에 탑재됐다. 삼성개발자컨퍼런스 2019(SDC 2019)에서 이러한 사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회사는 게이머가 디지털 자산을 블록체인 토큰으로 활용하고 이용자끼리 직접 거래하는 ‘C2C 마켓 플레이스’를 2020년에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획득 아이템으로 실시간 이용자 간 토너먼트에 참여해 다양한 보상을 얻는 e스포츠 기반 서비스도 준비한다.

정상원 플레이댑 사업총괄이사는 "기존에는 게이머가 게임 캐릭터를 키우고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도 그 소유권이 결국 게임사에 있어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블록체인 NFT(대체불가토큰)을 활용하면 게임 속 자산을 100% 게이머가 소유할 수 있고, 서로 다른 블록체인게임 간에 재화를 이동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9월 플레이댑 사업설명회에 참여한 정상원 이사(오른쪽)의 모습. / 오시영 기자
2019년 9월 플레이댑 사업설명회에 참여한 정상원 이사(오른쪽)의 모습. / 오시영 기자
정상원 이사는 "게임 콘텐츠는 2020년에도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킬러 콘텐츠로 주목 받을 것으로 본다"며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게임에 도입하는 시기가 오면 기존 게임 산업의 생태계가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레이댑은 기존 게임 개발자가 블록체인 기술 허들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돕는다. 블록체인 개발에 익숙하지 않은 개발자도 쉽게 개발에 뛰어들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SDK)를 제공한다.

그는 2019년 9월 사업설명회에서 "플레이댑은 파괴적인 혁신이 아닌 ‘조화로운 혁신(Harmonized Renovation)’을 추구한다"며 "이는 기존 게임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PC, 모바일게임처럼 공존하며 블록체인 게임만의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이다"고 설명했다.

엠게임, ‘미래 먹거리’ 블록체인게임 사업 활발…당장 수익보다 미래 위한 연구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엠게임도 블록체인 사업에 활발히 참여한다. 다만 블록체인 게임 시장이 아직 열리지 않았으므로 당장 수익을 낸다기보다 연구·개발을 위주로 한다.

엠게임은 2019년 5월 이오스(EOS) 기반 블록체인 게임 포털 사이트 ‘이오스 로얄’에 블록체인 게임 4종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액션역할수행게임(RPG) ‘이오스 공성전’을 개발한다.

엠게임의 블록체인 게임 포털 ‘이오스 로얄’. / 엠게임 제공
엠게임의 블록체인 게임 포털 ‘이오스 로얄’. / 엠게임 제공
6월에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와 플랫폼 ‘클레이튼’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엠게임은 대표 지식재산권(IP) ‘귀혼’과 ‘프린세스메이커’를 활용한 게임 2종을 개발해 클레이튼에 탑재할 예정이다.

‘귀혼 for 클레이튼’은 1월 17일부터 31일까지 2주간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후 ‘프린세스메이커’를 활용한 클레이튼 기반 게임도 상반기 중 선보일 예정이다.

엠게임 한 관계자는 "차세대 플랫폼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 기술 역량을 키우는 중이다"며 "게임 개발·서비스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위메이드, 성능 ↑·진입장벽 ↓ 블록체인 시스템에 유명 IP 더해 경쟁력 강화

중견게임사 위메이드는 자회사 위메이드트리를 통해 꾸준히 블록체인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1월 론칭한 블록체인게임 플랫폼 ‘위믹스 네트워크’가 대표적이다.

위믹스 네트워크는 블록체인의 주요 과제로 꼽히는 초당 트랜잭션(Transection Per Second, TPS) 성능을 높이기 위해 멀티 체인 구조를 채택했다. TPS는 초당 거래 처리량을 의미한다. 인터넷에서 속도가 빠를 수록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아지는 것처럼, 블록체인 기술도 TPS 성능이 좋아야 더 많은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멀티 체인 구조는 그라운드X의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튼'의 '서비스 체인'으로 구현했다. 멀티 체인 구조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체인’에서 대규모 트랜잭션을 처리하면서 게임과 이용자가 늘어나면 서비스 체인도 그 수에 맞춰 병렬적으로 늘리는 시스템을 말한다. 위믹스는 서비스 체인 사이 자산과 데이터 이동을 지원하는 브릿지 체인도 제공한다.

위메이드 측은 "우리 플랫폼은 대규모 게임 트랜잭션을 소화할 수 있고, 확장성에 제한이 없다"며 "브릿지 체인을 제공해 체인의 수와 종류에 관계없이 통합 자산·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복잡한 진입 장벽도 낮추려 노력했다. 모바일 앱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보통 블록체인 게임은 거래소 수수료나 토큰을 암호화폐 지갑에 담는(스테이킹) 등 절차가 까다로운 경우가 많으나, 위믹스는 설치 후 로그인만 하면 된다.

위믹스, 크립토네이도 시연 영상. / 위믹스 유튜브 채널

위메이드는 낮은 진입장벽, 대규모 서비스에 용이하다는 점에 더해 유명 지식재산권(IP)의 힘도 보탠다. 윈드러너, 에브리타운은 물론 누적 이용자 수가 5억명에 달하는 간판 IP ‘미르의 전설2(중국명 傳奇)’까지 블록체인과 접목한다.

회사는 1월 사전예약 행사를 시작한 '크립토네이도 for 위믹스'에 이어 미르의 전설 IP를 활용한 ‘전기 H5 for 위믹스’를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후 ‘윈드러너 for 위믹스’, ‘캔디팡 for 위믹스’, ‘에브리타운 for 위믹스’를 비롯해 ‘두근두근 레스토랑 for 위믹스’, ‘터치파이터 for 위믹스’, ‘전기 모바일 for 위믹스’등을 차례로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어느 블록체인 게임이 그렇듯 한국 서비스는 여의치 않다. 위메이드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 게임은 국내에서는 정식으로 등급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이탓에 블록체인 게임이 대부분 그렇듯 위메이드도 글로벌 서비스를 우선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신휘준 노드브릭 대표 "게임 다 만들어야 등급 내주는 방식, 신기술 도전 막는다"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의 결정을 보면 위메이드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다. 게임위는 블록체인 게임 개발사 노드브릭이 개발한 ‘인피니티스타’에 대한 등급 거부를 결정했다. 2019년 11월 있었던 일이다. 게임위는 당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28조’에 의거해 사행성을 조장하는 게임에 대해 등급분류를 거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법 28조는 게임물 사업자의 준수사항을 담았다. 28조 2항을 보면 ‘게임머니의 화폐단위를 한국은행에서 발행되는 화폐단위와 동일하게 하는 등 게임물의 내용구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운영방식 또는 기기 장치 등을 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문항이 나온다. 게임위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게임 아이템을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으로 만드는 것이 이 조항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인피니티스타 대표 이미지. / 노드브릭 제공
인피니티스타 대표 이미지. / 노드브릭 제공
게임위는 2월 8일 인피니티스타 게임의 등급거부(예정)를 결의했다. 인피니티스타는 다양한 던전을 공략해 무기와 방어구를 수집하는 방치형 액션 게임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투명하고 안전하게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게임위는 블록체인 게임물을 전면 금지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힘이 쑥 빠졌다. 신휘준 노드브릭 대표는 IT조선과의 전화 통화에서 "인피니티 스타는 한국에서 서비스하지 못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서비스 중이다"며 "일본에서는 2019년 9월부터 금융청 고시로 허가를 받아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법에 따르면 게임을 거의 완성해놓은 상태에서 등급 분류 신청을 해야하는데 만약 우리 게임처럼 등급 심사를 거부당하면 개발비를 포함한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며 "이런 식이면 누가 신기술을 활용해 게임을 개발하려고 할지 의문이며, 작은 회사 입장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