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출시될 차세대 콘솔 게임기에 대한 게이머의 관심이 뜨겁다. 게임업계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SIE)가 신형 게임기에 탑재할 신기술이 게임 서비스의 질을 한차원 더 높여줄 것이라고 평가한다. 사실감 넘치는 그래픽 향상은 기본이고, 안정적인 초당 화면수를 통한 몰입감 증가와 퀵 리줌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다.

하드웨어 제원은 MS가 소니에 판정승

콘솔 게임기 시장을 MS와 소니가 이끈다. MS는 6월 9일부터 같은 달 11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릴 세계 최대 게임쇼 ‘E3 2020’에서 ‘엑스박스 시리즈X(엑스박스SX)’의 전모를 공개한다. 공식 발표 전이던 2월 엑스박스SX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사전 공개했다.

반면 소니는 차세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5(PS5)’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게임개발자컨퍼런스(GDC)가 취소되면서 PS5 발표일 예상은 더 어려워졌다. 하지만 대략적인 정보가 외신을 통해 알려졌다.

MS 차세대 게임기 엑스박스 시리즈X. /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MS 차세대 게임기 엑스박스 시리즈X. /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엑스박스SX와 PS5 모두 AMD가 만든 칩을 쓴다. Navi 세대 RDNA2 아키텍처 기반 그래픽 프로세서(GPU)와 Zen2 기반 CPU를 탑재한다. 게임 매체 유로게이머가 최근 입수한 정보를 보면, PS5는 2㎓ 속도로 구동되는 ‘36개'의 GPU를 탑재했다.

엑스박스SX는 PS5보다 더 많은 ‘56개’의 GPU를 갖췄다. 각 GPU의 구동 속도는 엑스박스SX가 PS5보다 300㎒ 느리지만, 프로세서 수가 20개 많아 다중 데이터 처리에 유리하다. MS는 엑스박스SX가 12테라플롭스(TFLOPS) 데이터 처리 성능을 보인다고 밝혔다. PS5의 그래픽 성능은 이보다 조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CPU 코어 수는 8코어 16스레드로 같다.

메모리 속도는 엑스박스SX 쪽이 우세다. PS5의 경우 초당 448GB의 데이터를 전송한다. 엑스박스SX는 초당 560GB의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 메모리 종류는 GDDR6로 같다.

기존 MS와 소니의 콘솔 게임기 이용자들이 문제로 지적했던 데이터 로딩 속도도 대폭 향상된다. 기존 게임기용 하드디스크는 초당 6Gbps 속도의 SATA3를 썼다. 신형 게임기는 SATA3 대비 8배 이상 빠른 NVMe 규격 SSD를 쓴다. 게임을 로딩할 때 필요한 시간이 확 줄어드는 길이 열렸다.

◇ 화질저하 없이 안정적인 초당 화면 수 출력하는 ‘VRS’

차세대 게임기 그래픽에서 주목받는 기술은 ‘가변 레이트 쉐이딩(Variable Rate Shading·VRS)’이다. 쉽게 풀어 말하면 ‘화질 저하없이 안정적으로 초당 화면수를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CPU와 GPU는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처리량 한계가 있다. VRS는 게임 이용자가 인지할 수 없는 화면 데이터를 줄여 전체적인 화면 품질을 높인다. 안정적인 초당 화면 수를 출력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게임 개발자는 특정 캐릭터 화질을 높이는데 데이터 처리량을 집중할지, 더 넓은 필드 구현에 집중할지 우선순위를 선택할 수 있다.

MS는 그래픽 미들웨어 ‘다이렉트3D 12’에 VRS 기능을 포함했다. 이 말은 VRS가 게임기는 물론 PC 등 다른 플랫폼용 게임을 개발할 때 활용할 수 있음을 뜻한다.

◇ 차세대 게임 그래픽 핵심 기술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상은 빛의 반사를 통해 만들어진다. ‘실시간 레이트레이싱(Realtime Raytracing)' 기술은 현실 세계에서 발생한 지속적인 빛 반사를 게임 속에 그대로 재현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더욱 현실에 가까운 그래픽을 즐길 수 있다.

레이트레이싱 기술이 적용된 ‘헬블레이드2’ 실시간 게임 영상. / 유튜브 제공

빛 반사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레이트레이싱’ 기술은 빛과 그림자 표현은 물론, 광원과 주변 매질에 따라 변화하는 반사광 하나하나까지 고려해 사실적인 광원 효과를 재현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차세대 게임기의 핵심 그래픽 기술이기도 하다. 언리얼과 유니티 등 게임 엔진 개발사는 앞다퉈 자사 게임 개발 도구에 레이트레이싱 기술을 접목했다. 이 기술을 실시간으로 구현하려면 수천만원대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GPU 기술 업그레이드에 따라 수월하게 구현할 수 있다.

MS는 하드웨어 가속으로 구현하는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기술을 자사 그래픽 미들웨어 ‘다이렉트X’에 포함했다. 필 스펜서 MS 게임부문 대표는 "다이렉트X 레이트레이싱 기술을 게임기에 활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레이트레이싱 기술 소개 영상. / 유튜브 제공

PC에서 레이트레이싱은 그래픽 솔루션 전문 기업 엔비디아가 2018년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 20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처음 사용했다. 기술 개념은 1980년대부터 나왔다. MS는 2019년 다이렉트X에 레이트레이싱 기술을 포함하면서 고가의 그래픽카드에서만 구현하던 광원 기술을 보급형 그래픽카드로도 맛볼 수 있게 했다. 다만, 레이트레이싱 기술은 처리해야 할 데이터량이 상당한 만큼 저가 그래픽카드에서는 맛보기만 할 수 있었다. 레이트레이싱 기술은 차세대 게임기 등장 후 보편화할 전망이다.

◇ 중단없이 여러 개 게임을 즐긴다 ‘퀵 리줌'

‘퀵 리줌(Quick Resume)은 여러 개의 게임을 중단없이 차례차례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기존 게임기는 데이터 처리량과 메모리 용량 등 하드웨어 한계로 하나의 게임을 즐기면서 또 하나의 다른 게임을 즐기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다른 게임을 즐기려면 하던 게임을 ‘중단’해야 했다.

MS가 엑스박스SX와 함께 선보일 ‘퀵 리줌'은 즐기던 게임을 중단시키지 않고 다른 게임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준다. 데이터 로딩을 느낄새 없이 기존 게임으로 돌아갈 수 있다. 갑작스런 친구의 부름에 다른 게임에 참여했던 이용자가 자신이 즐기던 게임을 이어서 할 수 있다.

◇ 과거 게임을 고품질 그래픽으로 ‘스마트 딜리버리'

MS와 소니는 차세대 게임기에 과거 게임 자산을 활용할 길을 열었다. MS는 ‘스마트 딜리버리(Smart Delivery)’ 기술로 과거 게임을 마치 최신 나온 게임처럼 고해상도 고품질 화면으로 바꿔준다.

스마트 딜리버리는 같은 게임을 두번 사는 일을 막아준다. 지금까지 게임기를 업그레이드하거나 다른 플랫폼에서 게임을 즐기려면 콘텐츠를 다시 사야 했다. 스마트 딜리버리는 재구매를 하지 않도록 돕는다. 게임 화질을 그래픽 보정 기술로 업그레이드된다.

소니는 첫 플레이스테이션부터 PS3까지 지금과 다른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를 탑재한 게임기용 콘텐츠를 차세대 게임기 PS5에서 즐길 수 있게 하는 내용의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2019년초 밝혀졌다.

◇ 버튼 입력 지연을 막아주는 ‘DLI’

게임에서 그래픽과 재미만큼 중요한 것이 ‘입력 지연' 문제다. 게임 이용자가 버튼을 눌러 전달한 신호가 늦게 전달되면 재미를 떨어뜨린다. 구글 스타디아 등 서비스는 5세대(5G) 통신망을 활용한 ‘클라우드 스트리밍 게임’이다. 초고속 통신망을 활용해 지연 속도를 최소화한다. 만약 입력 지연이 발생할 경우 게이머의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 게임기 컨트롤러는 유선이 아닌 무선인 만큼 입력 지연 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MS는 엑스박스SX에 ‘다이내믹 레이턴시 인풋(DLI)’ 기술을 적용해 입력 신호를 실시간으로 동기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