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하루천자’ 글감은 상허(尙虛) 이태준(李泰俊)의 글 쓰기 지침서 《문장강화》(文章講話) 중에서 골랐습니다. 필사의 최종 목적은 나의 글을 쓰기 위한 훈련일 것입니다. 오래 전 나온 책이지만 글을 쓰고자 하는 이에게는 이만한 책이 아직 없습니다.

《문장강화》는 그 내용도 그렇지만 글 자체로 문장의 깊은 맛을 음미하기 좋습니다. A4 크기의 종이에 천천히 필사를 하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하루천자 태그를 붙여 올려주세요. /편집자 주

1940년 문장사에서 발행된 《문장강화》 초판 표제지와 작가 이태준.
1940년 문장사에서 발행된 《문장강화》 초판 표제지와 작가 이태준.
문장강화 ① (낱말풀이 제외한 글자 수 886, 공백 제외 663)

물론 누구나 문자만 알면 쓸 수 있는 것이 글이다.
그러면 왜 말은 쉽사리 하는 사람이 많되 글은 쉽사리 써내는 사람이 적은가?
거기에 말과 글이 같으면서 다른 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말과 글이 같으면서 다른 점은 여러 각도에서 발견할 수 있다. 말은 청각에 이해시키는 것, 글은 시각에 이해시키는 것도 다르다. 말은 그 자리, 그 시간에서 사라지지만 글은 공간적으로 널리, 시간적으로 얼마든지 오래 남을 수 있는 것도 다르다. 그러나 여기서 더 긴절(緊切; 긴요하고 절실함)한 지적으로는,
먼저 글은 말처럼 절로 배워지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배워야 단자(單字; 낱말)도 알고 기사법(記寫法; 무엇인가를 기록하거나 묘사하는 법)도 알게 된다는 점이다. 말은 외국어가 아닌 이상엔 커감에 따라 거의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배워지고, 의식적으로 연습하지 않아도 날마다 지껄이는 것이 절로 연습이 된다. 그래서 누구나 자기 생활만큼은 무려(無慮; 염려할 것 없음)히 말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글은 배워야 알고, 연습해야 잘 쓸 수 있다.
또 말은 머리도 꼬리도 없이 불쑥 나오는 대로 한 마디 혹은 한두 마디로 쓰이는 경우가 거의 전부다. 한두 마디만 불쑥 나와도 제3자가 이해할 수 있을 만한 환경과 표정이 있이 지껄여지기 때문이다. 연설이나 무슨 식사(式辭) 외에는 앞에 할 말, 뒤에 할 말을 꼭 꾸며가지고 할 필요가 없다.
"요즘 한 이틀짼 꽤 따뜻해, 아지랑이가 다 끼구… 벌써 봄이야."
이렇게 느껴지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지껄여버리면 말로는 완전히 사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글로야 누가 전후에 보충되는 다른 아무 말이 없이
"요즘 한 이틀짼 꽤 따뜻해, 아지랑이가 다 끼구… 벌써 봄이야."
이렇게만 써놓을 것인가. 이렇게만 써놓아도 문장은 문장이다. 그러나 한 구절 혹은 몇 구절의 문장이지 실제로 발표할 수 있는 한 제(題), 한 편(篇)의 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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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에는 한 작품을 5회로 나누어 싣고, 토요일에는 한 편으로 글씨쓰기의 즐거움을 십분 만끽할 수 있는 텍스트를 제공합니다. 지난 필사거리는 IT조선 홈페이지(it.chosun.com) 상단메뉴 ‘#하루천자'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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