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맥을 못추고 휘청인다. 일부 국가는 시중 통화 유동성을 높이고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는 정책을 펼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각 국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픽사베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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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눈치게임 나선 美·中·

2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침체된 세계 경제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이 CBDC를 발행하면 지금보다 더 다양한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다"며 "당장 사람들이 소비를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될 경우 현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방법도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은 미국에서도 나온다. 크리스토퍼 장칼로 전 미국 선물거래위원회(CFTC) 의장은 3월 16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CBDC는 잠재적으로 정교한 재정정책 운용과 통화위기 대응을 위한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를 장기간 낮춰 운용하기가 실질적으로 어려울 뿐더러 소비심리도 저하된 만큼 관련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이처럼 발언한 데는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경기 상황이 악화일로를 걸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코로나19 확산에 정신이 없다. 4월 1일 오후 4시 기준 미국 코로나19 환자는 19만명을 향하고 있다. 사망자는 3440명으로 집계되면서 중국을 앞질렀다.

특히 경기는 불안하기만 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코로나19로 위기감이 고조되자 3월 15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인하했다. 발표 이후 미국 증시 주요 지표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4.77%로 마감했다. 기대와 달리 시장이 오히려 하락했다.

중국은 미국보다 적극적이다. 중국판 CBDC인 ‘DCEP(Digital Currency and Electronic Payment)’ 개발에 한창이다. 남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시장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할 때 중국은 디지털화폐를 활용해 더 다양하고 효율적인 통화정책을 펼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현재 알리바바 등 일부 민간기업과 함께 DCEP 개발을 완료하고 관련 논의에 나섰다.

결과도 속속 나온다. 3월 25일(현지시각) 중국 온라인 매체 후롄마이보 등에 따르면 알리바바 계열 모바일결제 플랫폼 알리페이는 최근 두 달간 DCEP 관련 특허 5건을 공개했다.

특허는 ▲디지털화폐 실행과 설치 방식 ▲디지털화폐 거래처리 방식 ▲디지털화폐 계정 제어 방식 ▲디지털화폐 전자지갑 개통 방식 ▲디지털화폐 익명 거래 방법 및 시스템 등 5개를 포함했다. 다른 국가에서 디지털화폐 발행을 검토하는 것과는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일부 외신은 "중국이 공식적으로 디지털화폐 발행에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적극적인 모습이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3월 27일 CBDC 발행에 앞서 시범운용을 수행할 사업자를 모집한다고 홈페이지에 공고했다. 이번 시범운용 프로젝트는 CBDC 잠재력을 탐구하고 유로존 내 디지털화폐 도입 논의 기여가 목표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화폐 설계와 영향, 운영 등 CBDC 관련 모든 측면을 연구한다. 시장 인프라와 통화 정책, 거시 경제적, 법률·규제 프레임워크 등에 CBDC가 미칠 잠재적 영향도 함께 조사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프로젝트는 유럽연합 CBDC발행을 의미하지 않는다. 디지털 유로 발행은 유로존 내 타 국가간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로존 내 프랑스가 가진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관련 논의가 유로존 전체로 확산되면서 발행이 앞당겨질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이 기회에 주도권 좀 잡자"…불안정한 통화가치에 신흥국도 눈길

세계 금융안정성을 따지며 눈치게임에 나선 선진국과 달리 신흥국은 CBDC 연구·발행에 적극적이다. 통화 가치 안정화를 꾀하고, 전통 금융인프라가 탄탄한 국가와 갭을 줄여 경제혁신을 이루려는 목적이다.

신흥국 중 가장 선제적으로 CBDC 발행에 나선 곳은 캄보디아다. 캄보디아는 중국을 제치고 CBDC를 최초로 공식 발행하는 국가가 되겠다는 선포를 했다. 코인데스크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 국영은행(NBC)은 자국 CBDC 개발사업을 ‘바콩’으로 명명하고 발행 준비를 일부 마쳤다.

체아 세레이 캄보디아 중앙은행 국장은 "자체 CBDC 지급결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시중은행 계좌와 연동 가능한 전자지갑앱 ‘바콩월렛’을 이동통신기기에 설치하면 CBDC를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바콩은 기존 결제나 송금 방식보다 더 저렴하고 편리한 시스템이다"라며 "향후 수개월 내 정식 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캄보디아 내 43개 상업은행 중 11곳은 이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바하마는 2019년 12월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CBDC를 시범 발행했다. 바하마는 2020년 안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관련 법규를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