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생산전략에 희비가 엇갈렸다. 중국에 의존한 애플은 직격탄을 맞은 반면 생산 다각화를 택한 삼성은 영향이 미미했다. 양사의 생산 전략이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코로나19로 아이폰 생산 계획에 적신호가 켜졌다. 중국에 의존해온 생산 구조가 문제다. 애플은 아이폰 생산의 90%를 중국 공장에 맡기고 있다.

애플에 정통한 밍치궈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코로나19로 아이폰 카메라 렌즈 제조사의 공급량이 크게 줄었다"며 "애플 아이폰 생산량은 2분기까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출시를 앞둔 아이폰SE2의 출시 지연 가능성은 작지만, 초기 물량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주력 모델인 아이폰11도 공급 차질과 중국 내 판매 둔화로 출하 감소가 예상된다.

아이폰 생산 과정. / 애플 제공
아이폰 생산 과정. / 애플 제공
이런 전망에는 애플이 중국에 올인한 전략을 요인으로 꼽는다. 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생산은 폭스콘, 판매는 중국에 의존한다고 꼬집었다. 생산지 다각화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놓쳤다는 것.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2015년 아이폰 생산공장 일부를 베트남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일부 고위 임원 반대로 무산됐다.

아이폰11을 인도에서 생산하려는 계획도 있었으나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숙련된 노동력과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내 아이폰 공장 인력은 300만명에 달하며, 이들 중 일부는 수작업으로 아이폰을 조립한다. 폭스콘 관계자는 "인도 노동자들은 고급 OLED 스마트폰을 생산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베트남과 인도에서 에어팟 등 일부 제품을 생산하고 있긴 하지만, 중국과 완전히 결별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팀 쿡 애플 CEO는 "코로나19 때문에 공급망을 변경할 경우 대대적인 변화가 아니라 소폭 조정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갤럭시Z플립 생산 과정. / 삼성전자 제공
갤럭시Z플립 생산 과정. / 삼성전자 제공
애플과 비교해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최근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생산 차질은 없었다. 공장 폐쇄 기간이 짧기도 했지만, 스마트폰 생산지가 분산돼 있어 걱정을 덜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톈진 공장을 청산하고, 7억달러(약 8000억원)를 투자해 인도 노이다에 공장을 세웠다. 인도 노이다 공장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단일 공장 중 최대 규모다. 올해까지 인도의 스마트폰 생산능력을 1억2000만대 수준으로 키울 예정이다.

베트남도 주요 생산지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박닌과 타이응우옌에서 스마트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절반가량이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은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 연구개발(R&D) 센터 건설 공사도 시작했다. 2억2000만달러(약 2600억원)를 투자해 2022년 말 완공 예정이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기지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국내와 인도, 브라질 등에 구축돼 있다"며 "일부 부품의 단기 공급 차질을 제외한 피해 강도는 미미한 수준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