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75년작 ‘우주의 기사 테카맨(宇宙の騎士テッカマン)’은 독수리오형제(갓챠맨) 제작사 타츠노코 프로덕션이 갓챠맨, 신조인간 캐산, 허리케인 포리머에 이어 4번째로 만든 SF 액션히어로 작품이다.

우주의 기사 테카맨 일러스트. / 타츠노코프로 제공
우주의 기사 테카맨 일러스트. / 타츠노코프로 제공
애니메이션은 환경파괴로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려는 인류의 계획을 방해하는 외계행성 월더스타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을 담았다. 주인공 미나미 죠지는 사람에게 초인적인 힘과 우주에서의 활동을 보장하는 '테크 셋 시스템(Tech-Set System)' 기반의 전투복을 입은 데카맨으로 활약한다.

테카맨은 1970년대 당시 일본현지에서 인기를 끌었던 SF소설 ‘일본침몰'과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등 종말론과 공해로 인한 대기오염 등 사회문제가 부각되던 시대 속에서 탄생했다. 테카맨 애니메이션은 1970년대의 종말론과 각종 사회문제를 어린이 애니메이션에 걸맞지 않게 진지하게 담아냈다.

애니메이션은 우주의 무중력 상태를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당시 드문 에어브러시와 ‘스캐니메이트' 기기를 활용한 특수효과 등 높은 품질을 자랑했다. 일본 작가 야마모토 히로시(山本弘)는 테카맨 11화를 걸작으로 평가했다.

‘스캐니메이트(Scanimate)’는 일종의 영상 편집용 컴퓨터로 아날로그 방식으로 동작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당시 스캐니메이트는 일본 동양현상소에 단 1대만 존재했다. 수작업으로 특수효과를 적용했던 필름 기반 편집보다 더 빨리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을 제공했다.

타츠노코는 이 기기를 활용해 ‘이상한 나라의 폴(폴의 미라클 대작전)’에서 이상한 나라(이세계·異世界)로 열리는 문과 시간이 멈추는 장면을 편집하는데 활용했다.

테카맨 감독을 맡은 인물은 사사가와 히로시(笹川ひろし)다. 사사가와 감독은 1970년~1980년대 타츠노코 프로덕션 황금기를 이끈 인물로 ‘마하 고고고', ‘캐산', ‘타임보칸 시리즈', ‘개구리 왕눈이', ‘이상한 나라의 폴', ‘독수리오형제2’, ‘우주전함 야마토3’ 등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인물이다.

테카맨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인물은 인기 게임 시리즈 ‘파이널판타지' 일러스트를 담당하는 ‘아마노 요시타카(天野喜孝)’이며, 메카닉 디자이너는 ‘기동전사 건담'과 ‘자붕글', ‘보톰즈' 등 인기 로봇을 탄생시킨 오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다.

우주의 기사 테카맨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우주의 기사 테카맨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당초 1년간 방영될 계획이었던 데카맨은 5개월, 26화 분량으로 급마무리 되고 만다. 때문에 데카맨 26화에서는 테카맨과 월더스타의 최종결전과 결말이 그려지지 못한채 종영됐다. 테카맨 26화 이후 스토리는 1990년 출시된 레이저디스크(LD) 패키지 속 스토리 해설서를 통해 첫 공개됐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1970년대 당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징크스가 존재했다. 인기작 우주전함 야마토 역시 1974년 당시 총 52화로 기획됐으나 26화에서 끝나고 말았다. 데카맨도 이 징크스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타츠노코에 따르면 애니로 그려지지 못한 내용으로 1화에서 사망한 주인공의 아버지가 실은 외계인 적의 테카맨으로 주인공 앞에 등장하는 것과 월더스타 제왕 도브라이는 ‘우주의 의지를 지닌 불멸의 초생명체'였다는 것, 최종결전을 통해 적을 제압한 테카맨 일행과 인류는 이주가능한 혹성을 발견하지만 그 혹성은 이미 이전에 살던 종족들의 핵전쟁으로 인해 괴멸상태였다는 것, 주인공 일행은 그 혹성에 ‘클린 어스 계획'을 진행해 살 수 있는 땅으로 만든다는 이야기 등이 담길 예정이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지 못한채 끝나버린 데카맨은 17년 뒤인 1992년 '데카맨 블레이드'란 이름으로 부활해 본래 기획됐던 이야기의 끝을 그려냈다.

우주의 기사 테카맨블레이드 일러스트. / 아마존재팬 갈무리
우주의 기사 테카맨블레이드 일러스트. / 아마존재팬 갈무리
1992년작 테카맨 블레이드(宇宙の騎士テッカマンブレード)는 1992년 2월부터 1993년 2월까지 1년간 총 49화 분량이 제작돼 현지 방영됐다. 타츠노코는 테카맨 블레이드를 테카맨의 속편이 아닌 다른 세계관을 적용한 별도의 작품으로 제작했다.

테크셋 시스템 등 테카맨의 기본적인 설정과 과거작에서 풀어 놓지 못했던 이야기 등이 담겼지만 제작사는 별도의 작품으로 위치시킨 것이다. 전작에서 그려내지 못했던 주인공과 아버지의 대결은 형제의 결투로 대체됐다.

데카맨 블레이드는 TV애니 방영 이후 비디오테잎 등에 담겨 유통되는 ‘오리지널비디오애니메이션(OVA)’으로도 제작됐다. ‘테카맨 블레이드2(宇宙の騎士テッカマンブレードII)’란 이름이 붙은 이 작품은 총 6편이 제작됐으며, 미소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전작과 다른 노선으로 만들어졌다.

우주의 기사 테카맨블레이드2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우주의 기사 테카맨블레이드2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 ‘육체강화' 테크셋 시스템

‘테크셋 시스템(Tech-Set System)’은 인류가 우주개척을 위해 개발한 일종의 ‘강화인간'으로 주인공 아버지의 친구이자 우주개발센터 국장인 ‘아마치 소조'박사가 개발했다.

테크셋 시스템은 별도의 우주복없이 사람이 우주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이 시스템으로 육체를 강화한 인간을 ‘테카맨'이라고 부른다.

우주의 기사 테카맨 애니메이션 한장면. / 유튜브 갈무리
우주의 기사 테카맨 애니메이션 한장면. / 유튜브 갈무리
테카맨은 이동수단이자 로봇인 ‘페가스' 몸체에 탑재된 테크셋 시스템을 사용해 인간의 세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주인공은 페가스 내부에서 ‘볼텍카'라 불리는 에네르기를 주입받고 전신을 강력한 프로텍터로 감는 것으로 우주의 기사 테카맨으로 변신한다.

테카맨 상태에서는 특수 고압전류가 몸 전체의 세포가 강화되고, 그 결과 눈동자가 사라지고 빛에서 노란빛을 내게된다. 테카맨은 아무나 될 수 없다. 설정에 따르면 페가스와 파장이 맞지 않는 사람이 테크셋 시스템을 사용하면 온 몸이 불타 죽게된다.

즉, 인체 강화 시스템인 테크셋은 특수한 체질과 인체 변화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다.

테크셋 시스템은 인체에 과부하를 주는 만큼 부작용도 크다. 주인공은 테카맨으로 변신한 뒤 다시 본래의 몸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인다. 인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만큼 테카맨을 유지시킬 수 있는 시간도 짧다.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은 37분33초까지만 육체강화 상태를 유지할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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