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 급증에 북미·유럽 車공장 잇따라 멈춰서
가동 재개한 中 공장 정상화까지 시간 걸려
韓 완성차 수출 70%가 북미·유럽 차지…수출절벽 우려

최근 북미와 유럽 전역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도가 요동친다.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는 2월 중국 내 공장 가동 중단으로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은 데 이어 북미와 유럽에서도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했다. 전반적인 자동차 구매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

유럽과 북미는 우리나라 핵심 자동차 수출 시장이다. 우리나라 완성차 수출 물량 10대 중 7대를 유럽과 북미 시장에 판매할 만큼 의존도가 높다. 코로나19로 인해 차를 만드는 것이 어려워진 데 이어 판매할 곳도 줄어들게 된 셈이다.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 위치한 폭스바겐 공장 생산 라인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 / 로이터 갈무리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 위치한 폭스바겐 공장 생산 라인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 / 로이터 갈무리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폭스바겐,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르노, 닛산 등 유럽 내 공장을 가동 중인 완성차 업체들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공장 가동을 이미 중단했거나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포드는 스페인 발렌시아 동부지역 공장을 16일부터 일주일간 폐쇄한다. 전날 이 공장 근무 직원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서다. 포드 발렌시아 공장은 미국을 제외한 지역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매년 7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40만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한다.

닛산은 부품 공급 차질로 인해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재 두곳의 공장을 13일부터 멈춰세웠다. 르노도 스페인 바야돌리드, 발렌시아에 각각 위치한 공장을 이번주부터 이틀 간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폭스바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슬로바키아 정부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로 브라티슬라바에 있는 공장 가동을 16일부터 중단할 예정이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이탈리아 전역 6곳 공장을 27일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세르비아와 폴란드 내 공장도 문을 닫는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자동차 공조 장치를 생산, 르노·푸조·BMW 등에 납품하는 부품 기업 MTA는 지난달 24일부터 공장을 폐쇄했다. 지난 6일 일부만 겨우 가동을 시작했지만 판매·구매·고객 서비스 등 업무는 여전히 마비된 상태다. 현재 이 지역은 교통·물류가 봉쇄되면서 경제활동이 사실상 멈춰 있다.

북미 시장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미 자동차산업의 중심지인 미시간주 확진자가 늘어나자 GM과 포드는 비상대책으로 재택근무를 꺼내들었다. GM은 4월 미국 내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 조치를 검토 중이다.

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미 자동차 3사는 15일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통합 노사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3사가 구성한 TF는 코로나19 대응 조치와 함께 자동차 생산 계획 등을 조율한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일본 혼다의 중국 합작법인(둥펑혼다) 공장 조업 모습. / 조선일보DB
코로나19 발생 이전 일본 혼다의 중국 합작법인(둥펑혼다) 공장 조업 모습. / 조선일보DB
대부분 가동을 재개한 중국 내 공장도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대차·도요타·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2월 중 중국 내 주요 생산 거점의 84%를 재가동했다. 하지만 이 공장 평균 가동률은 약 30%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9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를 인용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문을 닫았던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11일 가동을 재개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공포가 여전한 가운데 물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원자재 확보가 어렵다. 직원들도 완전히 복귀하지 않아 우한의 완성차와 부품 제조업체들이 언제쯤 풀가동 할지는 불투명하다.

후베이성 밖 중국 지역도 자동차와 부품 생산은 상당 수준 회복했지만,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후베이성 밖 300개 이상 자동차 부품업체 90%는 가동을 재개했음에도 직원 복귀율은 80%에 그쳤다.

 닛산 멕시코 아과스칼리엔테스 공장 전경. / 닛산 제공
닛산 멕시코 아과스칼리엔테스 공장 전경. / 닛산 제공
현재진행형인 중국발 자동차 부품 쇼크는 북미 시장 주요 생산 거점인 멕시코로도 옮겨붙었다.

멕시코 정부는 자국 내 자동차 공장들이 중국산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앞으로 몇주 내 생산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세계자동차공업연합회(OICA) 발표를 보면 멕시코는 세계 7대 자동차 생산국이다. 국내총생산(GDP) 3%를 자동차 제조업이 차지한다. 멕시코에서 생산한 자동차의 약 80%가 미국으로 수출된다. 주요 제조사는 메르세데스-벤츠, 다임러와 르노닛산의 조인트 벤처, GM, 포드, 기아차 등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는 유럽·북미시장에서 수출 절벽을 실감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는 사드보복 이후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유럽·북미에서 만회했다. 국내서 수출(240만대)한 자동차 10대 중 7대 이상은 미국(108만대)·유럽(65만대)으로 보냈다. 특히 북미·유럽은 수익성이 높은 SUV 수출이 집중돼있어 중요도가 높다.

자동차 시장 분석업체 LMC 오토모티브는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4.3% 감소한 864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모건스탠리는 2020년 미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9% 줄어든 1550만대로 2019년(1710만대) 대비 9%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