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약국 약사들이 아침 댓바람부터 손님과 옥신각신하는 등 혼란에 빠졌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내려진 마스크 5부제 판매가 사건의 발단이다. 약국은 안내문을 통해 마스크 구매 가능 요일을 안내했지만, 허탕 친 고객들이 불만을 쏟아낸다.

전국 약국은 9일부터 마스크 5부제 판매에 돌입했다. 정부는 주민등록번호 끝자리에 따라 요일별로 마스크를 2매씩 판매하며, 판매처는 약국 등 공적 판매처다. 마스크 가격은 1500원으로 최근 4000~5000원으로 폭등한 것보다 싸다.

마스크 5부제 안내문 모습. / 이진 기자
마스크 5부제 안내문 모습. / 이진 기자
약국에 따라 사정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마스크 구매 가능한 요일을 입구에 게시했다. 주민등록번호 끝자리가 1·6인 사람은 월요일에, 2·7이면 화요일에 마스크를 2개씩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1990년 생은 금요일에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 주말에는 예외적으로 모든 국민이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9일 오전 방문한 약국은 마스크 5부제 구매법을 설명하는 약사와 줄 선 어르신 간 설전이 자주 목격됐다. 마스크 구매에 허탕 친 이들이 애꿎은 약사에게 소리를 지르는 등 험악한 상황이 연출됐다. "마스크 사러 왔는데 왜 안 주느냐"는 고객의 말에 "주민등록번호 끝자리를 보니 오늘 아니고 수요일이니 수요일에 다시 오라"는 안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일부 약국 방문자 중 한 명은 10세 아이에게 ‘소형’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데 불만을 품기도 했다. 일반 성인용으로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울 양천구의 한 약사는 "아침 일찍부터 마스크를 구매하려고 약국을 방문하신 분들 마음은 이해하지만, 약국 입구에 붙여둔 5부제 안내문을 읽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마스크를 구입하겠다고 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며 "실제 약사 업무를 해야 하는 시간인데, 마스크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답답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약사는 "마스크가 도착하는 시간은 오후 2시 이후로 알고 있다"며 "5부제 정책에 맞춰 오전 일찍 방문하는 마스크 구매 고객에게 결제와 함께 표를 나눠주고 있으며, 빨리 마스크 판매와 관련한 업무를 끝낸 후 입구에 ‘매진’ 문구를 내걸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