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 개정안, ‘코로나 정국’에 임시국회 문턱도 못밟아
퍼스널 모빌리티 산업 전담부처 불확실…손놓은 국회

차도와 인도,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전동킥보드가 올해도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없게 됐다. 퍼스널 모빌리티가 자전거도로에 진입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드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국회 통과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현행 법규대로 차도에서 운행해야 하지만 시속 25㎞로 제한되기에 차량과 속도 불균형이 생겨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 스스로 생존을 위해 인도 주행을 택한 이용자들은 ‘킥라니’라는 오명을 쓴다. 모빌리티 환경 변화 및 서비스 고도화 속도에 발맞추지 못한 국회가 골목길 무법자를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 / 이광영 기자
. / 이광영 기자
2016년 6월 윤재옥 의원은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수단의 법적 정의와 운행기준, 안전규제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4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으나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월 17일 퍼스널 모빌리티 업계가 한데 모여 임시국회 통과를 재차 호소에 나섰는데도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이를 위한 논의 조차 하지 않았다.

윤재옥 의원실 관계자는 "20대 국회 회기 내 통과를 목표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행안위에서 코로나 관련법 외에는 논의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총선 이후 5월 임시국회가 열려 통과되지 않으면 개정안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제화 필요성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 업계의 체감 온도차는 크다. 법제화 이후 퍼스널 모빌리티 산업을 전담할 부처도 명확치 않다. 부처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국회도 손을 놓은 모양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경찰청은 퍼스널 모빌리티의 단속 주체로서 역할이 명확한 반면 법제화 후 전담하는 주무 부처를 정하고, 어떤 법에 근거를 둘지에 대한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정치권이 관련 법제화 필요성을 체감하고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부처간 조율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이 폐기되고 21대 국회에서 비슷한 법안이 다시 발의되더라도 연내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결국 퍼스널 모빌리티 서비스 고도화를 기반으로 한 골목상권 확장, 고용 증대 등 신규 시장 창출이 요원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속도제한을 푼 불법 개조 전동킥보드도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공유 킥보드가 대부분 25㎞ 속도제한을 건 것과 달리 개인 보유 킥보드는 최대속도를 60~70㎞로 올리는 불법 개조가 성행하고 있다. 개인이 속도제어장치를 임의로 해제해도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서다.

킥보드는 일반 자동차처럼 차량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된다. 과속을 적용해 처벌할 명분도, 사례도 없다.

코스포 퍼스널모빌리티 산업협의회 소속업체 11곳이 운행하는 공유 전동킥보드 수는 2019년 12월 기준 총 1만7130대까지 늘었지만 개인이 보유한 전동킥보드는 9만대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공유 전동킥보드 외에 개인이 보유한 전동킥보드에 대한 제재 근거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퍼스널 모빌리티 플랫폼 ‘고고씽’을 운영하는 매스아시아는 경기도에서 공모한 규제샌드박스 실증사업에 최종 선정 및 통과돼 2019년 9월부터 동탄신도시 자전거도로에서 실증사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이 아닌 전국의 자전거도로를 달리고 싶어한다.

진민수 매스아시아 마케팅 이사는 "사업 초기와 달리 이제는 스마트시티와 함께 공존하는 퍼스널 모빌리티를 도입하려는 지자체가 많아졌다"며 "개정안이 빨리 통과해 규제 샌드박스가 아닌 입법화된 서비스로 사업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