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하루천자’ 글감은 <동백꽃>입니다. 작가 김유정의 소설집 《동백꽃》에 실린 단편입니다. 연재 마지막 회차인 오늘 함께 필사할 문장은 소설의 마지막 부분으로, 글자수는 842자이고, 공백을 제외하면 630자입니다. A4용지 크기의 종이에 천천히 필사를 하시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하루천자 태그를 붙여 올리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동백꽃 ⑤ (글자수 842자, 공백 제외 630자)

소설속 노란 동백꽃은 실은 생강나무꽃이다.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꽃을 동백꽃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생강나무꽃은 주로 3월에 피고, 알싸한 생강 향내가 난다./사진=이동혁 풀꽃나무칼럼니스트 제공
소설속 노란 동백꽃은 실은 생강나무꽃이다.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꽃을 동백꽃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생강나무꽃은 주로 3월에 피고, 알싸한 생강 향내가 난다./사진=이동혁 풀꽃나무칼럼니스트 제공
나는 대뜸 달려들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큰 수탉을 단매로 때려 엎었다. 닭은 푹 엎어진 채 다리 하나 꼼짝 못 하고 그대로 죽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멍하니 섰다가 점순이가 매섭게 눈을 흡뜨고 닥치는 바람에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이놈아! 너 왜 남의 닭을 때려죽이니?"
"그럼 어때?"
하고 일어나다가,
"뭐 이 자식아! 누 집 닭인데?"
하고 복장을 떼미는 바람에 다시 벌렁 자빠졌다. 그리고 나서 가만히 생각하니 분하기도 하고 무안도 스럽고 또 한편 일을 저질렀으니 인젠 땅이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고 해야 될는지 모른다.
나는 비슬비슬 일어나며 소맷자락으로 눈을 가리고는 얼김에 엉 하고 울음을 놓았다. 그러다 점순이가 앞으로 다가와서,
"그럼, 너 이 담부턴 안 그럴 테냐?"
하고 물을 때에야 비로소 살 길을 찾은 듯싶었다. 나는 눈물을 우선 씻고 뭘 안 그러는지 명색도 모르건만,
"그래!"
하고 무턱대고 대답하였다.
"요 담부터 또 그래 봐라, 내 자꾸 못살게 굴 테니."
"그래 그래, 인젠 안 그럴 테야."
"닭 죽은 건 염려 마라. 내 안 이를 테니."

생강나무꽃이 활짝 핀 모습. 창경궁에서 찍은 것이다./사진=이동혁 풀꽃나무칼럼니스트 제공
생강나무꽃이 활짝 핀 모습. 창경궁에서 찍은 것이다./사진=이동혁 풀꽃나무칼럼니스트 제공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너 말 마라?"
"그래!"
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
"점순아! 점순아! 이년이 바느질을 하다 말구 어딜 갔어?"
하고 어딜 갔다 온 듯싶은 그 어머니가 역정이 대단히 났다.
점순이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꽃 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산 아래로 내려간 다음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산 위로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천자’ 동백꽃 ⑤ 필사본./글씨=정백성 ‘#하루천자' 회원님
‘#하루천자’ 동백꽃 ⑤ 필사본./글씨=정백성 ‘#하루천자' 회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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