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로 초·중·고등학교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의 개학 추가 연기다. PC 시장도 바쁘게 돌아간다. 3월 중순쯤부터 개학일이 추가로 연기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PC 판매량이 수직 상승했다.

특히 노트북의 판매량 증가가 돋보인다. 3월 중순 노트북 판매량은 지난 달 같은 기간 대비 52% 늘었다.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을 고려한 중저가 보급형 노트북 PC의 판매가 급증했다. 게임 용도까지 고려한 중상급 이상의 데스크톱 조립PC 판매가 급증했던 3월 초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글로벌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글로벌 PC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온라인 수업 최적화된 중저가 보급형 노트북 ‘인기’

50만원 이하의 가격에 판매 중인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S340. / 레노버 제공
50만원 이하의 가격에 판매 중인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S340. / 레노버 제공
시장조사전문업체 다나와리서치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국내 노트북 판매량은 한 달 전과 비교해 52% 증가했다. 가볍고 이동성이 좋지만 비싼 고급형 제품보다 인터넷 수업, 온라인 강의 수강에 충분한 50만원 안팎의 보급형 제품이 판매 노트북의 상당량을 차지했다.

롯데하이마트는 3월 한 달간 데스크톱과 노트북, 태블릿 등 PC 품목 매출이 전달보다 15%,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 증가했다고 2일 밝혔다. 데스크톱PC 매출은 15% 증가했고, 노트북 매출은 20% 늘었다.

중저가 노트북 판매량이 급증한 것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아이들의 학업 용도에 충분한 사양과 성능을 제공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로 14~15.6인치 화면 크기에 AMD ‘피카소’ 기반 라이젠 프로세서 또는 인텔 10세대 코어 i3 CPU~펜티엄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들이 인기다. 이들 제품은 고성능을 요구하는 3D 게임이나 전문적인 작업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실시간 스트리밍에 기반한 온라인 수업 참여와 과제 작성에 쓰기에 문제없는 수준이다.

다나와 관계자는 "3월 초까지만 해도 가장 많이 팔리던 제품은 150만원대의 LG 그램 15 2020년형 모델이었지만, 최근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50만원대 이하의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S340이었다"라며 "이는 급하게 (온라인 개학 같은)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저가 제품쪽으로 수요가 쏠린 영향이다"고 말했다.

학업용 PC 공급, 당분간은 괜찮아

PC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제품 수급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PC 판매량이 1년 중 가장 많은 신학기 시즌을 대비해 미리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 놓은 데다, 중국의 PC 제조 공장들이 최근 재가동에 들어가며 추가 물량 확보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다.

정부 및 대기업들이 온라인 개학 확정과 함께 대응 방안을 내놓은 것도 급격한 PC 수요 증가로 인한 품귀현상 억제 요인이 됐다. 정부는 PC 및 학업용 기기 확보가 어려운 저소득층에 각 시·도 교육청이 보유한 스마트 디바이스 23만대를 무상 대여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학업 지원을 위해 총 3만6000대의 태블릿 디바이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공급 상황 역시 낙관할 수 없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코로나의 빠른 확산으로 재택 근무와 온라인 수업을 도입하는 추세다. 중국의 제품 공급 능력이 아직 온전치 못한 상황에서 글로벌 PC 및 스마트 디바이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경우 세계적인 PC 수급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PC 업계 관계자는 "중국 공장이 재가동을 시작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가동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라며 "중국 내 이동 금지 조치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데다, 감염 및 재확산 우려로 상당수 현지 근로자들이 공장 복귀를 꺼리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 "재가동에 필요한 인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며 가동률이 제자리 걸음 중이다"며 "잘못하면 세계적인 PC 품귀 현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