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하루천자’ 글감은 <동백꽃>입니다. 작가 김유정의 소설집 《동백꽃》에 실린 단편입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 함께 필사할 문장의 글자수는 950자이고, 공백을 제외하면 714자입니다. A4용지 크기의 종이에 천천히 필사를 하시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하루천자 태그를 붙여 올리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동백꽃 ② (글자수 950자, 공백 제외 714자)

어쩌다 동리 어른이,
"너 얼른 시집가야지?"
하고 웃으면,
"염려 마서유. 갈 때 되면 어련히 갈라구!"
이렇게 천연덕스레 받는 점순이었다. 본시 부끄럼을 타는 계집애도 아니려니와 또한 분하다고 눈에 눈물을 보일 열병이도 아니다. 분하면 차라리 나의 등허리를 바구니로 한번 모질게 후려쌔리고 달아날지언정.

그런데 고약한 그 꼴을 하고 가더니 그 뒤로는 나를 보면 잡아먹으려고 기를 복복 쓰는 것이다.

설혹 주는 감자를 안 받아 먹은 것이 실례라 하면, 주면 그냥 주었지 ‘느 집엔 이거 없지’는 다 뭐냐. 그렇잖아도 저희는 마름이고 우리는 그 손에서 배재를 얻어 땅을 부치므로 일상 굽실거린다. 우리가 이 마을에 처음 들어와 집이 없어져 곤란으로 지낼 제 집터를 빌리고 그 위에 집을 또 짓도록 마련해 준 것도 점순네의 호의였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농사 때 양식이 달리면 점순네한테 가서 부지런히 꾸어다 먹으면서 인품 그런 집은 다시없으리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열일곱씩이나 된 것들이 수군수군하고 붙어다니면 동리의 소문이 사납다고 주의를 시켜 준 것도 또 어머니였다. 왜냐하면 내가 점순이하고 일을 저질렀다가는 점순네가 노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땅도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이었다.

그런데 이놈의 계집애가 까닭 없이 기를 복복 쓰며 나를 말려 죽이려고 드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고 간 담날 저녁나절이었다. 나무를 한 짐 잔뜩 지고 산을 내려오려니까 어디서 닭이 죽는 소리를 친다. 이거 뉘 집에서 닭을 잡나, 하고 점순네 울 뒤로 돌아오다가 나는 고만 두 눈이 뚱그래졌다. 점순이가 저희 집 봉당에 홀로 걸터앉았는데 이게 치마 앞에다 우리 씨암탉을 꼭 붙들어 놓고는,
"이놈의 닭! 죽어라, 죽어라."
요렇게 암팡스레 패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대가리나 치면 모른다 마는 아주 알도 못 낳으라고 그 볼기짝께를 주먹으로 콕콕 쥐어박는 것이다.


 ‘#하루천자’ 동백꽃 ② 필사 예 / 정백성
‘#하루천자’ 동백꽃 ② 필사 예 / 정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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