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분기 나온 신작 게임의 희비가 엇갈린다. 코로나19 여파로 게임 이용자 수가 늘어났다는 평가가 있지만, 모든 게임이 통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한국의 게임사 중 규모가 큰 넷마블은 선전했지만, 넥슨과 크래프톤은 상대적으로 고전 중이다. 중국 게임사가 만든 ‘명일방주’나 ‘AFK아레나’ 가 한국 시장에서 흥행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 / 픽사베이 갈무리, 로고 각 사 제공, 편집=오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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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카운터사이드(韓)·요스타 명일방주(中) 서브컬처 대전…중국 ‘판정승’

2020년 초 주목을 받은 게임 장르 중 하나는 서브컬처다. 중국 게임사 요스타는 1월 16일 ‘명일방주’를, 한국의 넥슨은 2월 4일 ‘카운터사이드’를 각각 출시했다. 서브컬처 게임이란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한 게임을 말한다. 주로 미소녀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명일방주는 중국에서 2019년 4월에 먼저 출시된 후 2020년 1월 한국에 나왔다. 전략성을 강조한 ‘디펜스 장르’를 서브컬처와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이 게임은 중국 앱스토어에서 출시 직후 애플 앱스토어 매출 기준 1위를 기록하면서 흥행했다. 한국 서비스 시작 전부터 중국 서비스 버전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어느 정도 됐을 정도로 게임성을 인증 받은 게임이다.

넥슨은 2020년 ‘카운터사이드’로 일본, 중국 게임이 점령한 서브컬처 시장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카운터사이드는 넥슨 대표 PC 서브컬처게임 ‘엘소드’와 ‘클로저스’를 제작한 류금태 스튜디오비사이드 대표가 만든 게임이다. 카운터사이드는 기존 서브컬처게임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실시간 전투 기반 ‘액션’을 가미했다는 점에서 다른 서브컬처 게임과 차별화된다.

카운터사이드(왼쪽), 명일방주 이미지 / 넥슨, 요스타 제공
카운터사이드(왼쪽), 명일방주 이미지 / 넥슨, 요스타 제공
두 게임은 2020년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서브컬처 대작이라는 평가 속에 경쟁 중이지만, 최근에는 명일방주가 다소 앞서는 모습을 보인다. 4월 3일 기준으로 명일방주는 구글 매출 27위를 기록했다. 반면 카운터사이드는 61위로 쳐졌다. 명일방주는 출시 직후 6위까지 올랐지만, 4월들어 20위권으로 순위가 내려앉았다. 카운터사이드는 상대적으로 빠른 하향세를 보였다. 3월 15일 처음 50위권에 진입한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는다.

카운터사이드 이용자 사이에서는 ‘미소녀 게임인데 병기와 군인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거나 ‘전투 과정에서 캐릭터가 겹쳐 식별하기 어렵다’는 등 지적이 있었다. 게임 출시 직후 ‘사내 쿠폰 직원 유출 사건’, ‘스킨 검열 의혹 사건’ 등으로 구설도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행사를 열지 못하는 것도 악재 중 하나다.

‘테라·A3·블레스’ 대형 IP 대격돌…넷마블·크래프톤 ‘희비교차’

3월에는 PC온라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신작이 다수 출시됐다. 크래프톤 연합 소속 개발사 레드사하라의 ‘테라 히어로’, 넷마블의 ‘A3 스틸얼라이브’, 조이시티의 ‘블레스 모바일’ 등이 그 주인공이다.

테라 히어로는 배틀그라운드와 함께 크래프톤의 간판 IP로 꼽히는 ‘테라’를 원작으로 만든 RPG다. 테라 히어로는 수집형 게임이면서도 뽑기가 없는 점, 3인 파티 기반 전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2년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1·2기 위원장으로 활약했던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의 복귀작인 영향으로 더 주목받았다.

A3 스틸얼라이브는 넷마블 개발 자회사 이데아게임즈가 제작한 게임이다. 넷마블은 과감하게 MMORPG 장르에 배틀로얄 게임을 접목했다. 넷마블은 연결고리가 희박한 두 장르를 이야기로 묶었다. 게이머는 파괴의 신 ‘엔카로’를 막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 파괴된 미래 시간에서 다른 사람과 겨뤄 과거의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한다. 배틀로얄 게임 중심 미래와 MMORPG 세상을 구하는 현재 시간대를 계속 넘나든다.

테라 히어로(왼쪽), A3 스틸얼라이브 이미지. / 크래프톤, 넷마블 제공
테라 히어로(왼쪽), A3 스틸얼라이브 이미지. / 크래프톤, 넷마블 제공
테라 히어로는 출시 직후 출발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매출 27위로 시작해 천천히 순위를 끌어올렸으나 출시 직후 2위, 13위를 달성한 전작 ‘테라M’, ‘테라 클래식’만 못했다. 출시 얼마되지 않아 빠른 하락세를 보였다. 3일 기준으로는 순위가 83위까지 떨어졌다.

게임사 측은 게임 내 캐릭터 뽑기가 없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장비 뽑기’ 시스템 탓에 본질적으로 기존 게임과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비스 초기 서버가 불안정하고 각종 버그가 발생했다는 점이 흥행의 발목을 잡은 주된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A3 스틸얼라이브는 출시 직후 매출 순위 3위를 기록할 만큼 큰 관심을 샀다. 3일 기준으로는 6위에 오르는 등 장기 흥행의 발판을 마련했다. 넷마블은 조만간 대규모 콘텐츠 업데이트와 함께 e스포츠 대회 개최를 통해 인기 유지에 힘쓸 예정이다.

블레스 모바일 이미지. / 조이시티 제공
블레스 모바일 이미지. / 조이시티 제공
조이시티의 ‘블레스 모바일’은 논타겟팅 액션과 커뮤니티(길드) 기능을 강조한 MMORPG다. 3N(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중심이던 MMORPG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작품이다. 3월 31일 출시 이후 20위권에서부터 10위권까지 매출 순위를 차근차근 끌어올렸다. 6일에는 11위에 올랐다.

‘AFK 아레나’로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 자리에 오른 릴리스 게임즈

중국 게임사 릴리스게임즈가 2월 12일 출시한 방치형게임 AFK아레나는 3일 기준으로 3위에 올랐다. 이 게임보다 순위가 높은 것은 오직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과 ‘리니지2M’ 뿐이다. 넷마블의 ‘A3 스틸얼라이브’, 넥슨 ‘V4’ 등 쟁쟁한 대작을 모두 제쳤다.

AFK 아레나를 즐기는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AFK아레나는 대대적으로 광고했던 것처럼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게임의 상당 부분을 진행할 수 있어 부담감이 덜하다"며 "중국게임인데도 게임성과 운영 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AFK 아레나 이미지. / 릴리스게임즈 제공
AFK 아레나 이미지. / 릴리스게임즈 제공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