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나라하게 공개한 美 ITC의 'SK이노 증거인멸 추정 사례'

김준배 기자
입력 2020.03.22 16:18
전문가 "미국에서 사실 관계 자료 숨겨선 안돼"
포렌식으로 파악 추정…향후 재판에 영향 미칠 듯

22일 공개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SK이노베이션 조기 패소 판결문에는 증거인멸 목적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사례가 적시돼 있다. 판결문에는 증거인멸에 대해 ‘의도적’ ‘악의적’ 이라며 문제 있는 행위로 인식하는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국내와 달리 미국에서는 증거인멸을 상당히 큰 문제로 본다는 반응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소송이 터지면 ‘일단 지우고 보자’라는 자세지만, 미국에서는 절대 용납이 안된다"며 "사실 관계 관련 자료를 숨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미국 특허괴물 출신 업계 대표는 "미국은 재판에서 신용이 매우 중요하다. 거짓말을 하면 문제가 커지고 패널티가 올라간다"며 "삭제를 해야 할 경우 매우 세부적으로 완벽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판결문에 공개된 주요 증거인멸 사례를 소개한다.

자료 이동 및 이메일 삭제 지시

LG화학이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 제기 이후인 2018년 SK이노베이션 내부직원 이메일 내용이다. 폴더로 추정되는 팀룸(Team Room)에 있는 L회사(LG화학) 관련 자료, 경쟁사 비교 자료, L회사에서 취득한 자료를 특정일까지 옮기고 이메일도 삭제하고 지시했다.

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 목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엑셀파일. 여기에는 LG화학, L사 등이 언급돼 있다./자료 ITC
휴지통 폴더에서 찾은 엑셀파일

직원 PC 휴지통 폴더 복원으로 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을 위해 정리한 엑셀파인을 찾았다. 이 직원은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엑셀파일에는 LG, L사, 경쟁사 등의 키워드로 검색해 찾은 LG화학 관련 삭제 파일 980개가 나열돼 있다.

기술 유출 정황 내부 이메일

LG화학 출신 SK이노베이션 직원은 메일 제목에 ‘유일하게 내가 갖고 온 정리된 자료’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작성해 전달했다. 메일에는 ‘이런 건 갖고 있으면 안되나?’라는 문구와 함께 LG화학 소유의 양극 및 음극 관련 상세한 기술내용이 담긴 엑셀파일이 첨부됐다.

또 ‘L회사의 전극라인 설비 주요 사양’ 제목의 회신 이메일에는 ‘L회사에 대해 논의한 이메일들 안의 모든 내용을 삭제할 것’이라는 지시와 함께 ‘그 이유는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판결문에 공개된 삭제 지시 메일./자료 ITC
SK이노베이션 내부 이메일 가운데는 LG화학 출신 지원자로부터 확보한 L회사 종합 정보를 상위 관리자와 공유한 것도 확인됐다.

메신저에서 드러난 의심스러운 대화

2018년 SK이노베이션 사내 메신저에는 "만약에 테스트할 기회가 많지 않다면 해결방법은 경쟁사의 자료를 확보하여 최대한 따라 하는 수 밖에 없음", "당시 모든 자료를 삭제했음", "LG가 조성에 대해서도 소송한다면", "SK는 아마도 패소할 것" 등의 내용이 언급됐다.

포렌식 과정에서 확인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화록으로 역시 판결문에 담겼다.

입사 지원자 제출 파일 공유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출신 입사 지원자들이 면접과정에서 획득한 자료를 공유했다. 파워포인트(PPT) 자료에는 ‘단시간에 L사 전극 공정 노하우 흡수 가능’ ‘경쟁사 믹싱 기술에 대해 많은 정보 얻을 수 있을 거승로 보임’ 등이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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