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천자’ 글감은 시인, 작가, 독립운동가, 문학평론가, 번역문학가이며, 교육자, 권투 선수이기도 했던 이상화(李相和)님의 시(詩) 중에서 골랐습니다. 일제 강점기 민족의 아픔을 시로 그려내 ‘항일민족문학의 구현자’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을 많이 입에 올리는 요즘, 제대로 된 봄을 함께 맞이하고픈 마음을 굳센 언어에서 느껴 보세요. A4 크기의 종이에 천천히 필사를 하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하루천자 태그를 붙여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발표된 《개벽》 1926년 6월호 지면(왼쪽)과 시인 이상화(오른쪽).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발표된 《개벽》 1926년 6월호 지면(왼쪽)과 시인 이상화(오른쪽).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조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셈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스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하루천자, 얼마나 썼는지 궁금하세요?
#하루천자, 얼마나 썼는지 궁금하세요?
▶#하루천자 캠페인은?

IT조선은 (사)한국IT기자클럽, (주)네오랩컨버전스, (주)비마인드풀, (주)로완, 역사책방과 함께 디지털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하루천자 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캠페인은 매일 천자 분량의 필사거리를 보면서 노트에 필사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주중에는 한 작품을 5회로 나누어 싣고, 토요일에는 한 편으로 글씨쓰기의 즐거움을 십분 만끽할 수 있는 텍스트를 제공합니다. 지난 필사거리는 IT조선 홈페이지(it.chosun.com) 상단메뉴 ‘#하루천자'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 하루천자 캠페인에 참여합니다
▶매일매일 두뇌운동! 내가 쓴 하루천자 기록에 남기는 방법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