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용 항암 바이러스 ‘펙사벡’ 임상3상에 실패해 논란을 일으킨 신라젠이 재도약을 위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카드를 꺼내들었다. 펙사백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 속도를 단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신라젠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것이다. 펙사백 임상3상 실패 후 임원진 주식 매도 등 각종 의혹을 달고 다녔던 이력을 이유로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조선DB
문은상 신라젠 대표./조선DB
27일 제약바이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3월 26일 부산시에서 열린 제14기 신라젠 정기주주총회에서 백시니아 바이러스에 유전자 재조합 과정을 거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주총에서 "200년 동안 수백만명에게 접종해 천연두를 박멸시킨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돌입했다"며 "백시니아 바이러스는 코로나19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분양반은 코로나19 핵산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미국 군병원과 국내 식약처에서 임상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백시니아 바이러스…천연두 박멸 주역

문 대표가 언급한 백시니아 바이러스는 과거 천연두 예방백신으로 활용됐다.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체내 접종하면 강력하고 다양한 체액성 및 세포매개성 면역반응을 유도한다고 알려졌다. 이를 이유로 백시니아 바이러스는 2000년대부터 항암 임상 등에 자주 등장했다.

신라젠이 백시니아 바이러스 유전자를 재조합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항암바이러스 팩사벡을 개발했던 이유다. 하지만 신라젠은 지난해 펙사백 임상3상을 중단했다.

백시니아 바이러스는 또 백신 전달체로도 주목받는다. 백신전달체란 특정 조직과 세포까지 백신 약효를 전달하거나 방출되도록 조절하는 기술이다.

이윤정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센터 백신연구과 연구원이 복수 연구원과 함께 작성한 백시니아 바이러스 보고서에 따르면 이 바이러스는 강력한 면역유발 능력을 갖고 있어 개발이 어려운 감염병 치료와 예방 백신, 항암 백신 등을 위한 백신전달체로 활용될 수 있다.

문 대표는 "신라젠은 백시니아 바이러스의 다양한 변경과 생산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며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단기간에 백신 가능 여부에 전문가들 ‘손사래’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신라젠에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신라젠 시나리오는 가능하지만, 단기간 내 백신이 만들어진다는 기대감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신라젠은 아직까지 신약을 단 한개도 상용화하지 못한 만큼 백시니아 바이러스 연구를 오랜 기간 접했다고 백신을 쉽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유전자 치료제 업계 한 관계자는 "유전자 재조합 과정을 거쳐 코로나19 백신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다"라 "유전자를 재조합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전자 재조합 시 일어날 수 있는 거부 반응 등을 추려내고 백신 항원 특성과 숙주 반응 등을 감안해야 하는 만큼 끊임없는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다"며 "특히 이번 바이러스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바이러스가 변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어 복잡하고 많은 연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백신연구소 관계자 역시 "백신이던 신약개발이던 단기간 내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신라젠 측에서 기존 연구 경험을 토대로 개발 기간을 단축하겠다는데, 펙사백에서 활용되는 백시니아 바이러스와 백신으로 개발될 백시니아 바이러스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상에 없는 의약품을 개발하는 만큼 개발에 기본 10년은 걸린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신라젠 과거 행적이 발목 잡나

회사 자체가 못미덥다는 반응도 나온다. 신라젠이 과거 보였던 논란이나 항암제 개발에 집중해온 바이오 기업이기 때문이다. 실제 신라젠은 백신 개발 경험이 전무하다.

또 일각에서는 신라젠이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신라젠이 임상 실패에 따른 주가 하락과 투자자 조기상환 등을 이유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주가 부양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실제 신라젠 주가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26일 오후 상한가를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 업계는 신라젠이 임상학적으로 충분한 데이터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펙사백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몇몇 연구진은 신라젠이 제시한 수준의 옅은 임상 내용만을 바탕으로 주가가 널뛰기하는 것에 의문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발표가 신라젠이 또 한번 시장에서 제품력을 평가받게 됐다"며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