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예상을 뛰어넘는 권고"
삼성 "우리가 만든 곳에서 권고하는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재계도 예상치 못한 사안으로 이 부회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준법감시위가 삼성이 만든 조직인 만큼 이 부회장이 권고를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라 반응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는 11일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전자 등 7개 관계사에 경영권 승계 사과 등을 담은 권고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권고대로 경영권 승계에 대해 사과할지 주목된다./자료 조선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권고대로 경영권 승계에 대해 사과할지 주목된다./자료 조선DB
감시위는 권고문에서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 3대 의제를 선정해 의제별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영권 승계와 관련 ‘삼성그룹의 과거 불미스러운 일들이 승계와 관련이 있다’며 이 부회장의 반성과 사과를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반성과 사과는 물론 향후 경영권 행사 및 승계에 관련하여 준법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국민들에게 공표하여 줄 것’이라고 명시했다. 감시위는 30일 내에 회신을 요청, 사실상 4월10일까지 이 부회장이 입장을 표명해야 할 전망이다.

감시위는 관계사들이 일반 주주의 이익을 지배 주주의 이익과 동일하게 존중하고, 일부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나머지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라는 권고도 제시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 부회장이 선언하라는 권고도 했다.

감시위는 "노동 관련 준법의무 위반이 기업가치에 커다란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인식"이라며 "노사가 노동 법규를 준수하고 화합·상생하는 것이 지속가능경영에 도움이 되고 자유로운 노조활동이 거시적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재안했다.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안 발표 후 "충실히 검토하겠다"고 간단히 입장을 밝혔다.

재계 한 관계자는 "권고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이 부회장도 어떻게든 액션을 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도 "삼성이 직접 만든 조직인데 무시할 수 있겠느냐"고 말해, 이 부회장이 어떻게든 사과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