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보안성이 성범죄 부추겨…디지털 성매매 창구로 추락
"범죄 코인 될 지 어찌 알아"…보안성 앞세운 자체 토큰도 발행 금지

보안성을 이유로 인기를 끈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필리핀, 싱가포르 등지에서 성범죄 매개체로 활용되면서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강력한 보안성 등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해 자체 암호화폐 출시를 제지당했다. 텔레그램 수난 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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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텔레그램을 활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계속 드러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다. 한국에서는 최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알려져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텔레그램 채팅방 등에 각기 다른 국적을 가진 여성의 사진과 프로필을 올리고는 시간당 가격 등을 나열하는 매춘 소굴 사례도 꾸준히 등장한다.

조주빈 사태에 텔레그램 민낯에 쏠리는 관심

텔레그램은 보안 기능이 강한 글로벌 메신저 앱 서비스다. 월간 사용자수(MAU)는 3억명에 달한다. 하루 최대 70만명쯤이 가입하고 있다. 높은 보안성 때문이다.

특히 텔레그램은 종단간 암호화(end to end encryption) 기술을 사용하는 비밀 대화(Secret Chat) 모드를 활용하면 송신자와 수신자만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이 채팅방에는 20만명 이상이 참여할 수 있다. 내부 고발자가 없으면 채팅에서 이뤄진 대화는 외부에 알려질 수 없다.

이를 이유로 일각에서는 디지털 성범죄에 최적화된 메신저라는 평가를 내린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성착취하고 관련 영상을 공유해 전국민적 공분을 산 조주빈이 텔레그램을 활용한 이유다. 또 중국과 필리핀, 싱가포르 등지에서도 아동 포르노 관련 매개체로 활발히 사용된다. 애플은 이 같은 점을 이유로 2018년 초 애플 앱스토어에서 텔레그램을 일시 퇴출시켰다.

문제는 텔레그램 측이 이 같은 문제를 특별히 제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텔레그램을 활용한 성범죄 사건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올해 1월 "중국 매춘 소굴이 텔레그램과 위챗에서 마치 패스트푸드를 팔 듯 성(性)을 팔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크웹을 떠난 사이버 범죄자들이 텔레그램에 안착하고 있다는 보고도 나온다. 체크포인트는 "텔레그램에 범죄용 채널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라며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과 앱을 오히려 범죄자들이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텔레그램이 만드는 암호화폐 ‘범죄용 코인’ 취급...코인 사업도 휘청

텔레그램이 2018년부터 공들인 블록체인 프로젝트 톤(TON)과 관련 암호화폐 그램(gram) 발행이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당한 이유로 분석되는 이유다.

최근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텔레그램 토큰 발행 철회 명령을 내렸다. 케빈 카스텔 뉴욕남부지방법원 판사는 최근 "텔레그램이 29억개 그램 토큰을 175명 구매자에게 판매해 17억 달러(약 2조918억원) 자금을 마련했다"며 "그램 토큰 2차 판매 계획을 세운 것을 비춰볼 때 텔레그램은 증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토큰을 산 사람이 해당 토큰을 다시 팔았을 때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는 점과 텔레그램 블록체인 플랫폼 톤을 텔레그램이 주도적으로 개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램 토큰 판매는 미래 수익을 약속하고 맺은 투자 계약이기 때문에 증권 판매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관련업계는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뿐 실제로는 강력한 보안성과 익명성이 규제 대상이 되는 데 한 몫 했다고 분석한다. 그룹 채팅에 참여한 사람 신원이 노출되지 않고 제3자 감청도 불가능한 가운데 텔레그램이 익명성이 강화된 토큰을 내놓으면 이가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를 행할 매개가 된다는 것이다.

워싱턴주 기반 중동미디어연구소(MEMRI)는 텔레그램과 텔레그램 자체 코인의 범죄 위험성 분석 보고서를 내고 "각종 테러 조직이 텔레그램 등을 활용해 암호화폐로 테러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그램 토큰이 출시된다면 테러리스트들은 완전한 익명성이 보장되는 텔레그램과 이 토큰을 활용해 범죄를 실행에 옮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