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게임은 기자의 닉네임 하이쌤(highssam@chosunbiz.com)과 게임 세상을 합친 말로 화제가 되는, 주목할만한 게임에 대해 분석하고 소개하거나 게임·게임 업계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코너다. [편집자주]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되는, 누구나 반겨주는 편안한 섬, 모여봐요 동물의 숲

‘직장 상사에게 혼나고, 즐거운 일은 하나도 없고, 내 집 마련의 꿈은 멀기만 하고’. 삭막한 현실과 고단한 일상에 지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느껴본 일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게임에서 현실과 떨어진 외딴곳에서 현실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3월 20일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으로 발매한 샌드박스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그 주인공이다. 이 게임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내 집 마련’의 꿈도 현실과 비교하면 손쉽게 이룰 수 있다.

동물의 숲 플레이 화면. / 오시영 기자
동물의 숲 플레이 화면. / 오시영 기자
동물의 숲은 최근 가장 ‘핫’한 게임 중 하나다. 콘솔게임 커뮤니티 ‘콘솔러’에 따르면 게임 쇼핑몰 ‘한우리’에서 3월 18일부터 3월 24일까지 팔린 게임 중 80% 이상이 동물의 숲이었다.

게임 출시 초기 닌텐도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용산 대원샵에는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동물의 숲 출시 기념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을 사기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람 산 적 없는 무인도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이야기 담아

동물의 숲 초반 플레이 영상. / 촬영=노창호PD

동물의 숲은 주인공이 너구리들이 운영하는 회사 ‘Nook Inc.’에서 출시한 ‘무인도 이주 패키지’를 구입한 이야기를 담았다. 전작에서는 동물의 마을에서 사는 내용이었으나 다소 달라졌다. 주인공은 자신의 외형, 생일, 이름과 이주할 섬의 지형을 정한 뒤 섬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도착한 섬은 그동안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무인도다. 이 탓에 주인공과 마을 주민은 처음에는 텐트를 치고 섬의 재료를 모아 섬과 집을 꾸며나간다. 각종 시설이 들어서지 않은 초기에는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는 분위기도 물씬 난다. 첫날 밤에는 캠프파이어도 한다.

2001년부터 시작한 동물의 숲 시리즈는 특별한 목표를 이용자에게 강요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게임에서까지 ‘최선을 다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도 마찬가지다. ‘제작’, ‘채집’, ‘섬 꾸미기’, ‘이웃과 교류’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했다. 이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자유롭게 즐기면 된다.

현실 시간과 무인도의 시간은 똑같이 흐른다. 이 탓에 봄이 되면 무인도에서도 벚꽃을 감상할 수 있고, 부활절 등 행사도 만나볼 수 있다.

무엇이든 손쉽게 ‘뚝딱’ 만들고, 모든 등장 인물이 주인공 반기고…‘힐링’ 요소 한가득

동물의 숲 플레이 화면. / 오시영 기자
동물의 숲 플레이 화면. / 오시영 기자
DIY(Do It Yourself) 제작은 섬에서 나는 재료를 모아 각종 가구나 도구 등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를테면 나무 주변에 떨어진 ‘나뭇가지’나 바위 주변에 떨어진 ‘돌’을 주워 ‘엉성한 도끼’를 만드는 셈이다. 이용자는 이렇게 만든 엉성한 도끼를 활용해 나무를 베거나 바위를 깨 더욱 다양한 재료를 획득할 수 있다.

제작을 하는 재료는 섬에 널린데다가, 재료만 작업대로 가져가면 어떤 물건이든 손쉽게 뚝딱 만들 수 있어 난이도가 높지 않다. 게다가 아이템 제작에 성공하면 주변에 있는 동물들이 박수까지 쳐주므로 자연스럽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현실에서는 최선을 다해 일해도 이를 인정 받기는 굉장히 힘들다. 반면 동물의 숲에서는 누구나 손쉽게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이 게임의 ‘힐링 포인트’로 짚어볼 수 있다.

동물의 숲에서는 모든 등장인물이 주인공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덕에 누구와도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 마을 주민과도 대화하고, 선물을 주고 받는 등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서로 DIY 제작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무인도 이주 패키지를 기획한 ‘Nook Inc.’의 사장 너굴과 직원인 콩돌이·밤돌이 등 등장 인물은 건물에 들어가고 나올 때 미소로 주인공을 반긴다.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웃의 정’을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주인공은 무인도로 이주한다는 생각에 돈을 한 푼도 들고오지 않는데, 너굴은 돈이 없는 주인공을 이해해주는 데다가 ‘너굴 마일리지’라는 일종의 ‘업적 시스템’으로 이주 비용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한다. 이후 너굴은 새 집을 지을 때도 돈을 갚을 기한이나 이자도 없이 거금을 선뜻 대출해주는 등 무인도 정착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게임의 분량과 퀄리티 높이는 ‘채집 시스템’…수준급 박물관 덕에 수집 욕구 ‘뿜뿜’

박물관의 모습, 잡은 생물과 화석을 감상할 수 있다. / 오시영 기자
박물관의 모습, 잡은 생물과 화석을 감상할 수 있다. / 오시영 기자
채집 시스템은 게임의 분량과 퀄리티를 큰 폭으로 높이는 역할을 한다. 제작으로 만든 ‘잠자리채’, ‘낚싯대’, ‘삽’ 등을 이용해 땅을 파고, 낚시하고, 돌아다니는 곤충을 잡아 도감을 채울 수 있다. 최초로 잡은 생물은 학자 ‘부엉’에게 맡겨 박물관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다. 부엉은 잡아온 생물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알려줘 자연스럽게 지식도 얻을 수 있다.

부엉에게 생물이나 화석 15종을 기부하면 세울 수 있는 박물관은 상당히 공을 많이 들여 만들었다. 공간 자체도 굉장히 넓고, 단순히 수집품을 한 자리에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생물을 확대해 살펴볼 수 있다. 전시 공간도 각 생물에 알맞은 환경으로 꾸며 이용자의 수집 욕구를 한껏 불러일으킨다.

최고의 콘텐츠는 ‘다른 이용자 섬에 놀러가기’…무궁무진한 재미 창출

동물의 숲에서 횟집 놀이를 하는 이용자들의 모습. / 트위터 갈무리(링크)
동물의 숲에서 횟집 놀이를 하는 이용자들의 모습. / 트위터 갈무리(링크)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아직 소개하지 않은 게임 요소가 수두룩할 정도로 알찬 콘텐츠를 담은 게임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콘텐츠는 바로 ‘이웃 섬 놀러가기’다. ‘스위치 온라인’ 서비스에 가입한 이용자는 다른 이용자의 섬에 놀러가서 교류할 수 있다.

섬을 꾸미는 자유도가 매우 높은 특성 덕에 이용자들은 다양한 즐길거리를 스스로 발굴해서 놀 수 있다. 채팅을 하거나 자신의 물건, 수집품을 자랑할 수 있는 기능도 마련했다. 마치 어린시절 놀이터에 가서 친구들과 모래장난을 하는 듯한 재미를 준다. ‘샌드박스’라는 장르에 충실했다는 증거다.

게임 커뮤니티나 소셜 미디어에서는 섬을 ‘군대 내무반’, ‘횟집’, ‘북한’, ‘사이비 종교 단체’ 등 기발한 장소로 꾸며 친구들과 노는 사례가 속속 공유되고 있다. 기본 소품이나 섬, 건물에 이용자가 ‘도트 그래픽’으로 직접 그림을 그려 꾸밀 수 있어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 개발자가 기획하고 의도한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친구와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이런 요소는 특히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밖에 나가고 타인과 교류하기 쉽지 않은 현 상황에서 동물의 숲이 더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다. 현실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탓에 서로 만나지 못해도 게임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좋은 사례를 하나 만든 셈이다.

동물의 숲 시리즈 스위치 첫 작품이자 전작 이후 7년만에 발매…팬 기대 충족 성공

무인도로 이주한 첫날, 동물들과 캠프파이어를 벌이는 모습. / 오시영 기자
무인도로 이주한 첫날, 동물들과 캠프파이어를 벌이는 모습. / 오시영 기자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동물의 숲’ 브랜드의 스위치 플랫폼 첫 게임이자 전작 이후 7년만에 나온 게임이다. 그만큼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받았으나, 출시 이후 이 게임에는 게임 이용자 다수는 물론 각종 매체나 전문가도 호평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마을이 아니라 무인도에서 시작하는 점, 재료를 모아 DIY 제작에 뛰어드는 점, 너굴 마일리지로 플레이 동기를 부여한 점 등으로 전작과 차별화를 꾀했다. 이에 더해 박물관, 꾸미기 등 기존 요소는 대폭 개선해 한층 의미있는 콘텐츠로 선보였다. 시리즈 전체로 봐도, 단일 작품으로 봐도 상당히 진보한 게임성을 보여준다.

고된 일상에서 잠시 떠나 귀여운 동물 주민들, 현실의 친한 친구들과 ‘힐링’을 즐기고 싶은 현대인에게 이 게임을 권하고 싶다.

용산 아이파크몰에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을 사기 위해 모인 수많은 사람의 모습. / 사진=노창호 PD
용산 아이파크몰에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을 사기 위해 모인 수많은 사람의 모습. / 사진=노창호 PD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